ESG 펀드 하락세에 커져가는 의구심 … “유럽 규제 움직임에 개미 설득 중요해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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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펀드 하락세에 커져가는 의구심 … “유럽 규제 움직임에 개미 설득 중요해져”
  • 이준용 기자
  • 승인 2022.06.15 15:5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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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ESG 펀드, 가격·수익률 하락하며 개미 투자자들 불만 증폭
골드만삭스, 도이치뱅크 등 투자회사들 종목 구성에서 ‘그린워싱’ 의혹 조사
“ESG 펀드가 정말 환경과 지속가능성에 도움이 되는가?” 의문 제기
유럽 금융당국 규제 움직임에 개미 투자자에 대한 설득 중요해질 전망
ESG 펀드의 그린워싱 의혹을 받고 있는 미국 투자회사 골드만삭스 [사진 제공=골드만삭스]
ESG 펀드의 그린워싱 의혹을 받고 있는 미국 투자회사 골드만삭스 [사진 제공=골드만삭스]

ESG 투자가 위기에 빠졌다. 글로벌 ESG 펀드들의 가격과 수익률이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이 불만을 갖게 된 것이다. 미국과 유럽의 ‘개미’ 투자자들이 ESG 펀드의 실체와 구성방식에 심각한 의문을 제기하면서 ESG 펀드의 의미와 역할에 대한 근본적인 질문이 나오고 있다.

여기에 대형 투자사들이 펀드 종목 구성에서 이른바 ‘그린워싱(Greenwashing, 친환경적 이미지를 허위로 또는 과장해 내세우는 것)’을 일삼았다는 조사가 나오면서 유럽 금융당국이 규제에 나서고 있어 투자자들의 의문을 해소하는 것이 점점 더 중요해지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5일 블룸버그(Bloomberg)는 ESG 펀드는 올해 1분기 전 세계적으로 36%의 가격 하락을 겪고 있다고 보도했다.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애널리스트들의 분석에 따르면, 이는 팬데믹 이후 최저치를 경신한 수치이며 지난 4월 큰 폭의 하락 이후 두 번째 하락이라는 점에서 심상치 않은 조짐으로 해석되고 있다.

매도세가 이어지며 수익률도 악화되고 있다. 6월 둘째 주 유럽의 ESG 집합투자 펀드들은 평균 14%의 손해를 기록해 범유럽지수인 스톡스600(Stoxx Europe 600 index)의 하락률인 11%를 밑돌았다. 미국의 ESG 펀드들도 16%의 손해를 기록, S&P 500의 평균 하락률을 겨우 상회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가격 손실이나 수익률 하락보다 중요한 것은 일반 투자자들 사이에 ESG펀드의 실질에 대한 의문이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블룸버그는 자신의 ESG ETF펀드 종목에 페이스북의 모기업인 ‘메타’가 포함돼있는 것에 의문을 품었던 한 개미 투자자의 이야기를 통해 ESG 펀드에 대한 문제를 제기했다.

투자사들의 전문성과 별개로 개미 투자자들이 가진 이러한 의문은 점점 더 중요한 문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한 예로 덴마크 단스케 은행(Danske Bank)의 ESG 포트폴리오 종목 중에는 화석연료와 관련된 기업들이 포함되어 있어 투자자 대표 단체의 이의 제기가 계속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단스케 은행 측은 처음엔 규정대로 펀드를 운영하고 있다고 해명했으나 곧 의문이 제기된 포트폴리오를 삭제했다.

ESG 펀드가 무엇인지, ESG 펀드에 포함된 종목들이나 그에 대한 투자가 정말 탄소배출 등 환경 문제에 도움이 되는지에 대해 전문가들 역시 의문을 표하고 있다. ESG 투자를 담당하는 한 전문가는 “ESG가 무엇인지에 대해 나 자신도 이젠 잘 모르겠다는 생각을 한다”고 털어놨다.

ESG 펀드의 하락세는 미국의 보수 인사들이 ESG에 대한 평가절하에 나선 시점과 맞물리고 있다. 마이크 펜스 전 미국 부통령은 ESG가 “좌파 정책”이라고 힐난하며 공화당이 “고삐를 잡아야 한다”고 주장했다. 최근 바이든 미국 행정부와 각을 세우고 있는 테슬라 CEO 일론 머스크는 ESG가 “악마의 현신”이라며 맹폭했다. ESG에 반대하는 이들 정치세력이 ESG 펀드의 위기를 기회삼아 공격에 나섰다는 평이 나온다.

한편 유럽중앙은행은 ESG 펀드가 “실제로 기후변화에 기여하는지 불분명하다”는 평을 내놨다. 금융당국의 조사도 이어지고 있다. 독일 금융당국은 이른바 ‘그린워싱’ 의혹에 대해 도이치뱅크를 조사하고 있고, 미국에서도 골드만삭스가 비슷한 내용으로 정부의 조사를 받고 있다.

무엇보다도 유럽을 중심으로 한 규제 강화 움직임에 투자사들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유럽연합(EU)은 오는 8월부터 모든 펀드 판매자들이 ESG 펀드에 대해 투자자들에게 충분히 설명하도록 설명 의무 등을 의무화할 계획이다. 이는 유럽 투자사들이 미국이나 아시아 등 해외에서 상품을 판매하는 경우에도 적용되며, 유럽 각국 정부 역시 EU의 이러한 방침에 발맞춰 규제를 손볼 것으로 예상된다.

ESG 펀드의 하락세를 계기로, ESG의 진정한 의미와 기능에 대해 보다 자세한 설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환경에 대한 위기감을 이용해 무분별하게 판매됐던 ESG 펀드 종목들에 대한 유럽 당국의 규제가 가시화되며 투자자들에 대한 설득이 더 중요해질 전망이다. 유럽의 이러한 움직임이 미국과 아시아 등 전 세계로 확산될지 주목된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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