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O 이야기] MLCC 덩치 키우는 삼성전기 경계현 “차별화된 기술력만이 ‘최고 성장기업’ 이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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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EO 이야기] MLCC 덩치 키우는 삼성전기 경계현 “차별화된 기술력만이 ‘최고 성장기업’ 이뤄”
  • 고명훈 기자
  • 승인 2021.09.24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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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이끌며 ‘세계 최초’ 3차원 V낸드 개발 주도
-MLCC 덩치 키우는 경계현 사장, 전장용 MLCC 신제품 개발 및 공장 증설하며 시장 확대
-모듈·기판사업도 집중...5G 통신 확대 및 패키지 기판 수요 지속 증가 대비

‘별의 순간’이란 무엇인가. 한 인간의 미래를 결정하는 운명의 순간이다. 누군가에게는 선대의 말 한마디가 웅장한 울림이 되고, 어떤 이에게는 책에서 읽은 한 구절 또는 사소한 이벤트가 거대한 변화를 일으키는 별의 순간이 되기도 한다.

기업인에게도 별의 순간이 있다. 이 별의 순간은 기업인 개인의 운명은 물론 국가미래까지 변화시키는 ‘터닝 포인트’다. 산업을 재편하고, 일반인의 일상과 사회의 미래까지 바꾸는 거대한 수레바퀴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별의 순간은 고(故) 정주영 현대그룹 선대 회장의 밥상머리 교육이었다. 김범수 카카오 의장은 애플의 아이폰을 보고는 스마트폰 시대에 ‘사람이 모이면 돈이 되겠다’는 단순한 생각에 카카오톡을 창업한다. 단순한 생각이 그에게는 카카오를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게 하는 터닝 포인트였다.
<녹색경제신문>은 대한민국의 현재와 미래를 움직이고, 결정하는 주요 기업인들의 인간적인 면모와 함께 오늘 그들의 성공을 가져온 터닝 포인트와 위기에 임하는 그들의 자세 등을 다루는 ‘CEO 이야기’를 연재합니다. 독자 여러분의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 [편집자 註(주)]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전기]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전기]

삼성전자를 지금의 메모리반도체 기술 강자로 만드는 데 큰 공을 세웠던 한 공학도가 이제는 더 세밀한 기술력을 요구하는 부품산업 장벽을 뚫기 위해 삼성전기의 진두에 섰다.

“오는 2026년까지 삼성전기를 2배 규모로 성장시키겠다. 올해는 불확실한 미래를 사전에 철저히 준비해 올해 경쟁사와 시장성장을 뛰어넘는 성장으로 ‘최고의 성장기업’ 비전 달성의 초석을 마련하는 해가 될 것이다”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의 포부가 남다르다. 최고의 성장기업을 만들겠다는 장대한 목표와 함께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한 움직임도 매우 분주하다.

뼛속까지 공대생으로 살아온 그가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인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패키지 기판, 카메라모듈 등 글로벌 시장에서 제대로 진가를 발휘해 또 한 단계의 기술장벽을 뛰어넘는 업적을 달성할 수 있을지 세계가 주목하고 있다.

◆터닝포인트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이끈 반도체 전문가, ‘세계 최초’ 3차원 V낸드 개발 주도해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전기]
경계현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 [사진=삼성전기]

서울대학교에서 학·석·박사 학위를 모두 취득한 경계현 사장의 전공은 제어계측공학으로 통일됐다. 제어계측공학은 로봇, 컴퓨터, 자동화 기계 등 미래 자동화시스템을 구현하는 데 필요한 핵심 기술을 교육하는 공학으로, 그는 삼성의 반도체 관련 사업에 적절한 엘리트 코스를 밟은 셈이다.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되기 전, 그는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에 도합 26년간 몸을 담가온 메모리 숙련자였다.

처음 D램 설계팀에 들어와 10년간 경험을 쌓으며 상무 자리에 올랐고, 이후에는 플래시개발실에서 임원직을 맡아 낸드플래시 기술 개발에 온 힘을 쏟았다.

그리고 마침내, 이곳에서 그의 인생에 손꼽힐만한 커다란 업적을 달성한다. 메모리사업부 플래시개발실 담당 임원 시절, 세계 최초 3차원 입체 형태의 V낸드 개발에 성공한 것이다.

V낸드는 지금까지 단층으로밖에 배열할 수 없었던 메모리셀을 수직구조로 쌓아 올려 미세화 기술의 한계를 극복한 제품으로 평가받는 혁신 기술이다. 이때부터 V낸드는 반도체 업계의 표준처럼 보편화된 기술이 됐고, 지금은 이러한 수직구조를 바탕으로 단수를 얼마나 더 쌓아 올릴 수 있느냐에 따라 기술력이 평가되고 있다.

경계현 사장은 당시 V낸드 개발을 주도한 공로를 인정받아 ‘자랑스러운 삼성인상’ 기술상을 수상했으며, 이어 2019년 메모리사업부 솔루션개발실장을 거쳐 2020년 한 번 더 승진하는 동시에 삼성의 부품사업을 담당하는 삼성전기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삼성전기의 수장이 된 이후에도 임기 첫해부터 양호한 실적을 이끌며 업계 기대에 부응했다. 2020년 초 코로나19로 경기가 위축됐음에도 불구하고 그는 전년 대비 실적을 개선하는 데 성공했으며, 매출과 영업이익 각각 역대 3번째, 2번째 수준을 달성했다.

