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끝 서민경제...금융당국, 2금융권 DSR 도입 강행 '문제없다' 서둘러 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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벼랑끝 서민경제...금융당국, 2금융권 DSR 도입 강행 '문제없다' 서둘러 해명
  • 황동현 기자
  • 승인 2019.06.02 2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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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SR규제후 시중은행 다중채무자 대출 반토막
DSR비율 높은 상호금융,저축은행들 대출축소 불가피
경기위축으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서민경제. 금융당국이 제2금융권에도 DSR관리지표를 도입했다. 사진=녹색경제신문DB

금융당국이 예고한대로 제 2금융권 가계대출 DSR을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특히 빚이 많거나 소득을 제대로 증명할 수 없는 서민들은 제 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가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상대적으로 DSR비중이 높은 상호금융권, 저축은행권 거래 금융소비자들이 타격을 많이 받을 것으로 보인다. 

한편, 금융당국은 제2금융권 DSR 관리지표 도입결정을 두고 서민금융 위축 우려 여론이 일자 이에 대해 큰 충격은 없을 거라며 이례적으로 당일 해명 보도자료를 내며 서둘러 진화에 나섰다. 

마이너스 경제성장률, 벼랑끝에 선 서민경제

우리경제는 지난 1분기 사상초유의 마이너스성장률을 기록했다. 대내외 경제불확실성과 경기둔화로 제조업 전반과 경제에 깊은 주룸이 패었다. 한국은행은 지난 4월 우리나라 경제성장률을 2.6%에서 2.5%로 낮춰잡았고, 또 낮춰잡을 태세다.

아울러 서민경제도 많이 피폐해져 경기불황과 최저임금 급등 등으로 폐업한 자영업자가 늘어났고 반면 자영업 대출 증가세는 오히려 지속되는 양상도 나타나고 있다. 장사가 안돼 폐업했지만 빚을 갚지 못하고 다시 빚이 느는 악순환으로 빠져들고 있는 것이다.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자영업자는 568만7000명에 달한다. 전년 동기 대비 1.0% 감소했다.

지난해 자영업자들의 채무불이행(90일이상)은 최저임금 인상, 경기 악화에 따른 어려움 등으로 매 분기마다 악화일로를 거듭하다가 지난 2015년말 수준까지 치솟았다.

나이스신용평가가 국회 정무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최운열 의원실에 제출한 은행 보험 카드 등 전 금융권을 망라한 개인사업자 대출(개인이 보유한 기업대출) 현황 자료를 보면 전반적으로 하향 안정화 추세를 타던 자영업자 대출 연체율이 2017년말을 기점으로 상승 반전했다. 

자료=더불어 민주당 최운열 의원실

지난해말 기준 자영업자 채무불이행자(연체 90일 이상)는 2만 7917명으로 전체 자영업 대출자 194만 6113명 중 1.43%를 차지했다. 2017년말의 1.32%와 비교해보면 채무불이행자 비율이 0.11%포인트 늘었다. 분기별로 보면 지난해 1분기 1.36%, 2분기 1.39%, 3분기 1.41%, 4분기 1.43%로 매분기마다 빠짐없이 채무불이행자 비율이 증가했다.

또, 지난 4월엔 실업률이 4.4%를 기록해 IMF 구제금융 여파가 있었던 지난 2000년 이후 19년 만에 최악의 4월을 보냈다. 특히 20대 청년 실업률이 11%를 넘어섰다.

이런 와중에 금융당국은 은행권에 이어 저축은행과 보험·카드사 등 제2금융권의 가계대출에도 총부채원리금상환비율(DSR)을 오는 17일부터 본격 도입하기로 결정했다.

DSR(Debt Service Ratio)은 모든 가계대출 원리금상환액을 연간소득으로 나눈 것이다. 지난해 10월 31일부터 은행권에 관리지표로 도입됐다.

이제 2금융권도 모든 대출의 원리금 상환액과 소득을 비교해 일정비율 이하로 억제하는 DSR이 관리지표로 활용되는 만큼 기존보다 가계대출 심사가 훨씬 까다로워지게 됐다.

DSR규제후 시중은행 다중채무자 대출 반토막

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DSR 규제가 시중은행에 도입된 이후 상대적으로 빚이 많은 채무자의 대출이 급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시중은행의 평균 DSR는 규제 시범운영 기간인 지난해 6월 52.4%에서 규제가 시행된 올 1분기에 41.2%로 11.2%포인트나 줄어들었다.

