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사모펀드 후폭풍을 대하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정반대 대처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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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사모펀드 후폭풍을 대하는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정반대 대처법
  • 노우진 기자
  • 승인 2021.07.12 17: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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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똑같이 투자원금 100% 환급하면서 다른 방법 취한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
- 감사원, "수탁사와 예탁원에도 책임 있다"…승기 잡은 NH투자증권

금융계를 뒤흔든 불량 사모펀드 사태의 후폭풍이 이어지는 가운데 증권사마다 각기 다른 대처를 해 눈길을 끈다. 특히 전혀 다른 방향을 바라보는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대처를 두고 증권가의 반응이 갈린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은 나란히 일반투자자 투자원금 100% 환급을 진행했다. 한국투자증권은 라임·옵티머스 펀드를 비롯해 부실 사모펀드 8개 상품에 대해 전액 환급을 약속했다. 팝펀딩 제재심의위원회를 앞둔 행보였다. 정일문 한국투자증권 사장까지 전면에 나섰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를 두고 ‘면피용 행보’라는 비판이 나온다.

반면 NH투자증권은 옵티머스 펀드 사태에 관련해 다른 방도를 통해 투자원금을 환급했다. 금융감독원의 권고안을 거부한 NH투자증권은 사적합의 형태를 통해 원금을 지급했다. 일반투자자들로부터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를 양수한 방식이다. 판매 취소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기존의 기조를 유지한 것이다.

한국투자증권과 NH투자증권의 대처를 두고 증권가에서는 물론 일반투자자들 사이에서도 엇갈린 반응이 나왔다. 증권사 책임을 인정한 한국투자증권에 대해서는 향후 증권사가 모든 책임을 질 수 있는 선례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증권업계에 불리한 행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으며 수탁사와 정부 관련기관에게 근본적인 책임이 있다고 주장하는 NH투자증권에 대해서 정반대의 해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양사의 다른 입장은 감사원이 NH투자증권의 손을 들어주는 감사 결과를 내놓으며 판세가 바뀌고 있다. 비판을 감수하면서도 꿋꿋이 주장을 굽히지 않았던 NH투자증권이 승기를 잡고 웃을 수 있을지 주목된다.


증권가 비판 받는 한국투자증권, 어째서?…엇갈린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의 대처


지난 16일 한국투자증권은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부실 사모펀드 사태와 관련해 입장을 밝혔다. 한국투자증권에서 판매된 사모펀드 중 전액 보상이 결정된 펀드는 라임·옵티머스를 비롯해 디스커버리(US핀테크)·삼성Gen2·팝펀딩(헤이스팅스) ·팝펀딩(자비스) ·피델리스무역금융·헤이스팅스 문화콘텐츠·헤이스팅스 코델리아·미르신탁 등이다.

정일문 사장은 “한국투자증권은 부실 사모펀드로 판매책임 이슈가 불거진 상품에 대해 보상기준을 마련하고 해당 상품에 투자한 고객 투자금 100% 전액을 보상하기로 전격 결정했다”며 “금융소비자 보호와 고객 신뢰회복을 위해 내린 선제적 결단”이라고 밝혔다.

다만 긴급 기자회견이 금융감독원의 제재심을 앞두고 열린 것이라 징계를 피하기 위함이라는 해석도 나온다. 실제로 금융감독원은 지난 22일 한국투자증권에 대해 경징계인 ‘기관주의’ 제재를 결정했다. 사전통보했던 ‘기관경고’보다 한 단계 내려간 징계 수위다.

한 금융계 관계자는 “정일문 사장이 내놓은 것은 전례가 없는 보상책”이라며 “전적으로 투자 원금 전액을 보상한 것이 큰 몫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만약 한국투자증권이 기존에 예고된 중징계를 받았다면 향후 1년간 신사업 진출이 불가능했다. 한국투자증권으로서는 한 번의 결단으로 최대의 이익을 챙긴 것이다. 

