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갤럭시 전용’ AP 개발 고민하는 삼성, ‘애플의 길’ 가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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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전용’ AP 개발 고민하는 삼성, ‘애플의 길’ 가나
  • 이준용 기자
  • 승인 2022.04.14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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갤럭시 S22의 발열 및 GOS 논란 … AP 개선 과제로
삼성 엑시노스 성능·수율에서 퀄컴 스냅드래곤에 밀려 … 갤럭시도 엑시노스는 25% 불과
미디어텍 AP 도입 소문도 … “갤럭시 전용 AP 만들겠다”지만 엑시노스는?
아이폰 ‘A시리즈’ 이어 태블릿·PC ‘M2' 공개 앞둔 애플 … 자체 AP로 생태계 구축
갤럭시 S22 GOS 이슈  [사진 제공=유튜브 ‘ITSub잇섭’]
갤럭시 S22 GOS 이슈 [사진 제공=유튜브 ‘ITSub잇섭’]

갤럭시 S22 이후 차기 스마트폰 전략에 대한 삼성전자의 최대 과제는 바로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다.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이 전반적으로 발열에 문제가 있다는 인식이 공유되고 있고, 최근 갤럭시 S22가 발열 관련 이슈로 홍역을 치렀기 때문이다.

AP는 PC의 중앙처리장치(CPU)에 해당하는 스마트폰의 ‘두뇌’로, 흔히 ‘칩’으로도 불리는 핵심 부품이다. 큰 논란이 없더라도 스마트폰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일 수밖에 없다.

갤럭시 S22 GOS 성능 조작 논란 … AP 발열 문제

최근 갤럭시 S22를 둘러싼 GOS(Game Optimizing Service) 논란의 근본적인 원인은 ‘발열’이었던 것으로 보인다.

GOS란 게임 중 성능을 제한하는 기능으로 사용자가 이를 설정에서 바꾸거나 해제할 수 없어 논란이 됐다. 삼성전자의 해명과 전문가들의 분석을 종합하면, 결국 과도한 발열을 막기 위해 게임 등 높은 성능을 요구하는 작업 중 스마트폰의 성능을 의식적으로 제한했다는 설명이 나온다.

결국 GOS 해제를 가능하게 하는 패치 업데이트 이후 한종희 삼성전자 대표이사 부회장이 정기 주주총회에서 직접 사과하며 사태는 일단락됐지만, 해당 이슈를 ‘성능 조작’으로 인식한 사용자들이 많아 기업 신뢰도에는 큰 타격을 입고 말았다.

이러한 발열 이슈의 원인은 AP에 있다는 것이 최근 업계의 시각이다. AP는 컴퓨터로 치면 중앙처리장치(CPU)와 그래픽처리장치(GPU), 램 메모리(RAM)를 모두 통합한 반도체 칩셋이다. 스마트폰에는 고성능 PC와 같은 쿨러나 팬이 없는 데다, AP 설계와 제조 공정이 점점 더 미세해지면서 공간이 좁아져 발열이 심해지고 있다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삼성의 GOS 문제가 아니더라도 최근 안드로이드 진영에서는 모두가 발열에 대해 고민하고 있으리라고 본다”고 언급하며 “더 뛰어난 성능도 중요하지만, 발열이 심해 안전에 문제가 생기거나 (이번 이슈처럼) 성능을 다 쓰지 못하는 상황이 온다면 소용이 없다”고 짚었다.

안방에서도 선택 못받는 엑시노스 … 갤럭시도 25% 이하

삼성 엑시노스 [사진 제공=삼성전자]
삼성 엑시노스 [사진 제공=삼성전자]

엑시노스는 삼성이 개발한 자체 AP다. 갤럭시 시리즈를 염두에 두고 개발돼 주로 삼성전자 제품에 사용되고 있다. 하지만 성능과 수율 면에서 문제가 있다는 사실이 여러 지점에서 드러나고 있어 삼성전자도 고민스러운 입장인 것으로 전해진다.

단적인 예가 이번 갤럭시 S22다. 삼성전자의 플래그십 스마트폰이지만, 엑시노스를 탑재한 갤럭시 S22는 ‘4대 중 1대’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삼성전자가 채택하고 있는 또 다른 AP ‘스냅드래곤’을 생산하는 퀄컴(Qualcomm)의 크리스티아노 아몬 CEO는 최근 미국의 한 방송에 출연해 “갤럭시 S22 중 퀄컴의 점유율은 75%”라고 언급했다.

물론 이는 스마트폰 수요 둔화로 주가가 하락하는 것에 대응하기 위한 언급이라는 것이 업계의 시각이지만, 그렇다고 해서 아몬 CEO가 거짓말을 했으리라고 보는 이는 없다. 업계에서는 삼성전자 제품에도 자사의 AP 점유율이 25%라면 결국 “(수율이나 성능이) 안방에서도 선택하기 힘들 정도였던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삼성전자 측 관계자는 이에 대해 “반도체는 미리 주문해 생산하는 방식이라 수율 이슈는 사실이 아니며, AP는 지역별로 상황이나 입지에 따라 다르게 채택됐을 뿐”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아몬 CEO의 언급이 사실인지, 국내 출시 모델에도 퀄컴 스냅드래곤 모델이 탑재된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서는 언급하지 않았다.

