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HMM, 친환경 선박 투자 급한데 'G리스크'에 발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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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HMM, 친환경 선박 투자 급한데 'G리스크'에 발목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1.11.24 00:00
  • 댓글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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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의 DNA는 성장이다. 생존과 증식, 성장을 향한 기업 DNA의 투쟁은 오늘의 문명과 과학, 기술,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기업 DNA가 지나치게 치열해 더러는 반사회적, 반인류적이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인류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무한성장 DNA에 신뢰와 책임의 강화를 모색한다. 그것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과 기업이다. <녹색경제신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2021 P4G&nbsp;정상회의 해양특별세션 친환경 선박 세션의 패널로 참석한 배재훈&nbsp;HMM&nbsp;사장이 발표하는 모습 (사진 우측부터 배재훈&nbsp;HMM&nbsp;사장,&nbsp;이성근 대우조선해양 사장,&nbsp;김부기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장) [사진=HMM]<br>
배재훈 대표가 P4G회의에서 친환경 암모니아 선박 업무협약과 관련해 발언하는 모습 [사진=HMM]

▲HMM, 3분기 2조2700억원, 누적 4조6790억원의 영업이익 올려...영업이익률 50%↑

HMM(옛 현대상선, 대표이사 배재훈)은 지난 2016년 국제해상운임이 바닥을 치면서 좌초위기에 놓였으나, 2017년 정부의 해운재건 5개년 계획으로 한국해양진흥공사(사장 김양수)가 설립되고 해상운임이 최저점대비 11배 이상 오르면서 경이로운 실적을 기록하고 있다. 

지난해 9808억원의 사상 최대 영업이익을 기록했고, 올해 들어서는 3분기까지 누적 영업이익 4조6790억원에 달한다. 4분기에도 2조원이 넘는 영업이익을 올릴 전망이어서 연간 영업이익은 지난해의 7배에 달할 전망이다. 

특히 50%를 넘는 영업이익률은 코스피 전 종목에서 가장 높다. 이같은 호실적은 내년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는 내년말까지 HMM이 13조원 정도의 현금을 보유할 것이라고 최근 보고서에서 짚었다. 

IMO 환경규제 강화로 기사회생 ...20척 친환경 선박 인도로 독보적 경쟁력 확보

이같은 호실적의 바탕에는 국제해사기구(IMO)의 환경규제 강화가 있다. IMO는 지난해 부터 황화합물 배출 규제를 대폭 강화했다. 물론, 이것은 사전에 예고됐던 일이다. 

정부는 수주가뭄에 시달리던 국내 조선3사, 특히 KDB산업은행(회장 이동걸)이 최대주주(지분율 55.7%)로 있는 대우조선해양을 지원을 겸한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수립하는 중요한 요인 중 하나가 IMO의 환경규제 강화였기 때문이다. 

당초 산업은행은 2017년 한진해운 파산을 방치한 것과 마찬가지로 HMM(당시 현대상선)을 지원할 의사가 없었다. 

HMM에 인도된 20척의 선박은 현재 운항하고 있는 초대형 컨테이너선박 중 가장 연료효율이 높다. 기존 1만5000TEU급 선박에 비해서도 연료가 15% 덜 들어 그만큼 친환경적이다. 게다가 황을 제거할 수 있는 스크러버 장착과 향후 LNG연료 사용이 가능하도록 만들어졌다. 

실제로 HMM은 지난해 선박의 온실가스 배출량을 2008년 대비 약 55% 감축했다. 올해는 약 57%, 2030년까지 약 70% 감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침 길었던 치킨게임의 터널 끝에서 미증유의 코로나19가 확산됐고, 이는 해상운임을 폭등시켰다. 국제 해상컨테이너운임을 대표하는 상하이컨테이너운임지수(SCFI)는 지난 2016년 400까지 떨어졌다가 올해 1분기 사상 최초로 200을 넘어 평균 2780을 기록했고, 2분기에는 평균 3259, 3분기에는 평균 4312를 기록했다.

4분기 SCFI는 지난주 2주연속 반등하면서 4555를 기록했다. 이는 3분기 평균보다 300정도 높은 수준으로 또 다시 사상최대 분기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으로 항구 노동자들이 급감하고 재택근무 등으로 전 세계 공급망이 심대한 타격을 입은 것이 해운업계에는 호재로 작용한 셈이다. 특히 화물적체가 심각한 미국은 약 8만명의 트럭운전사가 부족한 것으로 파악돼 단 시간내에 물류난 회복은 어려워 보인다. 

해운업계 한 고위 관계자는 미국의 경우에는 항구노조와 트럭노조가 특히 배타적이어서 단 시간내에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했다. 

