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부, 양극재 화학 분석 방법 표준화 추진에 배터리업계 회의적..."실효성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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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양극재 화학 분석 방법 표준화 추진에 배터리업계 회의적..."실효성 없다"
  • 최지훈 기자
  • 승인 2023.06.28 11: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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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철완 교수 "국가 표준, 강제성 없으면 정책적 실효성도 없어"
-배터리 업계 관계자, 이제 와서 표준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 기존의 대기업 규제 관성 세계 기준과 맞지 않아
[사진=최지훈 기자]
[사진=최지훈 기자]

산업통산자원부(산업부)에서 양극재 화학 분석 방법에 대한 국가 표준을 고시한다고 밝힌 가운데, 학계와 배터리 업계는 실효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28일 <녹색경제신문>과의 취재에서 박철완 서정대 교수는 "LG에너지솔루션, 삼성SDI, SK이노베이션 등으로 대표되는 셀 메이커 기업들은, 어차피 2차 전지 소재 기업으로부터 소재를 받아서 당사에 맞는 소재인지 내부 평가를 하게 돼 있다"며 "셀 메이커들은 자신들만의 평가 방법과 노하우가 제품에 녹아들어야 하고, 그 노하우는 최상위 기업으로 갈수록 더욱 중요해진다"고 강조했다.

즉 현재 기술의 정점에 있는 기업들이 노하우와 자체 평가 방법을 가지고 사업을 진행하고 있는데, 산업부가 마치 일정 수준 이상의 양극 활물질이다 아니다를 인정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는 뜻이다.

현재 셀 메이커 기업들은 소재 기업으로부터 납품을 받은 물질을 가지고 어떻게 배터리를 만들지 그리고 소재들은 어떻게 브랜딩을 할지 결정해 왔다.

이에 대해 박철완 교수는 기자에게 "산업부의 주장에 따르면 배터리 관련해서 한국이 가장 앞서 있다고 했는데, 앞서있는 기업들에게 표준화를 시킨다는 것 자체가 앞뒤가 안 맞는다"며 "배터리 소재 기업들과 셀 메이커들이 표준화를 따라올 거라고 진정 생각하는지 의문"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박 교수는 "표준화를 통해 얻고자 하는 것이 무엇인지 명확지 않고 사실상 표준화를 해도 실질적으로 얻는 효익이 별로 없어 보인다"며 "세계 최초로 양극재 시험 방법에 대한 국제 표준을 한다는 홍보성 내용일 뿐"이라고 했다.

산업부는 이와 관련해 그간 양극재 생산기업 및 배터리 제조사들이 관련 표준이 없어 연구개발 단계에서 일정 품질을 유지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었고, 이의 해결을 위해 국가기술표준원(국표원)은 지난 2019년부터 표준 개발을 추진해 왔다고 입장을 밝혔다.

그러면서 산업부 담당자는 "우리나라는 국제표준(ISO,국제표준화기구)으로도 제안해 표준화가 진행 중(WD단계)이며, ’2025년에는 최종 국제표준으로 제정될 전망"이라고 했다.

반면, 학계와 배터리 업계는 표준을 제정하는 것까지 그렇다 쳐도 표준을 지키지 않는다고 해서 그것에 대해 또 규제를 할 것이냐는 입장이다.

박 교수는 기자에게 "강제할 수 없는 상황이 돼버리는 순간 이 정책은 실효성이 없다"고 설명했다.

배터리 업계 관계자도 기자와의 취재에서 "현재까지 내부에서 노하우를 가지고 아무 문제 없이 생산하고 있었는데, 이제 와서 표준을 만든다는 것은 어불성설"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그는 "표준이 나오면 그것에 맞게 기계설비를 다 바꿔야 하는 것 아니냐"며 "효용성, 생산성 등 모든 측면에서 부정적"이라고 비판했다.

학계와 배터리 업계는 기자에게 자동차 충전 어댑터를 어떤 걸로 선택할지가 더 중요하다고 전했다. 배터리와 전기차 산업의 트렌드 자체가 변할 수 있기 때문이다. 박 교수에 따르면 현재 전 세계 전기차·배터리 업계는 유럽형 CCS2 어댑터와 테슬라 충전 포트(NACS) 중 어떤것을 선택할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중이다.

정치권도 학계와 배터리 업계에 힘을 보태고 있다. 국회에서 여야를 막론하고 규제 혁신을 통해 한국의 글로벌 기업들이 발전할 수 있게 활로를 열어주겠다는 발언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부는 국회·학계·업계와 반대되는 정책을 수립하겠다며, 의도치 않게 대립각을 새우는 모양새다.

앞서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는 대기업과의 규제 혁신 논의의 장에서 "한국은 대기업을 규제하는 기본 체계를 가지고 있는데 이는 글로벌스탠더드하고 맞지도 않는다"며 "이제 세계 경제의 흐름에 맞춰 법률상 부족한 부분을 메꿔 나가는 것은 국회의 책임"이라고 밝힌 바 있다.

최지훈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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