미디어텍 도입? vs. 갤럭시 전용 AP 개발?

최근 업계에서는 삼성전자가 차기 플래그십 스마트폰에 미디어텍의 AP를 도입할 것이라는 소문이 돌았다. 미디어텍은 주로 중저가 스마트폰에 사용되는 AP를 제조하는 업체로, 점유율로 보면 세계 최대 AP 생산자다. 미디어텍의 AP는 대체로 저가의 보급형 스마트폰에 들어갔으나, 지난해 12월 출시된 ‘디멘시티 9000’은 성능이 뛰어나 호평을 받고 있다. 삼성전자도 보급형 기종인 갤럭시 A시리즈 일부 모델에 미디어텍 AP를 채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엑시노스의 입지가 위태로워지고, 갤럭시 S22의 성능이 문제되자 차기 갤럭시 S시리즈에도 미디어텍 AP가 들어갈 수 있다는 예상이 나온 것이다.

그러나 국내 업계는 이러한 가능성을 높게 보지 않고 있다. 삼성전자도 파운드리 공정 개선을 통한 엑시노스 수율 상향과 더불어 갤럭시 S 전용 AP를 개발하는 방안을 언급하며 소문을 일축했다. 노태문 MX 사업부장 사장은 지난달 직원들과의 타운홀 미팅에서 “커스터마이징된 (갤럭시만의) AP를 만들 것”이라고 발언한 것으로 전해졌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움직임의 의미가 무엇인지에 대해 예측이 엇갈리고 있다. 물론 다른 제조사의 스마트폰에도 채택·납품되고 있기 때문에 이른바 ‘최적화’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있긴 하지만, 기존 엑시노스도 갤럭시 시리즈용으로 만들어진 AP이기 때문이다. 때문에 노 사장의 발언이 애플과 같은 형태의 ‘자체 칩 개발’을 뜻하는 것인지, 엑시노스의 개선을 의미하는 것인지 설왕설래가 있는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갤럭시 전용 AP가 따로 나온다면 엑시노스는 뭐가 되나?”라고 반문하며 “애플의 A시리즈 같은 걸 개발한다면 벌써 물밑에서 움직임이 있었을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

애플이 지난해 M1을 개선해 출시한 M1 PRO와 MAX [사진 제공=애플]
애플이 지난해 M1을 개선해 출시한 M1 PRO와 MAX [사진 제공=애플]

애플은 아이폰에 들어가는 AP 칩셋을 A시리즈(A 뒤에 모델 넘버가 붙는 식)로 불러왔는데, 2012년 출시된 아이폰5에서 채택한 A6부터 자체 개발·설계한 칩을 사용하고 있다. 2017년 아이폰8에 탑재된 A11 바이오닉부터는 아예 GPU까지 자체 생산에 성공했다. 비교적 최근인 2020년에는 독자 개발한 PC용 CPU M1을 아이패드 프로와 맥북 시리즈에 도입하며 완벽한 의미의 ‘애플 생태계’를 구축한 것으로 평가된다. 올해도 후속작인 M2 출시가 예상된다.

삼성의 고민 … 게임체인저(Game Changer)가 필요하다

일각에서는 삼성전자의 의도가 이러한 ‘애플식 전략’에 있는 것은 아닌가 하는 예상을 내놓기도 한다. 최근 삼성이 스마트폰 시장에서 위기의식을 갖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과감한 결정으로 불가능한 선택지는 아니지만, 애플과 삼성은 스마트폰 사업에 대한 접근 방식이나 제품 판매 전략 자체가 다르다는 점이 지적된다.

업계 관계자는 “애플은 기종이 많지 않다. 몇몇 모델만 출시해 엄청난 판매고를 올리는 식이다. 바꿔 말하면 그만큼 프리미엄 시장에서의 경쟁력이나 브랜드 파워에 자신이 있다는 것”이라고 짚었다.

반면 삼성전자에 대해서는 “삼성은 입장이 다르다. 아예 시장이 다른 다양한 모델들을 내놓고 여러 시장을 공략한다. 한국에도 여러 모델이 나와 있지만 인도 등지에는 아예 다른 모델을 주력으로 출시하기도 한다”며 “기종이 많기 때문에 성능이나 가격 면에서 거기에 맞는 칩셋도 다양하다. 애플처럼 폐쇄적인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이 불가능할뿐더러 별로 좋은 전략이 아닐 수 있다”고 진단했다. 무작정 애플을 따라 하기엔 처음부터 시장 전략이 다르다는 것이다.

하지만 다른 쪽에서는 삼성이 다시 시장을 선도하기 위해서는 삼성만이 할 수 있는 ‘깜짝 카드’가 절실하다고 보기도 한다. 애플의 M1 칩처럼 시장을 놀라게 할 만한 패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이 다시 추격자로 전락하는 분위기”라는 지적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어떤 방향이든 소비자가 만족할 만한 성능과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점은 분명하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시장 잠식과 애플의 프리미엄 시장 장악 사이에서 삼성의 입지가 불안하다는 지적은 오래 전부터 제기되어왔다. 삼성이 위기를 딛고 차기 스마트폰 전략을 기회로 만들어낼 수 있을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이준용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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