일각에서는 한국투자증권의 행보를 두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나온다. 증권가 한 관계자는 “한국투자증권은 결국 이번 사태의 모든 책임이 판매사인 증권사에 있다고 인정해버린 것”이라며 “이런 전례가 남으면 앞으로 똑같은 일이 일어났을 때도 판매사가 ‘독박’을 쓸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과 다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NH투자증권은 금융위에서 내놓은 권고안을 거부하고 다자배상안을 내놨다. 결과적으로 다자배상안 역시 기각됐으나 NH투자증권의 주장은 확고했다. 수탁사인 하나은행과 예탁결제원에도 책임이 있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 관계자는 “판매사 입장에선 억울한 부분이 있다”며 “단순히 판매만 하는 증권사가 상품 자체에 문제가 있는지 파악하기가 어려운 구조”라고 설명했다.

NH투자증권은 특히 수탁사인 하나은행의 책임이 크다고 주장했다. 제시한 근거는 크게 3가지로 ▲펀드의 운용 목적과 다르게 운용되고 있음에도 묵인 내지는 방조 ▲자금세탁방지의무 위반 ▲펀드 환매 불능사태 시 고유자금으로 상환 불능상태를 막은 정황 등이다.

또한 예탁원의 경우, 허위 자산명세서 작성을 책임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예탁원이 운용사로부터 받은 이메일에 첨부된 사모사채 인수계약서를 확인하고서 운용사가 허위의 공공기관 매출채권으로 변경해 종목명을 기재해달라고 요청하자 허위임을 알면서도 그대로 했다는 것이다.

NH투자증권은 한국투자증권과 마찬가지로 일반투자자에게 원금을 100% 환급했다. 총 2780억원 규모다. 하지만 착오에 의한 계약취소는 받아들이지 않고 사적합의 형태를 취했다. NH투자증권은 사적합의를 통해 양수한 수익증권과 제반 권리를 기반으로 구상권 행사를 비롯해 손해배상 청구소송을 진행할 계획이라 밝혔다.


NH투자증권의 ‘승부수’, 과연 먹일까…흐름은 NH투자증권의 승리로 기운다


NH투자증권은 다자배상안을 내놨을 때는 물론 사적합의를 통해 원금을 환급한 지금까지 투자자들의 비판을 받아왔다. 특히 한국투자증권의 행보와 비교해 NH투자증권이 투자자들의 피해를 책임지지 않고 방조했다는 목소리가 나왔다. NH투자증권과 하나은행 그리고 예탁원의 법적 소송이 큰 관심을 끈 것은 그런 이유다.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 결과가 발표되며 NH투자증권이 승기를 잡은 형국이다. 앞서 5일 ‘금융감독기구 운영실태’ 감사결과 보고서를 발표한 감사원은 예탁결제원과 수탁기관의 책임이 있음을 인정했다. 감사원은 “예탁원은 옵티머스 펀드가 공공기관 매출채권에 투자하지 않은 것을 알면서도 옵티머스자산운용의 요구에 따라 사모펀드 자산명세서에 공공기관 매출채권을 매입한 것으로 작성했다”고 지적했다. NH투자증권의 주장과 동일한 내용이다.

감사원은 이어 신탁업무를 담당한 수탁기관의 문제점도 지적했다. 문제가 된 것은 기업은행이다. 계약에 따라 공공기관 매출채권에만 투자하도록 돼있는데도 사모사채를 매입했기 때문이다.

주요 수탁은행인 하나은행은 공적 자금이 투입된 기관이 아니라 감사 대상에 포함되지 않았다. 하지만 감사원의 감사 결과는 수탁사의 책임을 인정하는 것이라 NH투자증권의 소송전에도 호재로 작용할 전망이다. NH투자증권과 하나은행의 소송전은 약 4000억원대 규모로 예상된다.

노우진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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