경 사장이 악조건을 헤치고 기분 좋은 시작을 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기술력을 끌어올리기 위해 한순간도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임기 초 임직원을 대상으로 진행한 경영현황 설명회에서 경계현 사장은 “삼성전기는 양적·질적 성장을 통해 기술이 강한 회사로 도약할 것이다. 코로나19로 경영환경 불확실성이 증가했지만 임직원 잠재력을 바탕으로 목표는 반드시 달성한다는 믿음과 성공 경험으로 세계 최고를 만들어보자”라고 강조한 바 있다.

◆성공과 위기

“MLCC 덩치 키운다”...‘전장용 MLCC’ 신제품 개발 및 공장 증설로 시장 확대

삼성전기의 자동차용 MLCC가 보쉬 글로벌 우수 공급업체상을 수상했다. [사진=보수 뉴스룸 홈페이지]
삼성전기의 자동차용 MLCC가 보쉬 글로벌 우수 공급업체상을 수상했다. [사진=보수 뉴스룸 홈페이지]

경 사장이 먼저 주목한 분야는 삼성전기의 주력 사업인 적층세라믹캐패시터(MLCC) 기술이었다. MLCC는 반도체가 원활하게 동작할 수 있도록 전기를 공급해주는 핵심 부품으로, 부품 크기 자체가 머리카락보다 얇은 수준에 육안으로도 잘 보이지 않아 극한의 기술장벽을 요구한다.

삼성전기의 MLCC 공정 기술력은 업계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으로 인정할 만큼 뛰어났지만, 시장 점유율에서는 늘 일본 무라타에 밀려 2위에 머물렀다.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도 삼성전기 부산사업장의 생산라인을 방문하는 등 내부적으로도 MLCC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상황, 이에 경계현 사장은 컴포넌트설비 선진화 TF를 구성하고 MLCC의 생산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전략 짜기에 집중했다.

고심 끝에 그가 내린 판단은 MLCC 시장에서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동차 전장용 MLCC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것이었다.

최근 자동차에 들어가는 첨단운전자보조시스템용 전자제어장치 탑재량이 증가하면서 차량당 들어가는 MLCC도 1만개 이상 증가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올 만큼 수요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특히, 자율주행차와 전기차 시대가 도래함에 따라 고성능 MLCC의 필요성은 더욱 부각되고 있다.

경계현 사장은 이 시장을 공략하기로 했다. 이러한 결정은 결국, 전장용 MLCC 시장을 독점하는 무라타에 정면 승부를 선언한 것이나 다름없었다.

삼성전기의 자율주행용 MLCC. [사진=삼성전기]
삼성전기의 자율주행용 MLCC. [사진=삼성전기]

이제 계획은 다 짰다. 경 사장의 지휘하에 삼성전기는 자동차 파워트레인(동력전달계)과 제동장치에 들어가는 MLCC 5종을 개발하는 데 성공했으며, 지금까지도 전장용 MLCC 신제품 중에는 독자 재료와 공법을 적용해 업계 최고 성능을 구현했다고 평가받는다.

신제품 개발에 힘입어 삼성전기는 전장용 MLCC 공장 증설에 속도를 내면서 본격 무라타와의 기술 및 점유율 경쟁에 돌입했다.

삼성전자에서의 업적과 더불어 이곳 삼성전기에서 역시 신제품 개발에 성공한 경계현 사장은 대한전자공학회로부터 한국 전자부품 기술력을 높인 공로를 인정받아 해동기술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여기에서도 그의 지극한 공학 사랑을 엿볼 수 있는 것이, 경 사장은 해동기술상을 받으면서 탄 2500만원의 상금을 전액 IT·공학 분야 인재육성을 위해 기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과제

MLCC 포함 모듈·기판 등 3대 주력 사업에 집중

경계현 사장이 주목하는 삼성전기의 주력사업은 MLCC 이외에도 모듈 및 기판사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모듈사업에서는 ‘선택과 집중’이라는 전략을 내세우고 있다. 올 1월 삼성전기는 국내 중견기업 켐트로닉스의 자회사인 위츠에 와이파이 모듈 사업을 1천 55억원에 매각하는 계약을 추진했지만, 체결 직후 5월 위츠가 돌연 계약을 해제하면서 매각이 무산된 바 있다.

당시 위츠는 와이파이 모듈사업 시장이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고 이에 따른 수익성 역시 악화 가능성이 크다고 판단, 계약을 해제했다고 밝혔다.

그런데 삼성전기가 최근 다시 수원사업장과 태국 자회사 ‘삼성 일렉트로 메카닉스’ 내 와이파이 모듈사업 매각을 추진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사업구조개편을 위한 전략으로 해당 사업 매각은 꼭 필요하다고 판단한 것이다.

와이파이 모듈사업 대신 5G 통신 모듈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한다. 향후 1조원 규모의 사업으로 키우는 것이 경계현 사장의 목표이며, 이를 위해 모듈사업 자체를 기술중심사업으로 탈바꿈하겠다고 선언했다.

지난해 호실적을 거둔 기판사업의 성장성도 높게 평가하고 있다. 반도체 수급 부족 현황 속에서 패키지 기판의 수요와 가격이 지속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기 때문이다.

삼성전기는 “기판사업의 축적된 재료제어·공정·제품기술 등 안정된 공급능력을 바탕으로 고객사와 긴밀한 협력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연구개발 역량을 집중해 미세회로 패턴과 차세대 패키지 등 새로운 기술과 제품을 개발하기 위해 지속 노력하고 있다”라며, “올해도 고부가 제품을 중심으로 생산량을 확대해 고객 수요에 최대한 대응할 수 있게 준비할 것”이라고 전했다.

고명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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