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경칼럼]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정의로운 결과는 기대하지 않는다...상식적이기만 바랄 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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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경칼럼] 평등한 기회·공정한 과정·정의로운 결과는 기대하지 않는다...상식적이기만 바랄 뿐
  • 방형국 기자
  • 승인 2021.06.24 15: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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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지난 1월 작성한 ‘지금 대한민국이 처한 최대 위기는?’이라는 제목의 칼럼에서 인구 감소의 심각성을 다뤘다. 인구가 줄어드는 것도 문제지만, 줄어드는 속도가 끔찍하다는 내용이다.

그러면서 앞날이 더 걱정된다고 했다. 살면서 누리거나, 해야 할 모든 일상을 포기하는 젊은이들이 크게 늘어나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은 N포세대라 불린다. 취업과 연애, 결혼과 출산, 내집마련과 노후준비 등의 일상을 포기한 채 살고 있어서다.

지금 젊은이들은 과거 우리 세대에 비해 너무 불쌍하다. 부모세대보다 못 사는 첫 세대가 될 것이라는 말을 듣는 그들이다. 당장 일자리가 필요한 이들에게 미래에 대한 비전, 계획, 꿈을 말하는 것은 사치다.

이들이 갖는 좌절감은 기성세대가 다음 세대에게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국가의 리더는 다음 세대를 생각해야 하는데, 지금의 정치꾼들은 오직 다음 선거만을 머리에 두고 온갖 협잡과 꼼수로 일관한다. 꼼수는 결코 오래 갈 수 없다. 진정성이 없기 때문이다.

문재인 대통령이 청와대 청년비서관에 25세의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을 내정한 것을 놓고 많은 말이 나온다. 나이 25세에 운 좋게 행정고시에 합격하면, 5급 공무원이 된다. 그리고 25년 정도 일해서 운이 한 번 더 좋으면 1급이 될 수 있는데 무려 25살에 1급이 됐다. 태어나자 마자 ‘행시패스’다.

이걸 놓고 지금 이 순간에도 어두운 지하방에서 수년간 공무원 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이 땅의 수많은 젊은이들이 좌절감과 허탈감을 느끼는 것은 지극히 당연하다. 금수저에 치이고, 청와대 특채에 밟히고... ‘아빠찬스’, ‘엄마찬스’를 가뿐히 뛰어넘는 ‘대통령 찬스’라고 해야할까. ‘채용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문재인 정부의 공약은 허사(虛辭)다.

25세의 박성민을 청년비서관에 내정한 것은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일으키는 ‘젊은 바람’에 맞대응하기 위한 포석으로 이해되지만, 결국은 ‘생쑈’다. 청와대가 기획한 생쑈는 급기야 여기저기에서 센세이션을 일으키고 있다.

100만명 이상의 유튜브 구독자가 있는 유튜브 채널 ‘공부의 신 강성태’ 운영자 강성태씨는 23일 자신의 유튜브에 “25세에 1급 청와대 청년비서관이 된 박성민 전 더불어민주당 최고위원에 대해 “공신 가운에 이분이 탑”이라며 “이게 경기도지사나 군단장과 같은 급”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서류 전형이 있었다면 어떻게 통과했는지, 면접은 어떻게 치렀는지, 무슨 루트로 경쟁은 또 얼마나 치열했는지 슬럼프는 어떻게 극복하셨는지, 방법만 알 수 있다면 하루 10시간이 아니라 18시간이라도 하겠다. 꼭 모셨으면 좋겠다”고 했다. 대통령의 공감받지 못한 젊은 인재 발탁이 노리갯감으로 전락한 것이다.

유튜브 채널 '공부의 신 강성태' 화면 캡처
유튜브 채널 '공부의 신 강성태' 화면 캡처

문재인 대통령은 36세 이준석 국민의힘 대표가 일으키는 젊은 바람이 두려워 25세 박성민을 1급 청년비서관 자리에 앉혔는지 모르지만 본질에서는 달라도 한참 다르다. 이 대표는 내노라 하는 기성 정치인과 치열한 경쟁을 통해 당대표로 당선된 것이고, 그 힘은 썩은 정치를 뒤엎어 버리고 새로운 정치 바람을 일으켜달라는 기대감이다.

반면 박성민의 발탁에는 공감할 구석이 한치도 없다. 생쑈이나 재미가 없고, 그에게 아무런 스토리 텔링이 없으니 감동도 없다. 다만 “이건 또 뭐지?”하며 ‘대통령 찬스’를 틈탄 일종의 ‘채용 비리’는 아닌가 하는 의구심이 들기까지 한다. 그래서 지금 젊은이들이 좌절감과 박탈감을 갖는 것이다.

평등한 기회, 공정한 과정, 정의로운 결과는 이제 기대하지 않는다. 다만 최소한 상식적이기만을 바랄 뿐이다.

방형국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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