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을지로 시대' 앞둔 BC카드...3751억 원 사옥 매입은 毒일까, 得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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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지로 시대' 앞둔 BC카드...3751억 원 사옥 매입은 毒일까, 得일까?
  • 이석호 기자
  • 승인 2019.06.07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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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드업황 불투명한 가운데 부동산 투자?
BC카드, "사세 확장을 위한 기회"
을지트윈타워 전경 (제공=대우건설)

BC카드가 올해 하반기 을지로 사옥으로 본사 이전을 앞둔 가운데 카드업황의 불확실성이 높아지는 상황에서 사옥 매입의 적정성에 논란이 제기된다.

BC카드(대표 이문환)는 이르면 오는 8월부터 현재 서울 서초구 남부터미널 부근에 있는 본사를 비롯해 각지에 흩어져 있는 조직과 인력이 중구 을지로 4가에 위치한 새 사옥 '을지트윈타워'에 입주할 예정이다. 지난 4월 말 준공 인가를 받은 을지트윈타워는 동관과 서관으로 나눠진 2개 동이며, 지하 8층부터 지상 20층까지로 이뤄졌다.

을지트윈타워 서관은 이달부터 공동시행사이자 시공사인 대우건설이 종로 새문안로 본사를 이전해 12층 전체 공간을 사용하고 있다. BC카드가 입주할 동관의 일부 층은 현재 인테리어 막바지 작업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을지트윈타워는 세운재정비촉진지구 내 6-3-1, 2구역에서 대우건설·로스타(한호건설) 등이 공동 출자한 '더유니스타'가 시행하고, 대우건설이 시공한 도심권(CBD) 프라임 오피스다.

KT AMC와 BC카드는 을지트윈타워(당시 써밋타워)의 매입 추진을 위한 컨소시엄을 구성해 지난해 5월 더유니스타로부터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 KT AMC는 KT그룹 종합부동산 회사인 KT에스테이트의 100% 자회사다. KT AMC는 을지트윈타워 서관(타워A)을, BC카드는 동관(타워B)을 각각 매입했다. 매매가는 총 8578억 원이다.

BC카드는 지난해 6월 5일 이사회를 열고 사옥 매입안을 가결했다. 또 그 해 9월 3일 이사회에서 을지트윈타워(당시 써밋타워) 리츠 지분 매입 추진을 의결했고, 같은 날 BC카드 리스크관리위원회에서도 안건을 가결했다. BC카드가 매입한 동관의 매매계약금액은 3751억 원이다. 이 가운데 계약금(187억 5500만 원, 매매금액의 5%)은 지난해 9월 지급됐다.

BC카드가 다가오는 사옥 이전 예정일까지 매도 상대자에게 지급해야 할 잔금은 3563억 4500만 원이다. 취등록세 등 제세공과금과 기타 부대비용은 제외된 금액이다. BC카드 관계자는 "잔금의 조달 방법과 지급 방식은 공개할 수 없다"고 말했다.

KT AMC도 지난해 6월 7일 이사회에서 서관 매입을 의결했고, 9월 4일 매매계약일에 매도자인 더유니스타 주식회사에게 매매가인 4827억 원의 0.5%(24억 1350만 원)을 지급했다. 그 해 9월 7일 이사회를 열고 더유니스타 주식회사로부터 해당 부동산의 취득을 결정했다. 매매계약금액은 4827억 원이다.

하지만 KT AMC는 올해 3월 28일 신규 리츠인 케이리얼티제10호위탁관리부동산투자회사에 매매계약상 매수인 지위를 양수도했다. KT그룹 관계자는 "KT AMC가 써밋타워 운영을 위해 리츠를 신설했다"며 "리츠가 KT AMC로부터 계약상 지위를 넘겨 받아 운영하게 됐다"고 말했다.

한편, BC카드 측은 사옥 매입을 사세 확장을 위한 기회로 보고 있다. 대우건설은 을지트윈타워 매수자들과 10년간 책임 임대차 계약을 체결한 것으로 알려졌다. 최근에는 소폭 개선됐다고는 하지만, 여전히 서울 오피스 빌딩의 공실률이 높아 임차인을 찾기가 어려운 상황에서 대우건설과의 계약은 을지트윈타워 매수자들에게 유리한 조건임에는 틀림없다. 서울 시내 중심부로 입지가 뛰어나고, 지하철역(을지로4가역)도 건물과 지하통로로 연결돼 접근성도 좋다.

지난달 열린 '코리아 핀테크 위크 2019'에 참가한 BC카드 홍보 부스

하지만 일각에서는 카드업계의 시계가 사상 최악이라고 할 정도로 불투명한 가운데 BC카드의 부동산 투자가 결과적으로 적정한지에 대해서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대부분의 카드사들은 올 1분기 수익성이 악화돼 부진한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BC카드 또한 올해 1분기 연결 재무제표 기준 영업이익은 약 470억 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 정도 줄었다. 같은 기간 당기순이익은 약 480억 원으로 전년 동기보다 30% 가량 늘었지만, 매각예정자산처분이익 149억 원을 제외하면 331억 원으로 오히려 10% 정도가 감소했다.

BC카드가 지분 99.99%를 보유한 인도네시아 법인 'PT Bccard Asia Pacific'의 이사회는 지난해 7월 인도네시아 만디리은행과 합자해 공동 설립한 'PT Mitra Transaksi Indonesia'의 주식 49%를 공동출자자인 'PT Mandiri Capital Indonesia'에 매각하기로 결정하고, 올해 2월 주식 매각 계약 체결을 완료해 장부상 일회성 이익으로 반영했다.

카드업계의 향후 전망 역시 그리 밝지 않다. 오는 2분기부터는 가맹점 수수료율 인하 정책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된다. 이에 카드사들은 '내실 경영'과 같은 방어적인 경영전략으로 마른 수건 짜내듯 비용 절감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혁신금융의 화두를 내세우며 신사업 발굴과 육성을 통한 수익원 다변화에도 본격적으로 나서고 있다.

BC카드 관계자는 이 같은 우려에 대해 "회사가 계속 성장하면서 조직과 인력이 늘었고, 따로 흩어져 있는 부서와 인력들을 한 곳에 모으기 위해서 사옥을 매입한 것일 뿐"이라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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