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괄임금제 폐지 한달, 코스콤 노사의 포석은?
상태바
포괄임금제 폐지 한달, 코스콤 노사의 포석은?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2.07 14:3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노동시간 단축·조직 효율성 제고·노사화합·직무중심 인사관리...1타 4피
코스콤노조가 작년말 포괄임금제 폐지를 위한 투쟁에 나섰다. [사진=코스콤노조 제공]
코스콤노조가 작년말 포괄임금제 폐지를 위한 투쟁에 나섰다. [사진=코스콤노조 제공]

 

한국 증권시장의 전산 관련 업무는 코스콤의 손을 거치지 않은 곳을 찾아보기 어렵다.

작년 말 코스콤 노사는 기존의 포괄임금제 구조를 바꾸는 노사합의를 이뤘다. 물론 그 과정이 순탄치는 않았다. 노조 설립 이후 최초로 총파업도 불사하겠다는 코스콤노조의 강단이 지금의 결과를 만들었다.

기업의 성격이 그러한만치 코스콤노조는 조직의 정체성을 찾아 먼길을 돌아왔다. 당초 코스콤노조는 한국노총 공공연맹 산하 조직이었다.

그러나 작년 8월 한국노총 금융노조 산하 지부로 조직변경을 추진했다.

이를 주도한 박효일 코스콤지부 위원장은 "정말 쉽지 않은 결정이었고, 어찌보면 포괄임금제 폐지를 위한 투쟁보다 더 마음고생이 심했다"고 토로했다.

그도 그럴 것이, 조합원 500여명 규모의 코스콤노조는 공공연맹 산하 조직 중 결코 무시할 수 없는 규모다. 공공기관들의 특성 상 조직 규모가 큰 곳이 드물기 때문이다.

조합원들이 매달 급여에서 납부하는 조합비를 모아 사업예산을 꾸려가는 노동단체에서 그만큼 중요한 것은 바로 '조직화'가 아닐까.

하지만 코스콤이라는 기업의 특성상, 내부의 현안은 금융계통의 전문적인 이슈가 대부분이다. 임금구조나 노동시간의 문제도 결국, 해당 기업이 어떤 사업을 추진하는지, 조합원들은 어떤 일에 종사하고 있는지를 간과할 수 없다.

그동안 코스콤노조가 내부 현안을 가지고 상급단체와 협의를 진행하면서 속앓이를 해왔던 부분이다.

공공기관 노사관계와 결이 다른 현안을 매번 설명하는 것도 난망한 일이고, 현업에 종사하는 이들과 전문적인 지식의 차이도 크다.

무엇보다 상급단체로서의 역할, 가령 금융당국과의 소통채널을 연결한다든지의 역할에서 코스콤노조는 조직변경을 고민하게 되었다.

다행스럽게도 기존 상급단체인 공공연맹이 코스콤노조의 이와 같은 현실에 대해 깊이 공감하며 조직변경에 큰 힘을 실어줬다. 조직 이기주의가 아니라 대국적인 노동현안 해결, 노동자 조직화를 위한 결정을 내렸던 것이다.

박 위원장은 당시를 회고하며 "감사하기 이를 데 없다'고 말한다. '경쟁'이라고 표현하면 우스운 얘기지만, '조직화'가 핵심 관건인 노동단체에서 기존 조직을 타 산별에 넘기는 것은 제 살을 뜯어 주는 것처럼 쉽지 않은 결정이다.

금융노조로 소속을 옮긴 코스콤노조는 다음 행보로 조직 내 적폐였던 포괄임금제 폐지를 위한 수순을 밟는다.

기존에는 통상임금 범주 안의 기본급 성격의 임금요소들이 있고, 시간외 근무는 일정 부분의 시간외 고정급+시간외수당의 큰 구조를 가져가고 있었다.

이는 코스콤의 태생부터 살펴봐야 한다. 창립 당시 사업확장이 활발했던 데다가, IT업종 특성 상 장시간노동이 팽배했기 때문이다.

당시 노사는 비용절감과 함께 향후 장시간노동, 즉 시간외근무를 점차 줄여나가자는 취지에서 기존의 임금구조를 만들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상황이 변했다. 과거처럼 장시간노동이 '가볍게' 생각되는 풍토도 바뀌었고, 무엇보다 실제 시간외근무를 하더라도 이들이 정당한 보상을 받지 못하는 쪽으로 변화했던 것이다.

기존의 임금체계에선 시간외고정급이 월 38만원 수준이라고 한다. 시간외고정급을 감안하여, 직원들이 시간외근무를 하는 경우 시급 1만7000원 수준으로 수당이 계산된다.

이는 코스콤 내 정규직으로 볼 수 있는 일반직에 비해 소수인 기술직과 기능직의 경우 더욱 문제다. 기술직과 기능직은 과거 무기계약직이다가 정규직으로 전환된 인원, 도급인력이다가 코스콤으로 흡수된 인력을 구분하는 직군인데, 이들의 경우 임금에서도 차별을 받아 시간외고정급 10만원에 시간외수당 시급 8000원 수준을 받기도 했다.

결국 장시간노동을 줄여보고자 취했던 스탠스가 상황의 변화로 차별적인 임금구조를 만들어냈던 것이다. 

이는 조직 내 갈등의 요소로 번번이 부각됐을뿐 아니라, 제도변화의 추이에 따라 법적 문제의 소지도 다분하다.

코스콤 노사는 문제가 되는 시간외고정급을 없애는 대신, 개별 직원들이 임금 총액 차원에서 손해를 보지 않도록 통상임금에 포함시켰다.

현재 코스콤의 임금구조는 기본급 외에 통상임금에 포함되는 직무수당, 기술수당이 고정적이다.

박효일 금융노조 코스콤지부 위원장 [사진=코스콤노조 제공]
박효일 금융노조 코스콤지부 위원장 [사진=코스콤노조 제공]

 

코스콤 노사의 사례를 살펴보면, 비록 업종은 다르지만 한국 사회 수많은 노사관계들이 주목해야할 부분이 많다.

우선 변화에 있어서 두려워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대부분의 변화는, 특히 임금체계의 변화는 어느 쪽이든 금전적 출혈(?)을 감수해야 한다는 두려움이 크다.

회사의 입장에선 비용의 늘어난다고 판단할 수 있으며, 노동자 입장에선 임금에 손실이 있을까 우려한다.

실제로 어떨지에 대해선 시간을 갖고 차근차근 확인해볼 수 있다. 시뮬레이션을 해봐도 좋고, 아니면 시험 삼아 제도를 도입해 보아도 좋다. 결과가 신통치 않으면 다시 바꾸면 되지 않을까?

변화에 대한 두려움은 노사가 마찬가지다. 어느 한 쪽을 편들 문제가 아니라 둘 다 옴짝달싹 안 하려 든다.

결국 실무를 담당해야 하는 입장에선 귀찮고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일이고, 결과에 대해 책임을 져야 하는 입장에서는 리스크로 받아들인다.

건강한 조직, 지속적으로 성장할 수 있는 조직을 만든다는 것은 어떤 기업이나 최상위 목표다. 그곳에 도달하기까지 노정은 한발 두발 꾸준히 걸어나가야 한다.

코스콤 노사의 포석이 향후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 기사제보 : pol@greened.kr(기사화될 경우 소정의 원고료를 드립니다)
▶ 녹색경제신문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