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GHz 5G 놓고 정부와 이통사 ‘폭탄 돌리기’ … 3년째 논쟁 부른 ‘잘못 꿴 첫 단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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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GHz 5G 놓고 정부와 이통사 ‘폭탄 돌리기’ … 3년째 논쟁 부른 ‘잘못 꿴 첫 단추’
  • 이준용 기자
  • 승인 2022.04.19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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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말 5G 기지국 점검 앞두고 주파수 할당 취소 막기 위해 3사 공동 구축 인정 ‘꼼수’
28GHz 밀리미터파 ‘진짜 5G’로 불리며 기대 모으지만 … “상용화 불가능하거나 제한적”
LTE보다 20배 빠르다는 이통사의 허위·과장 광고 + 무조건 5G 상용화 서두르며 제대로 검증 안 한 정부의 말 바꾸기
이제 와 ‘B2B’ 등 이야기하지만 소비자는 ‘속았다’ 생각 … “대국민 사기극” 비판도
통신 3사의 로고 [사진 제공=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국내 이동통신 3사 [사진 제공=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4월 5G 기지국·장비 점검 … 할당 취소 피하기 위한 정부와 통신사의 ‘화려한 세트플레이’

이달 말 예정된 국내 이동통신 3사(SK텔레콤, KT, LG유플러스)의 5세대 이동통신(5G) 기지국 구축 점검을 앞두고 정부가 또 이동통신사의 손을 들어줘 논란이 예상된다. 사실상 ‘전 국민’이라고 할 수 있는 통신 서비스 소비자의 신뢰와 이익을 외면한 조치라는 비판이 나온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이번 점검은 지난 2018년 5G 상용화를 위해 주파수를 분배하며 정부와 이동통신사가 합의한 내용에 대한 중간 점검이라고 할 수 있다. 당시 정부는 3.5GHz와 28GHz의 두 가지 대역을 각 통신사에 분배했는데, 3.5GHz 주파수가 현재 우리가 사용하고 있는 5G 통신이고, 28GHz는 기업용 등으로 극히 일부만 개통된 주파수다. 이중 28GHz는 4G LTE보다 20배 이상 빠른 ‘꿈의 5G’, ‘진짜 5G’ 등으로 불리며 기대감을 모았으나 상용화에 실패한 바 있다.

당시 정부는 통신사에 주파수를 분배하면서 각 통신사에게 3.5GHz는 15만 국의 기지국을, 28GHz는 각 기지국에 10만 대 이상의 장비를 갖추도록 요구했다. 이는 장기적인 의무이고, 3년 차인 2021년까지는 3사가 각각 15%에 해당하는 22500국(3.5GHz)·15000대(28GHz)를 설치하도록 했다. 5년 차인 2023년까지는 전체의 30%가 구축돼야 한다.

이 기준을 충족하지 못하더라도 바로 할당에 문제가 생기는 것은 아니다. 정부가 주파수 할당 당시 의무 구축량 대비 실제 구축량이 10% 미만이거나 평가 점수가 30점 미만이면 주파수 할당을 취소하기로 정했기 때문이다. 다시 말해 올해까지 전체의 15%를 설치해야 하는데 그중 다시 10%(전체 대비 1.5%)도 이행을 못했을 경우에만 할당이 취소된다는 뜻이다. 5G 의무 구축량의 2%만 설치해도 할당 취소는 논의될 일이 없다.

3.5GHz 기지국은 문제가 되지 않는다. 2021년 이미 3사 통합 20만개 이상의 기지국이 설치됐기 때문이다. 3사가 올해까지 설치해야 할 3.5GHz 기지국 의무 구축량은 67500국이다.

문제는 ‘밀리미터파(mmWave)’로도 불리는 28GHz 대역이다. 지난해 연말까지 설치된 28GHz 기지국은 약 130대에 불과했고, 설치 신고로 기준을 넓혀도 2000대 정도에 그쳤다. 의무 구축량은 45000대, 할당 취소 기준은 이중 10%인 4500대다. 이대로는 의무 구축 달성에 실패, 할당 취소가 당연하다.

그러나 정부는 다양한 ‘기술’을 동원해 ‘통신 3사 구하기’에 나섰다. 지난해 연말 신고제로 제도를 변경하면서 올해 4월까지 시간을 연장해주더니, 통신사들의 요청에 따라 3사가 공동으로 구축한 지하철 28GHz 와이파이 대수를 의무 구축량에 산입해주기로 하면서 3사의 ‘공식’ 설치 대수는 할당 취소 기준인 4500대를 넘게 된 것이다.

공동 구축이 의무 구축량에 포함된다는 것은 예를 들어 SK텔레콤이 설치한 28GHz 장비가 SK텔레콤은 물론 KT와 LG유플러스의 의무 구축량에도 동시에 포함되는 것으로 계산된다는 뜻이다. 이 희한한 계산법에 대해 업계에서는 ‘3배 뻥튀기’라는 조소 어린 반응이 나온다.

특히 이 계산법을 적용하면 통신 3사의 28GHz 장비 설치 대수가 할당 취소 기준인 4500대를 ‘절묘하게’ 넘을 것으로 보이는 데다, 지난해 접수된 대부분의 설치 신고가 이같은 공동 구축분 인정이 결정된 이후인 12월 한 달 동안 집중적으로 이루어져 일각에서는 정부와 통신사가 파국을 피하기 위해 ‘짬짜미’를 한 것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된다.

실제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구체적인 5G 기지국 및 장비 설치 현황을 공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라 의혹이 더 짙어지고 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작년 말 공동 구축 인정이 이슈화됐을 때 이미 계산과 결정은 끝난 일이었을 것”이라며 “(정부와 통신사들은) 당연히 아니라고 하겠지만 숫자들이 너무 딱 들어맞지 않나. 이 정도면 아니기가 더 힘들다”고 비판했다.

