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가 바꾼 한국경제⑰] '코로나 쇼크' 정유업계, 실적 회복 순풍에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 마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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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가 바꾼 한국경제⑰] '코로나 쇼크' 정유업계, 실적 회복 순풍에 지속가능한 성장 발판 마련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5.2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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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유업계 지난해 역대 최악 실적 기록하며 코로나 쇼크 한몸에 받아
- 친환경 사업, 탈정유 사업 확대 등 계기 되기도

코로나19를 계기로 한국경제 지형도가 빠르게 바뀌고 있습니다. 쿠팡 100조원 기업가치 돌파가 상징하듯 집콕 트렌드로 온라인 쇼핑몰 시장은 급팽창 국면에 돌입했고 자연스럽게 프리미엄TV 수요가 크게 늘었습니다. 온라인 쇼핑몰 시장이 뜨면서 글로벌 물류 수요가 늘었으며 이에 따라 조선업도 활황입니다. 네이버, 카카오 등 온라인 대장기업들은 포털, 금융, 쇼핑, 엔터테인먼트 등 전방위에 걸쳐 기존 산업을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변화는 화학적 영향을 서로 주고받으며 2차, 3차 변화를 일으키고 있습니다. 바야흐로 한국경제 대변혁의 시대입니다. 녹색경제신문은 창간 10주년을 맞아 코로나19가 바꾼 한국경제 지형도를 시리즈로 정리합니다. [편집자 주]

정유업계는 항공업계과 함께 지난해 코로나19 쇼크를 가장 직접적으로 받은 업종으로 분류된다. 지난해는 정유4사가 지난해 5조원이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생존하기 위해 발버둥 친 한해였다. 

하지만 코로나19라는 환경적 리스크는 정유업계로 하여금 과감한 사업구조 재편과 함께 지속가능한 성장을 추구하게 되는 계기를 만들어 주게 된다. 전자, 자동차 등 변화에 민감하게 움직이던 것과 달리 정유업계가 굼뜨게 대응해 온 것도 사실이었지만 조단위 적자가 현실화되자 정신을 번쩍 들게 했다. 

다행히 올해 들어 정유업계는 정제마진까지 회복되며 완연한 실적 개선세를 보이고 있다. 정유업계는 저탄소, 친환경 사업을 가속화하는 등 새로운 변신을 추구하며 코로나라는 위기를 기회로 만들기 위해 노력 중이다.

정유업계 생산공장 이미지.

지난해 코로나 쇼크 기록했던 정유업계, 올해는 다르다

지난해 국내 정유업계는 4개사(SK이노베이션·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를 통틀어 5조1000억원의 영업적자를 기록했다.

이중 적자를 가장 많이 본 기업은 SK이노베이션이다. SK이노베이션은 지난해 영업손실 2조5688억원을 기록했다. 에쓰오일도 영업손실이 1조877억원에 달했다. 현대오일뱅크와 GS칼텍스도 이들보다 적자 규모가 적었을 뿐 창사 이래 최악의 한해를 겪어야 했다. 현대오일뱅크의 지난해 영업손실은 5933억원, GS칼텍스는 9192억원으로 집계됐다.

정유사들은 주력사업인 정유사업에서 나란히 큰 적자를 냈다. 코로나 팬데믹 확산에 유가가 급락한데다 석유제품 수요가 줄면서 수익성 지표인 정제마진이 손익분기 이하로 유지돼 이중, 삼중의 타격을 받았다.

업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인한 석유제품의 수요 급감으로 정제마진이 악화됐다"며 "국제 유가 하락하면서 재고평가손실까지 일어나 실적에 악영향을 끼쳤다"고 말했다.

