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는 기회다] 한국·미국 재계, 왜 '마더팩토리' 전략 나섰나...삼성전자·SK·현대차·LG 계획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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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기는 기회다] 한국·미국 재계, 왜 '마더팩토리' 전략 나섰나...삼성전자·SK·현대차·LG 계획은?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3.09.13 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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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미 재계,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 개최...마더팩토리 '원팀' 강조
- 장영진 차관 "마더팩토리 전략은 한미 정부가 공통 추진하고 있는 것"
- 박재근 교수 "반도체 기술 한계 극복 위해 해외 소재·장비 기업과 협업"

글로벌 경기침체와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되며 경영환경의 불확실성은 변수가 아닌 상수가 됐다. 국내 기업들은 위기 극복에 대한 강한 도전정신으로 신성장 동력 발굴에 주력하는 분위기다. 우리나라 기업들은 그간 위기 속에서 기회를 창출해 성장해왔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위기 돌파를 향한 경영자 및 기업의 노력과 성과 등 주요 사례를 심층 취재해 '위기는 기회다' 연간 기획 시리즈로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한국과 미국 재계가 반도체·배터리 등 첨단산업 패권 경쟁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으로 '마더팩토리(Mother Factory)' 구축 방안을 제시했다. 

미국이 중국에 대한 제재를 강화하며 기술·공급망 리스크가 심화되는 상황에서 미국과 공조해 마더팩토리 전략을 펼쳐야 한다는 것. 

'마더팩토리'는 제품 설계와 (R&D연구개발) 등 첨단 생산기술과 핵심 공정을 수행하는 공장이다. 생산의 모체(母體)가 되는 공장이라는 의미에서 이러한 명칭이 생겼다. 마더팩토리 전략은 최첨단 설비를 갖춘 마더팩토리는 국내에 설치하고 해외에 양산 공장을 구축하는 분업 체계를 말한다. 

대한상공회의소(대한상의)와 한미협회·주한미국상공회의소는 12일 서울 중구 웨스틴조선호텔에서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를 개최하고 반도체와 이차전지 마더팩토리 구축 전략에 대해 논의했다.

제임스 김 주한미국상공회의소(암참) 회장은 영상 축사를 통해 "한국과 미국이 가진 잠재적 시너지를 봤을 때 양국은 공급망 분야에서 전략적인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며 "LG에너지솔루션, SK하이닉스, 삼성전자 등이 미국 GM 등과 힘을 모으면서 좋은 실적을 보여주고 있는데 이는 한미 모두에게 이러한 회사가 얼마나 중요하고 양국 협력이 왜 중요한 지를 보여주는 예시"라고 강조했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왼쪽 첫번째)가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패널들과 함께 반도체 분야 마더 팩토리 추진 전략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박재근 한양대 교수(왼쪽 첫번째)가 12일 서울 웨스틴조선호텔에서 열린 ‘한미 산업협력 콘퍼런스’에서 패널들과 함께 반도체 분야 마더 팩토리 추진 전략에 대해 토론을 하고 있다 [사진=대한상공회의소]

장영진 산업통상자원부 1차관은 "마더팩토리 전략은 한미 정부가 공통으로 추진하고 있는 것"이라며 "마더팩토리 전략으로 한국 산업이 공동화되지 않느냐고 지적하지만 삼성전자의 용인반도체클러스터 투자는 미국 테일러시 투자의 17배에 달한다"고 말했다.

이어 "반도체, 배터리와 관련해 한국은 미국에, 미국은 한국에 활발하게 투자하고 있다"면서 "긴밀한 한미관계를 바탕으로 양국 간 교역과 투자가 늘어나고 있어 미국이 중국에 내줬던 (우리나라의) 교역 1위 자리를 찾아올 날이 머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최중경 회장은 "첨단산업 기술패권경쟁이 격화될수록 마더팩토리 구축 전략이 중요하다"며 "한국의 핵심기술 내재화와 연구개발 활성화를 위해 원천기술 선도국가인 미국과 원팀(One Team)을 이뤄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박재근 한양대 교수는 '반도체 산업의 글로벌 마더팩토리 전략' 주제 발표에서 핵심 기술 보유 소재·장비 기업들과의 협업을 강조했다. 

박재근 교수는 "반도체 기술의 한계 극복을 위해선 해외 소재·장비 기업과의 긴밀한 협업이 필수적"이라며 "마더팩토리를 세우는 것과 더불어 해외 기업의 국내 유치를 위한 정책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차세대 반도체 표준을 주도할 미국의 NSTC와 유사한 기능을 수행할 한국의 ASTC(첨단반도체기술센터) 간 기술 공조"를 당부했다.