“28GHz 상용화 원천 불능 아닌가” 의혹 … “‘LTE 20배’ 광고는 뭐였나” 비판

28GHz 밀리미터파(mmWave)는 빠른 속도를 자랑하지만, 결정적인 단점도 있다. 전파의 직진성이 강한 반면 회절성(휘어지거나 통과하는 성질)은 약하기 때문에 장애물을 만났을 때 피하거나 통과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이 때문에 건물이나 자동차, 각종 시설물 등 장애물이 많은 도심에서는 중계기를 엄청나게 많이 설치하지 않으면 상용화가 어렵다. 

실제 28GHz 상용화에 성공한 미국 이동통신사 버라이즌도 최근 통신 품질이 떨어지는 문제가 발생해 추가 커버리지 확보와 저대역 주파수 대역 확대 등 다양한 방안을 고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에서도 일반 통신 서비스 이용자들을 대상으로 한 B2C(Business to Consumer) 서비스는 불가능하고, B2B(Business to Business) 서비스로 더 적합한 것 아니냐는 의견이 나온다.

지난 2020년 10월 열린 국정감사에서 최기영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은 “정부는 5G의 28GHz 주파수를 전 국민에게 서비스한다는 생각은 전혀 갖고 있지 않다”며 “스몰 셀을 통해서 일부 영역에서만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말해 논란이 됐다. ‘진짜 5G’를 기다리며 실망감을 삭여온 소비자들에게 주무부처 장관이 ‘결정타’를 날린 것으로 생각됐기 때문이다. 당시 국회와 관련 업계에서는 정부의 ‘5G 포기 선언’이 아니냐는 해석이 나왔다.

최 전 장관의 후임자인 임혜숙 현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장관도 후보자 시절인 2021년 5월 청문회에서  “28GHz는 B2B가 우선”이라며 “(28GHz 대역을 B2C로 사용하지 않도록 정책을 수정해야 한다는 질문에 대해서는) 조금 더 검토해보겠다”는 입장을 밝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을 보였다. 이 때문에 장관으로 취임한 후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28GHz 망 구축은 대국민 약속이었다”며 “(의무 구축 이행) 약속이 이행될 수 있도록 정부와 통신사가 협력해서 노력 중”이라고 밝혔음에도 관련 업계에서는 신뢰를 얻지 못했다. 결국 작년 연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의 ‘약속 이행’이 어떻게 진행되었는지는 앞서 살펴본 바와 같다.

국정감사에서 나온 지적처럼, 28GHz는 애초에 상용화가 어려운 특성이 있다. 특히 지역별로 도시가 발달했고 산이 많은 한국의 특성상 더욱 어렵다는 의견도 있다. 그렇다면 2018년 5G 상용화 국면에서 왜 “LTE보다 20배 빠른 5G”라는 광고와 정부 홍보가 나왔는지 따져볼 필요가 있다. 이는 28GHz의 특성인데, 3.5GHz만 상용화하면서 왜 이러한 마케팅이 이루어졌느냐 하는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당시 ‘세계 최초 5G 상용화 국가’라는 타이틀에 대한 정부의 의지가 확고했고, 여기에 편승한 통신사들이 광고와 홍보에 열을 올리다 보니 벌어진 촌극”이라고 당시 상황을 회상했다. “IT 강국에 대한 애착이 지나쳤던 게 아닌가 싶다”고 그는 말했다.

하지만 ‘지나친 광고’ 정도로 변명하기엔 차이가 너무 크다. 3.5GHz는 LTE 대비 4-5배 정도 빠른 것으로 알려졌다. 더구나 낙후 지역은 물론 서울 도심에서도 5G 통신이 끊겨 LTE로 연결되는 경우가 허다하다 보니 일반 소비자들이 분통을 터뜨리는 일도 잦다는 점을 고려하면 광고와 현실의 차이는 더 극명해진다.

일각에서는 결국 5G 28GHz 상용화가 불가능하거나 매우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다는 점에 대해 적어도 관계 당국과 통신사들은 알고 있었던 것 아니냐는 비판도 나온다. “R&D를 그렇게 외치는데 몰랐다면 문제고, 알고도 그렇게 광고했다면 그것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지금에 와서 장관이나 통신사가 ‘B2B’를 이야기하는 모습은 소비자 입장에서 ‘속았다’는 생각이 들 수밖에 없는 장면이다. 온라인 커뮤니티 등에서 한국의 5G 상용화를 놓고 “대국민 사기극”이라는 냉소가 나오는 이유다.

선로에 구축한 5G 28㎓ 기지국 백홀장비(왼쪽)와 객차 내 설치된 와이파이 공유기(AP) [사진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선로에 구축한 5G 28㎓ 기지국 백홀장비(왼쪽)와 객차 내 설치된 와이파이 공유기(AP) [사진 제공=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전면적인 ‘B2C’ 서비스가 불가하다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통신 3사가 이에 대해 국민에게 솔직한 인정과 사과의 뜻을 밝히는 것이 우선이다. 최근 정부가 추진하는 ‘이음 5G’나 ‘지하철 공공 28GHz 와이파이’, 기업체 및 연구시설 등을 중심으로 한 28GHz 보급 등의 정책은 객관적으로 타당한 방향이다. 하지만 그에 앞서 근본적으로 왜 이러한 상황이 벌어졌는지에 대해 납득할 만한 설명과 책임 있는 답변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중간 점검을 앞둔 지금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이동통신 3사의 태도는 이러한 ‘책임감’과 거리가 멀어 보인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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