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정치권은 선동 그만두고 '이 생애는 포기'한 젊은이에게 현질적인 꿈과 희망 심어줘야
대한민국의 최대 위기는 코로나19 사태도, 북한의 핵무기도, 정치의 부재(不在)도 아니다. 바로 오늘 대한민국이 당면한 최대 위기는 인구감소다. 코로나도 북의 핵무기도 정치 부재로 인한 고통과 혼란도 백신과 대화 등으로 풀어나갈 수 있는 문제다.
인구가 빠른 속도로 줄어드는 문제는 그 차원이 다른다. 인구감소는 지구상에서 대한민국 국민과 고유문화, 언어가 언젠가는 지구상에서 통째로 사라질 수 있는 절실함이다.
2019년 11월 출생아가 사망자를 1600명 밑돌며 한국은 인구 자연감소 시대에 처음 진입했다. 그해 전체 합계 출산율은 0.92명으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단연 꼴찌이다. 합계 출산율이 1.0 이하인 국가는 전 세계에서 한국이 유일하다. 작년의 경우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혼인 건수도 역대 최소치로 집계됐다. 인구감소는 한반도 역사상 최대 위기다.
인구감소는 희망의 상실과 동의어다. 연애 결혼 출산 내집마련 등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늘어나고 있어서다. 젊은이들이 이성을 찾아 연애하고, 결혼해서 애도 낳고 집도 마련하는 평범한 일상의 꿈과 희망은 엄두도 내지 못하고, 자신의 미래도 확신하지 못하는 현실 탓이다.
“N분의 1도 못하는데 어떻게 두 사람, 세 사람을 먹여 살릴 수 있겠어요.” 천만다행(?) 결혼은 했으나 출산을 포기한 30대 초반 한 젊은이의 자조 섞인 말이다.
대학 졸업 후 서울서 직장을 다니는 20대 후반~30대 초반의 지방 출신 젊은이들의 대부분이 지하, 반지하 또는 침대 하나 놓고 나면, 책상에 의자도 놓을 수 없는 원룸에서 산다. “젊어서 고생은 사서라도 한다”거나, ‘라떼는 말야~~’하면서 젊었을 때 고생했던 얘기는 오늘을 사는 젊은이들에게는 사치에 불과하다.
젊은이들의 꿈과 희망을 앗아가는, 가로막는 현실의 벽은 거창할 것도 없다. 내집과 좋은 일자리다. 이 두가지가 젊은이들의 가슴에 피멍이 들게 한다. 너나할 거 없이 정치인들은 젊은이들에게 내집마련의 꿈과 좋은 일자리에 대한 희망을 주고 있지만, 알고보니 다 선동(煽動)에 불과했다.
달라진 것은 아무것도 없고, 젊은이들은 ‘3포세대’(연애 결혼 아이 포기)에서 ‘4포세대’(연애 결혼 아이 내집마련 포기)로 퇴화하더니, 급기야 ‘이생포’(이번 생애는 포기한다) 지경에 이르렀다.
이념에 사로잡힌 정치, 이념실현에 매달린 정책으로 내달리는 사이 지금 대한민국에 사는 젊은이들은 그들의 꿈과 희망을 빼앗겼다. 지금 이 순간 우리는 살려는 사람보다 죽는 사람이 더 많은 한번도 경험하지 못한 경험을 하고 있다.
방형국 기자 re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