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경 칼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동네 우물도 이런 식으로는 파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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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녹경 칼럼]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동네 우물도 이런 식으로는 파지 않는다
  • 방형국 기자
  • 승인 2021.02.26 10:3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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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 바늘허리에 실을 꿰듯 뭔가에 쫓겨 허둥지둥 추진되는 모양새
- 특별법 절차에 위헌 요소도...보궐선거 후 '아니면 말고' 식으로 백지화되는 건 아닌지

국회가 26일 본회의에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위한 특별법을 의결했다. 재석 229인 가운데 찬성 181, 반대 33, 기권 15로 통과됐다. 더불어민주당이 지난 11월 특별법을 발의한 지 3개월여 만이다.

이에 앞서 국회 법사위는 25일 전체회의를 열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처리했다.

이 법안은 동남권 신공항의 입지를 부산 가덕도로 확정하면서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하고 사전타당성 조사도 간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다만 환경영향평가는 면제하지 않는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인 ‘특별법’을 수단으로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추진하는 데 따른 문제점이 한둘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 소관 부처인 기획재정부와 국토교통부는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사실상 반대했었다. 국토교통위의 법안 검토보고서를 보면 기재부 국토부는 물론 법무부의 우려까지 담겨있다. 그럼에더 어제 열린 법사위 전체회의에는 기재부와 국토부 차관이 장관을 대신해서 참석하고, 주무 장관들은 부산에서 열린 ‘메가시티 보고회’에서 문재인 대통령을 수행했다.

가덕도 신공항 건설을 우려했던 주무 부처 수장들이 관련 안건을 다루는 법사위 전체회의는 팽개친 채 대통령 수행에 나선 것이다. 심지어 이 자리에서 변창흠 국토부장관은 “국토부가 거덕도 신공항 건설을 반대하는 거 같아 송구하다”고까지 했다.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바늘허리에 실을 꿰듯 뭔가에 쫓겨 허둥지둥 추진되는 모양새여서 일반인으로서도 고개가 갸웃거려진다. 특히 그 시점이나 절차, 주요 선거를 앞둔 상황에서 월성 1호기 경제성 조작이나 추미애 전 장관을 윤석열 사태, 청와대의 울산선거개입 의혹 등이 한꺼번에 오버랩된다.

통상의 특별법은 수많은 시간을 갖고 여러 수많은 운영의 안정성과 경제성, 환경적 변수는 물론 이들 사안에 대한 대안 등을 충분 검토한 후 입지를 정한 후에 추진한다. 그런데 이번에는 ‘신공항은 무조건 가덕도’ 식으로 입지부터 콕 찍었다. 그러고는 사업의 신속한 추진을 위해 필요한 경우 예비타당성(예타) 조사를 면제하고 사전타당성 조사도 간소화할 수 있도록 했다.

오는 4월6일 치러질 서울 부산의 보궐선거가 끝나면 ‘아니면 말고’ 식으로 백지화되는 건 아니가 하는 의구심이 들 정도로 그 절차에 심각한 문제가 있다.

기재부는 신공항 건설의 사전타당성을 충분히 검토한 뒤 정밀한 예타조사를 통해 그 타당성을 다시 한번 살펴봐야 한다는 입장이나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은 특별법이라는 명분이 얹어져 예타조사마저 생략토록 했다.

법무부조차 ‘가덕도 신공한 특별법’이 절차에 있어서 위헌요소가 있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부지를 정하지도 않은 채 가덕도를 신공항 입지로 덜컥 선정해버리고, 특별법이라는 미명 아래 예타조사를 면제한 채 국회통과를 밀어붙이는 것은 민주적 절차마저 짓밟아버리는 행위다.

과거 1960년대 시골 촌구석도 이런 식으로는 우물을 파지 않을 것이다.

박근혜 정부는 밀양과 김해를 놓고 저울질하다 전문가 집단평가 과정을 거쳐 김해신공항건설을 추진하다 이번에 보궐선거를 앞두고 손바닥 뒤집히듯 갑작스레 가덕도 신공항으로 방향을 틀었다. 다음 정권에서 얼마든지 바뀔 수 있다는 의심이 드는 게 오히려 자연스럽기까지 하다.

‘메가시티 보고회’ 참석 차 1년만에 부산을 찾은 문 대통령은 가덕도 신공항 추진 상황을 보고받으며 “신공항이 세계적 물류 허브로 될 것“이라 했다.

가덕도에 도로를 신설하는 것도 아니고, 우물을 파는 것도 아니다. 안정성 환경성 경제성 등 기본적인 타당성 검토조차 거치지 않은 프로젝트에 대해 문 대통령은 도대체 무슨 근거로 ‘세계적 물류 허브’가 될 거라고 말하는지 이해되지 않는다. 

진보 성향 시민단체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이 '가덕도 신공항 특별법'을 ‘문재인 정부표 매표 공항’이라 했다.

경실련은 26일 오전 발표한 입장문에서 “비전문가 정치인에 의한 특정 지역 신공항 특별법은 망국 입법으로 후손에게 욕먹지 않으려면 시민들이 ‘표(票)’로서 응징해야 한다”며 "국토교통부가 추정한 가덕도 신공항 총 비용은 28.6조원이나 실제 소요비용은 40조원은 넘을 것”이라 우려했다.

“문재인 정부가 토건 적폐라고 비난했던 MB 정부 4대강 살리기 사업의 23조원과는 비교되지 않는다. 후대에 죄를 짓는 행위”라는 경실련의 경고가 예사롭게 들리지 않는 지금이다.

부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보고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 청와대 영상 캡처]
부산 '동남권 메가시티' 구축 전략보고대회에 참석한 문재인 대통령이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출처 = 청와대 영상 캡처]

 

 

방형국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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