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락하는 애널리스트①] “신뢰도 잃고 몸값도 떨어지고”…'스타 애널리스트'가 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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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락하는 애널리스트①] “신뢰도 잃고 몸값도 떨어지고”…'스타 애널리스트'가 사라진다
  • 노우진 기자
  • 승인 2021.06.10 17:3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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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금융계가 아니라 바이오 벤처기업으로?…업계 뛰쳐나간 애널리스트, 새로운 도전 뛰어들어
- “업계의 새로운 바람을 이끌겠다” 증권사 떠나 발돋움한 前 애널리스트들
[사진=Pixabay]
[사진=Pixabay]

과거 ‘증권사의 꽃’으로 불렸던 애널리스트의 몸값 하락이 가속화하고 있다. 투자자들은 물론 소속 회사에서조차 싸늘한 시선을 보내기 일쑤다. 

그야말로 '엑소더스' 수준이다. 아예 짐을 싸서 증권가를 떠나는 애널리스트가 갈수록 늘고 있다.   

애널리스트들은 과거의 독보적인 지위는커녕 각종 증권 관련 채널들과 힘겨운 경쟁을 벌이고 있다. 투자자들 사이에선 "애널리스트보다 증권 유튜버가 낫다"는 우스갯소리가 오간다. 


의심 받는 리포트…"인원도 줄고 신뢰·위상도 떨어져"


주가 흐름에 선행하지도, 그렇다고 현 흐름을 제대로 반영하지도 않는 목표주가 제시에 대한 투자자들 불만이 높다. 신뢰가 떨어지다보니, 드물지만 간혹 등장하는 매도 리포트를 두고 "공매도 세력과 모종의 관계가 있는 거 아니냐"는 의심을 받기도 한다.

애널리스트 추락은 리서치센터의 위상 하락과 맞물린다. 여기에는 증권사 수익구조의 변화가 놓여 있다. 증권사가 수익구조 다변화를 꾀하면서 IB(투자은행)·WM(자산관리)의 역할이 커진 반면 리서치 센터의 위탁매매 수수료율은 떨어졌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증권사 내부적으로 ‘이제 리서치 센터는 돈이 안 된다’는 말이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10일 기준 증권사 애널리스트 인력 규모는 1050명이다. 작년 말 1049명이었다는 것을 감안하면 규모가 늘지 않은 셈이다. 증권사별 애널리스트 숫자 역시 적다. 대형 증권사의 리서치 센터 인원도 50명을 넘지 않는 경우가 허다하다.

10여년 전인 2010년에 비하면 규모가 3분의 1가량 줄어들었다. 당시의 국내 애널리스트 수는 1508명이었다. 규모가 확대되고 상장 기업의 숫자가 늘어난 시장 흐름과 정반대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RA 과정 지원자가 예전만큼 많지 않고 대부분 IB나 WM 부서를 선호한다”며 “애널리스트라는 직군 자체에 대한 관심도도 많이 낮아진 것 같다”고 말했다. RA 과정은 리서치 어시스턴트로 애널리스트가 되기 전 밟는 단계다.

그는 이어 “처음 입사했을 때와 비교하면 규모가 줄어들고 위상이 달라졌다는 것이 수치 이상으로 체감된다”고 덧붙였다.

일반적으로 증권시장이 활기를 띠면 애널리스트 숫자도 늘어난다. 올해는 코스피 지수가 3000선을 돌파하는 건 물론 신고가도 경신했다. 이런 호황에서도 업계에 뛰어드는 ‘새로운 얼굴’은 줄어들고만 있다.


“이제는 새로운 도전을 할 때”…스타 애널리스트마저 업계 떠나


스타 애널리스트가 업계를 떠나는 일도 늘고 있다. 제약·바이오 분야의 한 스타 애널리스트는 삼성의 경제연구소로 적을 옮겼다.

아예 업계를 떠나 새로운 둥지를 찾은 애널리스트가 속속들이 나오고 있다. 최근 업계를 떠난 애널리스트가 주로 찾은 것은 바이오 분야의 벤처기업이다. 코로나19로 인해 제약·바이오 분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자 기업들이 앞다퉈 ‘전문가’를 모신 것이다.

한화투자증권의 바이오 분야 연구원이었던 신재훈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진단키트 회사인 랩지노믹스의 재무담당 이사로 이직했다. 회사 내에서는 투자·재무 관리를 맡을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유전체 분석업체 지니너스의 재무담당 상무 역시 리서치 센터 출신이다. 구완성 지니너스 상무는 지난해까지 NH투자증권에서 바이오 분야를 담당하는 연구원이었다.

지니너스는 코스닥 상장 추진하고 있고 구 상무는 바이오 애널리스트 출신 최초로 IPO(기업공개)를 성공시키겠다는 포부를 드러냈다. 구 상무는 IPO 절차는 물론 자금 조달과 IR(기업설명) 등을 총괄하고 있다.

구 상무는 2017년과 2018년에 잇달아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된 적 있을 정도의 실력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베스트 애널리스트로 선정된다는 것은 실력은 물론 업계 내의 입지도 확실하다는 뜻”이라며 “그런 애널리스트가 업계를 떠난다는 건 이례적인 일”이라고 설명했다.

이외에도 진홍국 한국투자증권 애널리스트가 알토스바이오로직스에 최고 재무책임자로 합류한다. 알토스바이오로직스 역시 상장을 준비하고 있어 진홍국 애널리스트는 IPO 과정 등을 주도할 것으로 보인다.


경험 살려 새로운 도전하는 '전직' 애널리스트, "나는 나만의 길을 간다" 


업계를 떠나는 대신 기존의 둥지인 리서치센터를 떠나는 애널리스트도 있다. 경험을 살려 금융계 내에서 새로운 도전을 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애널리스트의 옷을 벗고 새로이 도약한 사례가 여럿 있다. 

로보어드바이저 업체인 AIM(Automated Investment Management) 대표 역시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이지혜 AIM 대표는 회사 창업 배경을 설명하며 금융계에서 애널리스트로 쌓은 경험을 이공계 배경과 결합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이처럼 애널리스트의 경험을 활용해 이직을 하는 경우도 많다. 주로 전문성을 인정받을 수 있는 벤처캐피털(VC)나 자산운용사 등이 대상이다. 이 대표의 경우와 같이 금융계 내 새로운 기업을 설립하는 애널리스트도 종종 찾아볼 수 있다.

현재 데일리 파트너스를 이끄는 이승호 대표 역시 베스트 애널리스트 출신이다. 메리츠증권과 KB증권의 리서치 센터를 거친 이태영 팀장은 현재 SBI인베스트먼트에서 활약하고 있다.

애널리스트의 이직은 낯선 일이 아니지만 그들이 향하는 곳은 새롭다. 증권사 한 관계자는 “이전까지는 애널리스트들이 주로 다른 증권사 리서치 센터로 이직을 했다”며 “반면 지금은 증권사가 아니라 아예 다른 곳으로 옮기는 일이 대부분”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때는 ‘귀한 몸’인 애널리스트를 모셔가기 위해 증권사 간 경쟁이 치열했다”며 “하지만 지금은 애널리스트가 퇴출 1순위로 꼽힌다는 우스갯소리가 있을 정도라 다들 증권사를 떠나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노우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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