하지만 올해 들어서는 코로나 여파에서 완전히 회복되는 기미를 보이고 있다.  SK이노베이션과 에쓰오일, 현대오일뱅크, GS칼텍스는 올해 1분기 2조177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 지난해 1분기 4조원이 넘는 손실에서 1년 만에 흑자로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정유업계 실적 개선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유가 상승과 수요 회복에 따른 정제마진 개선 등이 꼽힌다. 한국석유공사 페트로넷에 따르면 두바이유 가격은 지난해 1월 말 60달러 아래로 떨어진 이후 4월에는 10달러대까지 추락했다. 연말까지는 30~50달러대를 오갔다. 올 들어 2월부터는 60달러대를 안정적으로 유지하고 있다. 코로나19 직전인 지난해 1월 초 수준이다.  

정유사는 안정적인 원료확보 차원에서 2~3개월어치를 미리 사둔다. 보유 중인 원유의 가치는 실적 평가 시점의 원유가로 평가되는 만큼 유가 상승이 재고 평가이익에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19 백신 보급의 시작으로 휘발유 가격이 크게 오른 점도 실적을 견인했다.

증권가에서는 올해 정유업계의 실적을 매우 긍정적으로 본다. 황규원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1980년, 2009년에 이어 2021년 글로벌 정유설비 폐쇄에 따른 정유 업황 회복 사이클이 시작됐다"며 "올해 말 정유업체 손익분기점인 배럴당 4달러를 뛰어넘어 평균 수준인 6달러 전후까지 복원될 가능성이 높아 보이는데, 올해 2분기가 시작점"이라고 분석했다.

자료: 금융감독원 전자공시

정유4사 사업구조 대전환으로 지속가능한 성장 추구

실적이 확연한 개선세를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지난해부터 추진한 사업구조 대전환은 정유업계의 지속가능한 성장에 큰 보탬이 될 전망이다. 

코로나가 정유업계에 불러온 변화는 사업구조의 대전환이라 볼 수 있다. 정유4사는 당장 직접 수익에 보탬이 안 되더라도 장기적 수익창출 구조 마련을 위해 위기극복 플랜을 마련했는데 탈정유와 친환경으로 요약된다. 

정유업계는 글로벌 경영 트렌드로 부상하고 있는 환경·사회·지배구조(ESG) 경영을 강화하고, 포스트 코로나 시대에 저탄소·친환경 기반의 '그린뉴딜' 정책이 확대됨에 따라 석탄·석유 등 화석연료가 아닌 친환경 사업을 수익구조로 삼아 지속 성장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SK이노베이션은 전사의 성장과 ESG경영을 완성하는 전략인 '그린밸런스 2030'의 강력한 실천을 통해 그린사업에서도 선도기업으로 자리매김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그린밸런스 2030은 2030년까지 환경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완전히 상쇄하겠다는 중장기 성장 전략이다. 이를 위해 지난해 말 관련 목표를 구체화하고 차세대 배터리연구센터를 신설하는 등 조직개편을 단행했다. 석유화학 중심으로 성장해 온 과거와 달리 배터리 사업 등에서 보여준 딥체인지 전략을 바탕으로 친환경 분야에 집중해 성장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본격 성장궤도에 오른 배터리 및 관련 소재 사업은 물량 및 기술에 대한 초격차 투자를 지속 실행해나가고 석유·화학사업 부문에서도 친환경 제품 개발, 생산 프로세스 개선 등 그린 비즈 중심의 사업구고 재편 작업을 추진하고 있다. 이외에도 친환경 신규 사업 발굴에 지속 나설 계획이다.

GS칼텍스 친환경경영 로드맵

GS칼텍스는 폐플라스틱 재활용 소재로 만든 복합수지를 기반으로 ESG경영을 강화하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의 플라스틱 공병 100톤을 재활용해 친환경 복합수지로 만들기로 하는 MOU를 체결하기도 했다.

GS칼텍스는 지난 10년간 자원효율화 및 탄소 저감을 위한 친환경 연구를 지속하고 있으며 이를 통한 순환경제 시스템 구축에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으로 원재료인 프로필렌부터 중간재 폴리프로필렌, 최종재 복합수지까지 수지계열화하면서 국내 정유사 중 유일하게 친환경 복합수지를 생산하고 있다. 복합수지는 화장품 용기, 자동차 부품, 가전 부품 등의 원재료로 사용되는 기능성 플라스틱이다.

