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 칼럼] 미국에 서로 "일자리 늘리겠다"고 다투는 SK와 LG에 꽂히는 싸늘한 민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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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 칼럼] 미국에 서로 "일자리 늘리겠다"고 다투는 SK와 LG에 꽂히는 싸늘한 민심
  • 김국헌 기자
  • 승인 2021.03.16 14: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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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경쟁으로 번져
한국은 일자리 없어 아우성인데...양사 분쟁 바라보는 국민 시선 '싸늘'
미국만 배불리는 양사간 다툼을 그만두고 대승적 차원에서 합의해야

"대통령 거부권을 행사해야 조지아주 '실업대란'을 막을 것이다"(SK이노베이션)
"SK가 건립 중인 조지아주 배터리 공장을 LG가 인수할 수도 있다."(LG에너지솔루션)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경쟁으로 번지는 양상이다. 미국 일자리를 앞세워 소송의 향방을 결정할 ‘대통령 거부권 행사’에 SK이노베이션과 LG이노베이션이 내건 명분은 결국 '일자리'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조지아주 투자를 위해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기대하고 있다. 조지아주 정치권에 열심히 로비한 결과 성과도 얻어내고 있다. 

조지아 주정부는 지난 12일(현지 시간) 바이든 대통령에게 국제무역위원회(ITC)의 SK이노베이션 배터리 수입금지 판결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해 달라고 요청했다. 켐프 조지아 주지사는 바이든 대통령에게 보낸 서한에서 "SK의 공장이 바이든의 목표에 정확히 부합하며 수천 개의 일자리를 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에 질새라 바로 입장을 밝힌다. 김종현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최근 래피얼 워녹 주 상원의원에게 서한을 보내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 인수를 시사했다. 김종현 사장은 서한에서 "조지아주 주민과 노동자를 위해 무엇이든 할 준비가 돼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의 조지아주 공장을 인수하고 운영하는데 LG에너지솔루션이 참여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세간에 LG에너지솔루션이 합의금 대신 3조원 규모의 미국 조지아 공장을 얻어낸다는 얘기가 돌았는데 그 말이 사실인 듯하다. LG에너지솔루션이 원하는 합의금도 3조원, SK이노베이션의 미국 조지아 공장도 3조원으로 금액은 비슷하다. 

LG에너지솔루션은 또 “2025년까지 미국에 5조원 이상을 투자하고 독자적으로 2곳 이상의 배터리 생산 공장을 지을 것”이라며 이 투자로 1만개 이상의 신규 일자리가 생길 것"이라고 강조했다. 

SK이노베이션이 거액의 합의금을 지불하기보다는 투자를 통해 거부권 행사를 이끌어내려는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도 거액의 투자를 제안하면서 '맞불작전'을 구사하는 셈이다. 

여기서 나온 중요한 명분이 '일자리'다. LG와 SK의 배터리 영업비밀 침해 소송이 미국 내 일자리 창출 경쟁으로 번지고 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친환경 사업을 중심으로 고용 확대를 강조하면서 양사가 앞세우고 있는 것도 일자리다. 

양사는 이번 분쟁에 사활을 걸었다. 무슨 수를 써서라도 이겨야 한다. 그러기 위해 미국에 일자리 창출을 약속해야 하는 처지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문제는 미국에서 수천명의 일자리를 만들어내겠다는 양사의 약속이 우리나라 국민들에게 허탈감을 불러오고 있다는 점이다. 

현재 한국은 일자리가 없어 아우성이다. 4대그룹 중 삼성을 빼고는 신입 공채를 없애고 수시채용과 경력채용으로 바꿨다. 4대그룹 외에 대기업들도 마찬가지다. 구인구직 매칭플랫폼 사람인이 대기업 201개사를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 신입을 뽑겠다는 기업 47.3%보다 경력을 채용하겠다는 기업이 55.2%로 더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실업자는 급증하고 있다. 지난달 실업급여 지급액은 5개월 만에 다시 1조원을 넘어섰다.  지난달 구직급여 지급액은 1조14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7819억원)보다 2330억원(29.80%) 급증했다.  지난달 10일 발표된 1월 고용동향에서 취업자수는 지난해 1월 대비 98만2000명 감소했다. 그야말로 일자리 대란이 아닐 수 없다. 

이런 국내 상황 속 미국에서 일자리 창출을 부르짖는 SK이노베이션과 LG에너지솔루션을 바라보는 국민들의 마음은 착잡하기만 하다. 관련 기사 댓글창에는 "남의 나라에서 뭐하는 짓들인지 결국 미국만 좋은 일 시키는 구나", "왜 이렇게 미국에서 싸우는건가. 우리나라에 투자해라", 국내 대표기업들이 남의 나라가서 이 무슨 망신인가"라는 의견들이 주류를 이룬다. 

수조원에 달하는 돈을 국내에 투자해 일자리를 창출할 생각은 없고, 미국에 서로 조 단위를 투자하겠다고 나선다. 미국에 일자리를 늘리겠다는 한국 두 대표기업의 대명분은 국민적 공감을 얻지 못하고 있다. 한국의 두 회사가 미국의 환심을 얻기 위해 저래야 하는 상황도 씁쓸하기만 할 뿐이다. 

양사에게 대승적 차원의 합의를 촉구한다. 국민에게 실망감을 주고, 해외에서 망신을 당하는 현 시국을 어떻게서든 종결시켜야 한다. 지금도 막대한 소송비용으로 미국만 배불려 주고 있다. 미국은 양사의 다툼으로 자국 이익을 극대화 시킬 게 뻔하다. 양사가 한발씩 양보해 적당한 선에서 합의하는 미덕을 기대하기에는 너무 멀리 와버린 것일까. 
 

 

김국헌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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