반도체 산업 부문 세션 토론자로는 조은교 산업연구원 박사, 김춘환 SK하이닉스 부사장, 박영완 퀄컴코리아 상무 등이 참석했다.

'한미 산업협력 컨퍼런스' 모습

이차전지 산업 발표에 나선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중국·일본 등과의 경쟁 격화로 세계 시장에서 한국의 입지는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라며 "마더팩토리 구축을 확대하고 보조금 확대 등 관련 규제를 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차세대 기술 개발부터 양산과정까지 걸림돌이 될 수 있는 규제 철폐와 기업의 대규모 투자 부담을 덜어주는 보조금 등 배터리 3사 맞춤형 정책적 지원이 뒷받침 돼야한다"고 덧붙였다.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은 "첨단산업은 공급망의 상호의존성이 높고 복잡해 한 기업 또는 국가가 자체적으로 재편을 추진하기 쉽지 않다"며 "양국 민관이 머리를 맞대어 공급망 맵을 설계하는 것이 마더팩토리 전략의 첫 걸음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마더팩토리 전략 구체화...삼성전자 300조원-SK 247조원-현대차 63조원-LG 54조원 투자 계획

한편, 삼성전자, SK, 현대자동차, LG 등은 마더팩토리 전략을 구체화하고 있다. 삼성전자 300조원, SK 247조원, 현대차 63조원, LG 54조원 투자 계획이 그것이다. 

삼성전자는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 계획을 추진 중이다. 2042년까지 20년간 총 300조 원을 들여 반도체 공장 5개를 구축하고 국내외 소재·부품·장비업체들과 첨단 반도체 단지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반도체 '초격차' 확대를 위한 이재용 회장의 결단이라는 분석이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구미전자공고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지난 3월 구미전자공고 학생들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사진=삼성전자]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1등인 삼성전자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및 시스템 반도체 설계 부문을 집중 육성한다. 메모리 분야에서도 수요가 다시 폭증할 때에 대비해 과감한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SK그룹의 핵심 성장동력 키워드는 이른바 'BBC', 배터리(Battery), 바이오(Bio), 반도체(Chip)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은 지난해 5월 BBC 산업을 미래 먹거리로 낙점하고 오는 2026년까지 국내 179조원, 해외 68조원 등 총 247조원 규모의 투자 계획을 내놨다. 또 BBC 산업을 키워나갈 인재 5만명 채용 계획도 밝혔다. 

구체적 투자금액은 ▲반도체와 소재 142조2000억원 ▲전기차 배터리 등 그린 비즈니스 67조4000억원 ▲디지털 24조9000억원 ▲바이오 및 기타 12조7000억원 등이다. 최태원 회장은 2030년까지 탄소 순배출량(배출량-감축량) ‘0’을 달성하겠다는 ‘넷제로’ 목표를 세우고 사업 재편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현대차그룹이 2022~2025년 전동화 전환과 신기술 개발을 위해 국내에서 63조1000억원을 투자한다. 현대차그룹은 2030년 323만대의 전기차를 생산하고, 전세계 시장 점유율 12%를 목표로 하고 있다. 글로벌 생산량의 45% 수준인 144만대를 국내에서 생산할 계획이다.

현대차, 기아, 현대모비스 등은 전동화 제품 경쟁력 확보와 친환경 부문에 16조2000억원을 투자한다. 로보틱스, 미래항공모빌리티(AAM), 커넥티비티, 자율주행, 모빌리티 서비스, AI 등 미래 신기술 개발과 신사업 추진에는 8조9000억원을 투자한다. 신차 개발 등 제품 차별화와 공장 스마트화 등 시설 투자에는 38조원이 투입된다.

지난 7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된 '슈퍼스타트데이 2023'의 참가자들이 스타트업 '퀀텀유니버스'가 만든 Web XR 컨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LG]
지난 7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에서 진행된 '슈퍼스타트데이 2023'의 참가자들이 스타트업 '퀀텀유니버스'가 만든 Web XR 컨텐츠를 체험하고 있다. [사진=LG]

LG그룹은 2027년까지 5년 간 국내 54조원을 투자한다는 계획이다. 구광모 LG 회장은 'ABC' 전략으로 AI, 바이오(Bio), 클린테크(Cleantech)에 집중 투자한다. 

배터리, 전장 등 미래 자동차 관련 산업과 글로벌 시장에서 강점을 지니는 차세대 디스플레이 기술 분야에 44조원을 투자한다. 또 AI 및 소프트웨어, 바이오·헬스케어, 클린테크에 약 10조원을 투자해 새 시장을 창출하고 미래 기술을 선점한다는 방침이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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