결국, IMO의 환경규제가 HMM 회생의 결정적 디딤돌이 된 셈이다. 

임시선박 투입으로 부산 패싱 극복하고 사상 최대 수출 실적에 일조

HMM은 지난해부터 50척 이상의 임시선박을 투입하며, 선박이 부족해 수출에 애로를 겪는 중소기업들과 농수축산물 수출에 큰 도움을 줬다. 도움을 받은 중소기업의 숫자가 1600곳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중소벤처기업부는 지난달 19일 이같은 HMM의 상생협력에 대한 공로를 기념하는 감사패를 수여했다. 

 IMO 환경규제는 새로운 기회와 위기 ...친환경 선박 투자 시급하다

IMO의 탄소중립 로드맵에 따른 환경규제 강화는 HMM에 새로운 위기와 기회를 제공하고 있다. 

23일(현지시간) IMO는 해양환경보호위원회 77차회의(MEPC77회의)를 시작했다. 이번 회의에서는 2050년까지 탄소중립(탄소배출량 '0')을 달성하는 새로운 목표에 대해 논의할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76차 회의에서 IMO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해마다 2%씩 감축하자는 합의를 이룬 바 있다. 하지만 보름전 영국 글래스고우에서 개최된 COP26에서 2050탄소중립에 대한 요구가 이어진 이후 IMO는 2050 탄소중립에 대한 압박이 심한 상태다. 

한편, 전 세계 탄소배출량의 3%를 차지하고 있는 해운업이 탄소배출을 줄여가려면 조선과의 협조가 절실하다. 그런 점에서 HMM은 상당히 유리하다.

과도기 단계로 알려진 LNG선박은 국내 조선3사가 휩쓸고 있고, 탄소중립이 가능한 메탄올 연료 추진선박을 대량 수주한 유일한 조선소가 현대중공업이기 때문이다. 머스크는 기존 화물선 모두를 메탄올 연료 추진선으로 개조하는 방안도 연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머스크는 현대중공업과 올해 1만6000TEU급 초대형 컨테이너선 8척(추가수주 4척)과 2100TEU 1척 등 약 1조6500억원 규모의 건조계약을 마쳤다. 이배들은 오는 2024년 부터 인도될 전망이다. 

또 다른 탄소중립 대안인 암모니아추진선도 일본 선사에서 수주를 타진하고 있다. 

그런데, 정작 HMM은 다른 문제에 시달리면서 미래를 위한 투자에서 뒤쳐지고 있다. 

한국조선해양, 머스크 관계자들이 메탄올 추진선 발주계약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한국조선해양]
한국조선해양, 머스크 관계자들이 메탄올 추진선 발주계약을 체결하는 모습 [사진=한국조선해양]

문제는 지배구조(G)...미래위한 투자는 도대체 언제나 가능할까

문제는 최대주주인 산은과 해진공인 것으로 보인다. 그도 아니면 기획재정부나 해양수산부일지도 모른다. 

산은과 해진공은 해운재건 5개년 계획을 통해 HMM을 회생시키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하지만 정작 신규투자를 통해 미래를 준비해야하는 중요한 시기에 자기 이익을 챙기는데만 몰두하고 있는 모양새다. 

당초 HMM의 경쟁력 강화에 친환경선박이 중요한 역할을 했던 것처럼 향후 IMO의 환경규제가 강화되고 노후 선박 폐선이 확대되면 친환경 선박이 모자랄 가능성이 높다. 

23일 현대중공업그룹이 수주한 10척의 LNG선 인도가 시작되는 시기는 2024년 후반기다. 지금 당장 발주해도 2024년말이나 2025년이 되어야 인도가 가능하다는 얘기다. 

그런데, 현재 HMM은 2000만원이 넘는 지출은 일일이 산은의 허락을 받아야 한다. 내년부터는 해진공이 그 역할을 한다고 한다. 산은이 지난 6월 3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 주식전환에 이어 지난 16일 해진공이 6000억원 규모의 영구전환사채를 주식으로 전환하면서 HMM의 공공지분율은 과반을 넘겼다. 공기업이 된 셈이다. 

직원들은 스스로 ‘코스코(중국원양해운그룹)’라고 평가한다. 코스코는 ‘우리(코스코)는 돈을 벌지 않아도 되는 회사’라는 정체성을 가진 것으로 국제해운업계에 알려져 있다. 국영기업이기 때문이다. 세계 4위의 선복량(약 300만TEU)에도 불구하고 지난 1년간 주가는 아시아 주요 기업 중 가장 낮다. 

