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태원 회장·조성욱 공정위원장, 묘한 긴장감..."공정거래 정책, 탄력적 운영 해달라" VS "총수 일가 사익 추구 걱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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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 회장·조성욱 공정위원장, 묘한 긴장감..."공정거래 정책, 탄력적 운영 해달라" VS "총수 일가 사익 추구 걱정"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2.01.14 06:4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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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대한상의, 조성욱 공정위원장 초청 간담회
- 최태원 "산업·시장판도 급격히 재편 중...국내 기업 역차별 없게 해줘야"
- 조성욱 "플랫폼 갑질 집중 감시할 것"

최태원 대한상공회의소 회장(SK그룹 회장)이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앞에서 글로벌 기업과 맞서는 국내 기업이 불리해지지 않도록 정책을 탄력적으로 유연하게 운영해달라고 요청했다. 

조성욱 위원장은 주요 그룹 경영진 앞에서 총수 일가의 사익 편취 문제를 거론하며 최태원 회장과 대립하는 상황이 연출되기도 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13일 상의회관에서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을 초청해 개정 공정거래법에 관한 정책강연회를 개최했다. 이번 강연회는 2022년 공정거래 정책방향을 듣고 이에 대한 공정위와 경제계 간 의견 청취와 소통을 위해 마련됐다.

강연회에는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을 비롯해 이인용 삼성전자 사장, 공영운 현대자동차 사장, 하범종 LG 사장, 조현일 한화 사장 등 주요 회원기업 대표와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등 공정위 관계자를 포함해 16명이 참석했다.

최태원 회장은 인사말에서 “기업 입장에서 공정위는 시장 질서를 유지하는 ‘파수꾼’이자 ‘경제 검찰’”이라며 “기업들은 공정거래 정책에 관심 두고 리스크를 잘 관리하는 것이 필수 항목”이라고 말했다. 

이어 “오늘 강연회는 기업들에게 ‘공정거래 정책’에 대한 이해의 폭 넓히려 마련한 자리이지만 정책당국에도 기업들 입장에 대한 이해의 폭을 넓히는 자리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특히 최태원 회장은 “세계적으로 산업과 시장의 판도가 급격히 재편되는 현재 상황에서 우리가 세계 시장의 공급자가 되느냐, 수요자가 되느냐에 따라 국가의 명운이 크게 엇갈릴 것”이라며 “글로벌 기업과의 경쟁에서 불리한 점이 없도록 공정 거래 정책의 탄력적 운영을 바란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산업 환경과 여건이 급속히 변화하고 있는 만큼 우리 기업들이 글로벌 경제 패권 전쟁에서 패배하지 않도록 공정위도 정책의 융통성을 발휘해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최근 산업 간 융복합의 물결이 거세고 기업마다 신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인수합병(M&A) 등 투자 판단이 빠르게 이뤄지고 있는데 자칫 과거의 제도가 족쇄가 돼 우리나라 기업들이 기회를 잃을 수 있다는 것. 

조성욱 위원장은 강연에서 공정 거래 정책의 의미와 공정위의 역할을 강조하며 "기업들이 기울어진 운동장보다 평평한 운동장에서 공정한 시장 경쟁을 할 수 있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조성욱 위원장은 “플랫폼거래에서 소상공인과 소비자의 권익을 보호하기 위해 모빌리티·온라인쇼핑 등 혁신 분야의 독점력 남용 등 불공정행위에 대한 감시를 강화할 계획”이라며 “앞으로도 대·중소기업 간 자율적 상생문화 확산을 위해 지속적으로 소통하고 현장애로 해결 등 다각적인 노력을 하겠다”고 말했다.

공정위, 최태원 회장의 SK실트론 지분 인수 관련 '사업기회 유용' 결정 논란

또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와 기업 간 갑을 관계를 철저히 감시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조성욱 위원장은 공정위의 기업집단 정책을 소개하며 총수 일가의 사익편취 문제를 거론하기도 했다.

공정위는 지난해 12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SK실트론(LG실트론) 지분 인수와 관련해 ‘사업기회 유용’에 해당한다고 판단하고 최태원 회장과 SK㈜에 각각 8억원씩 총 16억원의 과징금 부과를 결정한 바 있다. 이 결정에 앞서 최태원 회장은 공정위 전원회의에 참석해 자신의 입장을 피력했지만 공정위는 위법 결정을 내렸다.

SK 측은 해당 사건의 의결서를 넘겨받는대로 법리를 검토, 필요한 조치를 취하기로 했다. 최태원 회장은 지난해 연말 기자단간담회에서 "반성할 부분은 반성하고 대응할 부분은 대응하겠다"라고 말했다.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오른쪽)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오른쪽)과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이 행사장으로 이동하고 있다. [사진 대한상의]

조성욱 위원장은 “총수 일가의 사익 추구와 부당한 영향력 행사에 대해 많은 걱정이 있다”며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제도적 기반을 만들고, 부당 내부거래를 제지하는 것이 공정위의 기업집단 정책”이라고 말했다. 

이어 “공정위의 직접 개입보다는 시장의 자율적 감시가 이뤄지는 기초를 만들겠다는 생각이 크다”며 “(기업집단의) 소유·지배구조 개선이 기업집단을 궁극적으로 더 건전하게 성장하게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재계를 대표하는 최태원 회장을 비롯 주요 그룹 경영진이 함께 한 자리에서 조성욱 위원장은 총수들의 사익 편취 등을 거론하며 긴장감을 높인 셈이다. 최태원 회장이 요구한 공정위의 탄력적 운영이 어떤 결과로 이어질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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