아울러 지난해 11월부터 주유소에 '에너지플러스 허브'라는 브랜드를 런칭해 주유, 세차, 정비 등 기본업무는 물론, 전기차 및 수소차 충전, 카셰어링, 모빌리티 대여, 드론 배송, 편의점 및 카페 등 다양한 서비스를 누릴 수 있도록 준비하고 있다.

에쓰오일도 지난해 말 에너지 전환과 탄소중립 의지를 밝힌 '비전 2030 성장전략'을 통해 '친환경 에너지 화학기업'을 목표로 한 투자 로드맵을 세웠다.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분야 투자를 일관성 있게 지속해 기존 사업의 3대 축인 정유-석유화학-윤활유사업의 수익성을 극대화하고 수소, 연료전지, 리사이클링 등 신사업 분야에도 진출한다는 전략이다.

2018년 5조원들 들여 완공한 정유·석유화학 복합시설(RUC&ODC)에 이어 새롭게 추진하고 있는 2단계 석유화학 프로젝트 '샤힌 프로젝트'를 하반기 재개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석유화학 비중을 생산물량 기준 현재 12%에서 2030년 25% 수준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AI, 플렉서블 배터리, 스마트 플랜트 등 잠재력이 큰 분야에 벤처기업 투자와 친환경 사업 투자에도 적극 나설 방침이다. 지난해 말 고성능 아스팔트 생산용 유황개질재 기술을 보유한 벤처기업 범준이앤씨(E&C)에 지분을 투자하기도 했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7일 하니웰 UOP와 기술 협력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고, 기존 정유 공장을 RE(Renewable Energy·친환경 에너지) 플랫폼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지난 27일 하니웰 UOP와 기술 협력 양해 각서(MOU)를 체결하고, 기존 정유 공장을 RE(Renewable Energy·친환경 에너지) 플랫폼으로 전환한다고 밝혔다.

현대오일뱅크는 탄소배출량을 2050년까지 현재 수준의 70% 수준으로 감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탄소중립 그린성장'을 선언했다. 이에 따라 지난해 678만톤에 달했던 탄소배출량은 2050년 499만톤으로 줄일 예정이다. 

이를 위해 친환경 성장을 강력히 추진하는 동시에 신사업 진출을 통해 미래 성장 동력까지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일례로 원유 정제 과정에서 나오는 이산화탄소를 탄산칼슘과 메탄올로 전환하는 'CCUS 기술'을 개발 중이다. 이 기술이 올 하반기 상용화될 경우 연간 이산화탄소 예상 감축량은 54만톤, 2030년부터는 연간 1000억원 이상의 영업이익 개선 효과도 기대된다.

자회사 현대케미칼의 올레핀 제조 설비 HPC를 통해 하반기부터 태양광 발전용 패널의 원료인 EVA(에틸렌비닐아세테이트) 생산을 본격적으로 시작할 예정이다. 

친환경 생산설비 고도화에도 투자한다. 기존 공장에는 탈황 설비와 온실가스, 대기오염 물질 저감시설을 구축할 예정이며 2024년까지 현재 보유 중인 3기의 중유보일러는 LNG보일러로 교체된다. 나아가 2050년까지 공장 운영에 필요한 전력 전량을 신재생에너지로 대체한다는 목표다. 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세계 최다 에너지·석유 화학 관련 특허 보유 업체인 하니웰 UOP와 손잡고 정유 공장을 친환경 에너지 플랫폼으로 바꾼다고 밝히기도 했다.

정유업계 관계자는 "전 세계 친환경 기조가 강화되면서 미래 모빌리티에 대한 관심이 급증하고 있고, 경기 회복세에 돌입하면서 정유 업계가 호황기를 맞이하고 있다"며 "코로나로 지난해 유례없는 위기를 겪었지만 친환경 사업으로 전환이 가속화되면서 정유업계의 생존력이 커진 점은 긍정적으로 작용한 부분"이라고 말했다.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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