지난 1년간 아시아 주요 해운사의 주가 변동 추이 [자료=구글 금융]

산은은 지난 6월 만기가 도래한 전환사채를 주식으로 바꾸면서 '배임'이라는 핑계라도 댔는데, 해진공은 별다른 명분이나 이유도 없이 그냥 지분을 늘렸다. 

이들은 민영화와 관련한 얘기만 나오면 몸값이 비싸다며 구체적인 민간매각을 얼버무려왔다. 그런데, 정작 이들은 지분을 40%까지 늘려 더욱 민영화를 어렵게 만들었다. 

해진공은 상반기에만 4조원이 넘는 현금을 보유한 HMM이 공적자금 6000억원을 조기 상환하겠다는데도 이를 주식으로 전환했다. 당초 해진공이 2017년 설립된 목적을 생각하면 도무지 이해하기 어려운 결정이다. 

여전히 산은과 해진공은 2조7000억원 규모의 영구채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은 9000억원의 공적자금 상환 대신 지분확대를 선택했다. 

지난 27일 금융위원회(위원장 고승범)는 '증권의 발행 및 공시 등에 관한 규정' 개정안을 발표하고, 제5-21조에 '최대주주등이 전환사채매수선택권의 행사로 각자 발행당시 보유한 주식 비율을 초과하여 주식을 취득할 수 없도록 한다'는 신설조항과 기존 발행시점으로 전환가액을 결정했던 것을 전환시점으로 변경했다. 

공교롭게도 해진공은 하루전인 26일 오후 주식전환에 대한 공시를 냈다. 

금융위의 개정 취지를 생각한다면 정부기관인 산은과 해진공의 주식전환은 정당한 행위로 보기어렵다. 

산은은 '금융산업 및 국민경제의 건전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설립됐고, 해진공은 '해운기업들의 안정적인 선박 도입과 유동성 확보를 지원하고, 해운산업의 성장에 필요한 서비스를 제공하는 등 우리나라의 해운 경쟁력을 강화함으로써 국가경제 발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2018년 설립된 정부기관이다. 

설립목적은 '공익과 국익'인데, 정작 '사익'을 추구하는 투자회사를 만든 셈이다. 

최근 양지환 대신증권 애널리스트가 낸 보고서에 따르면, HMM은 내년까지 약 13조원의 현금을 보유할 전망이다. 드류리를 포함한 대부분의 국제 해운기관도 내년까지 현재의 해상운임 고공비행 기조가 이어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세계 최대 해운사인 머스크는 최근 친환경 기조를 눈에 띄게 강화하고 있다. 더 이상 화석연료 선박을 건조하지 말자고 IMO에 제안하기도 했다. 택비를 포함한 사업영역확대도 꾀하고 있다. 

세계 최초 완전 전기 추진 자율운항 선박 야라비르켈란드가 처녀운항하는 모습 [사진=야라 트위터]
세계 최초 완전 전기 추진 자율운항 선박 야라비르켈란드가 처녀운항하는 모습 [사진=야라 트위터]

세계최대 비료회사인 노르웨이의 야라는 완전 전기로 자율운송 선박을 선보이며 운항을 시작했다. 암모니아 연료의 상업적 생산도 개시했다.

산은과 해진공, 그리고 실질적인 관리감독 기관인 금융위와 기재부, 해수부는 HMM의 민영화를 서둘러야 한다. 수출기업들이 부담한 운임은 미래를 위해 투자돼야 하는 HMM의 소중한 자산이다. HMM의 생존과 성장은 무역한국의 미래다. 

우리나라는 실제로 섬나라와 마찬가지다. 무역 물동량의 99%가 해운에 의존한다. 있어도 그만 없어도 그만이 아니라는 얘기다. 늙은 기업도 아니고, 내후년에 적자가 날지도 모르는 취약기업은 더더욱 아니다. 

몸값이 비싸서 못파는 것을 걱정할 때가 아니라, 국민의 혈세를 지원해서 힘차게 부활한 HMM을 식물기업으로 만드는 것을 걱정할 때다. 

 

 

 

김의철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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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스 2021-11-25 00:26:23
좋은글 잘 읽었습니다. 계속 관심 부탁드립니다. 산은, 해양투자공사가 뻘짓하지않도록 언론 본연의 기능인 감시에 힘써주세요 감사합니다!

김남식 2021-11-24 22:58:08
좋은 기사 잘 읽었습니다. 정말 진정한 기자이십니다.

유문수 2021-11-24 18:32:23
항상 응원 합니다 팩트를 기반은 좋은 기사 언제나 부탁드립니다.0

Tlsur 2021-11-24 18:08:42
답 없는 산은과 해진공의 콜라보네

나나 2021-11-24 18:04:39
와 해진공, 산은 이 천하의 매국노들이라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