DSR이 70%를 초과하는 고(高) DSR 대출의 비중은 규제 도입 전 19.6%에서 도입 후 7.8%로 반 토막 났다. 특히 DSR 90% 초과 대출의 비중은 같은 기간 15.7%에서 5.3%로 대폭 낮아졌다.

금융당국은 당시 시중은행에 신규 대출에 대해 DSR 70% 초과 대출의 비중은 15%, 90% 초과 대출은 10% 이내로 관리하고, 평균 DSR를 2021년 말까지 40%로 낮추라고 주문했다.

자료=금융위원회

은행들은 이에 따라 DSR가 70% 초과하는 고 DSR 대출은 영업점이 아닌 본부에서 심사해 신중하게 대출을 승인해 주고 있다.

DSR이 높은 차주들은 돈을 빌리기 위해서 제2금융권으로 가야 하지만 오는 17일부터는 이마저도 어렵게 됐다. 제2금융권에도 DSR 규제가 정식으로 도입되기 때문이다.

제2금융권 업권별 평균 DSR,  자료=금융감독원

시범운영 기간이었던 올 1분기 제2금융권 평균 DSR는 상호금융 261.7%, 저축은행 111.5%, 보험 73.1%, 카드사 66.2%, 캐피탈사는 105.7% 등으로 은행에 비해 훨씬 높다.

당국은 제2금융권 형편에 맞게 DSR 관리기준을 은행보다 높게 설정했지만 금융회사가 DSR를 따져 대출을 내줘야 하는 상황인 만큼 여러 금융기관에서 돈을 빌린 다중 채무자들은 제2금융권에서 돈을 빌리기 어렵게 됐다.

금융당국...제도보완 차원 "큰 충격없이 대출공급 문제 없을 것" 해명

금융당국은 이번 시행이 그동안 제2금융권에서 대출 취급시 소득증빙 확인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형식적으로 진행되어 왔던 점을 개선하는 조치라고 설명했다.

또, 시범운영 기간중 업권별 DSR을 집계하고, 高DSR 산출 금융회사 등을 대상으로 원인을 분석했으며 이를 토대로 각 업권과 충분히 협의해, 대출공급에 차질이 발생하지 않는 범위 내에서 DSR 관리지표를 설정했다고 설명했다.

시범운영기간중 상호금융권의 평균 DSR이 261.7%이나, 소득확인을 충실히 했을 경우에는 평균 DSR이 176% 내외로 하락가능 했을 것으로 추정됐다고 밝혔다.

따라서, 제 2금융권의 대출공급, 이용 차주의 대출접근성 등에 관해 큰 충격없이 DSR 관리지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밝혔다. 

2금융권 대출 문턱 높아져 대출축소 불가피..."서민금융지원 추가대책 내 놨어야"

농민이나 어민 등 자신의 소득을 증빙하기 어려운 고객들도 불이익을 받을 가능성이 높다.

소득증빙서류를 내지 못하면 사실상 대출을 거절당하고 소득 증빙을 하더라도 실제 번 소득만큼 인정받지 못하면 고 DSR로 분류돼 역시 원하는 만큼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 

은행권의 한 관계자는 "전 금융권으로 DSR 규제가 확대 시행되면서 기존 대출이 많은 다중채무자들은 제2금융권에서도 돈을 빌리기 어려울 전망"이라며 "특히 소득증빙이 어려울 경우 돈을 빌릴 여건이 되더라도 대출을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대출이 어려워질 경우 취약차주들은 불법 사금융으로 내몰릴 가능성이 크다. 규제가 강화될수록 신용등급이 낮은 소비자들은 대출이 가능한 대부업체나 비제도권으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금융권의 한 관계자는 "영세 자영업자, 비정규직 근로자 등 취약계층이 무너지면 가계부채 전반에 걸친 위기로 비화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가계대출 문제를 단순히 금융 규제를 강화하는 방식으로만 접근해선 곤란하다”면서 "이들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번 조치로 저소득·저신용 계층의 어려움이 예견되는 만큼 기존 서민금융의 강화방안과 중금리대출 활성화, 서민금융 접근성 향상을 위한 새로운 상품과 시책들도 함께 발표됐어야 했다"며 아쉬움을 표했다.

 

 

황동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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