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날 그후] 금융지주회사 해체 수모 딛고 재도약 준비하는 우리금융 '손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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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날 그후] 금융지주회사 해체 수모 딛고 재도약 준비하는 우리금융 '손태승호'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12.2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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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민영화 과정에서 '옛 영화'는 어디에?
-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은행 치중 수익구조 개선
사진 = 연합뉴스 제공
사진 = 연합뉴스 제공

2년 전, 12월 우리은행 임시주총에선 금융지주사 전환과 관련한 안건이 의결됐다.

우리금융그룹 회장으로 내정됐던 손태승 당시 우리은행장은 "2014년 민영화 과정에서 은행체제로 전환된 우리은행이 4년간의 오랜 숙원을 풀고 지주사 전환을 인가받았다"고 소회를 토로한다.

2001년 국내 최초의 금융지주회사로 출범했던 우리금융지주의 역사는 '국난(國難)'으로 표현되는 IMF 외환위기의 그늘과 함께 했다.

1987년 한일은행에 입사해 요직을 두루 거쳐온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은 지근거리에서 이 상황을 지켜봐 왔다. 

아직 갈 길은 멀다. 리딩뱅크를 놓고 겨루던 우리은행과 우리금융은 언젠가부터 만년 4위 자리를 지키고 있다. 

손태승 회장의 앞엔 ▲그룹 수익구조 다변화 ▲완전 민영화 ▲디지털 전환 등 금융산업 패러다임 전환 대비 등의 핵심 과제가 산적해 있다.


 

◆ 그날

IMF 외환위기 격랑 속 부침 심했던 우리금융

우리은행의 전신인 한빛은행은 외환위기 당시 부실이 있던 한일은행과 상업은행의 합병으로 탄생했다. 당시 예보를 통해 투입됐던 공적자금은 12조8000억원 수준.

우리금융지주는 2001년 공적자금이 투입된 금융사들을 한꺼번에 관리하기 위해 한빛은행, 평화은행, 광주은행, 경남은행, 하나로종금 등을 자회사로 두며 설립됐다.

한빛은행이 현 우리은행으로 사명을 바꾼 것은 2002년. 한국노총 금융노련을 중심으로 '노동금융'을 표방하며 설립됐던 평화은행은 이보다 4개월 앞서 한빛은행에 합병된다.

공적자금 회수를 위한 우리금융 민영화는 20년이 지난 지금도 여전히 진행 중이다.

당국은 2001년 우리금융지주 출범 당시 4년 내 민영화 계획을 발표했지만, 2005년엔 매각시한을 3년 연장했고, 2008년엔 다시 이 시한을 삭제하는 등 지지부진이 계속됐다.

우리금융 민영화 과정에서 늘 회자되는 것은 '대어를 누가 삼킬 것'이냐는 물음이다.

2010년 1차 민영화 추진 과정에선 유력 후보인 하나금융그룹이 외환은행을 인수했다. 2011년 2차 민영화에선 당시 MB 정권의 힘을 입은 강만수 전 산은회장의 '메가뱅크론'이 특혜 시비가 일며 다시 무산.

2012년 3차 민영화에선 다시 유력한 선수인 KB금융그룹이 발을 뺀다.

결국 2014년 4차 민영화에선 '쪼개 팔기'가 진행, ▲우리투자증권·우리아비바생명·우리금융저축은행은 NH농협금융지주가, ▲광주은행은 JB금융지주가, ▲경남은행은 BNK금융지주가, ▲우리자산운용은 키움증권이, ▲우리F&I는 대신증권이, ▲우리파이낸셜은 KB금융지주가 가져간다.

4차 민영화 과정에서 우리금융지주는 해체된다. 남은 계열사는 우리은행 자회사로 들어간다.


자료 = 우리금융 제공
자료 = 우리금융 제공

 

◆ 그후

지주 재출범, 미래를 위한 첫 걸음 떼다 

손태승 회장은 우리금융지주 재출범을 의결하는 임시주총서 "지주사가 공식 출범하면 상대적으로 은행에 집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방면으로 확대하고, 새로운 금융서비스를 창출할 수 있을 것"이라며 "기업 인수합병을 통해 기업가치를 극대화하고 한 단계 더 나아갈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손 회장의 말에서 왜 그동안 '숙원'이었는지가 잘 드러난다.

2019년 1월 공식 출범한 우리금융지주는 우리은행과 우리FIS,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우리신용정보, 우리펀드서비스, 우리PE자산운용 등 6개 회사를 자회사로 편입했다.

기존 우리은행의 주식은 지주사로 이전하고, 주주들은 신설 우리금융지주 주식을 받았다. 은행과 지주의 주식교환비율은 1:1이고, 타 계열사는 각각 비율이 다르다.

국내 주요 시중은행들은 금융지주사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은행을 중심으로 카드, 증권, 보험 등의 비은행 계열사들이 고객 동의 정보를 공유하며 시너지를 내고 있다.

또한 은행법이 아니라 금융지주회사법의 적용 아래서 비은행 계열사의 운영 폭을 넓힐 수도 있다.

우리금융지주 재출범 이후 불과 1년 만에 이를 점검할 수 있는 상황이 터졌는데 다름아닌 코로나19 팬데믹이다.

우리금융지주의 2020년 실적은 타 금융지주에 비해 비은행 부문의 약세를 드러냈다. 특히 올해 증권사들이 호실적을 거뒀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3분기까지 금융지주 증권 계열사 실적을 살펴보면, KB증권이 당기순이익 3385억원, 하나금융투자 2880억원, 신한금융투자 1846억원 등을 기록했다.


▲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사진 = 우리금융 제공)
▲ 손태승 우리금융 회장 (사진 = 우리금융 제공)

 

◆ 그리고 앞으로

비은행 강화·디지털 전환으로 완전 민영화 준비

산적한 과제 앞에 우선 첫 걸음은 딛었지만 우리금융의 갈 길은 험하다.

우선 그룹 지배구조와 관련한 리스크가 걸린다.

손태승 회장은 지난 2월 3일, 파생결합펀드 사태와 관련해 금감원으로부터 문책경고 징계를 확정받았다.

중징계인 문책경고는 금융회사 임직원이 현직을 마칠 수 있지만 이후 3년 동안 금융회사 취업을 제한한다.

3월 말 주총 이후 새 임기를 맞는 손 회장의 입장에선 연임에 빨간불이 켜진 셈. 우리금융은 금감원 통보에 불복해 행정소송 절차를 밟았고, 사법당국이 소송과 함께 제기한 징계효력 집행정지 가처분신청을 받아들이며 연임한다.

당시 손 회장의 거취는 감독당국의 제재에 금융기관이 대립각을 세운 최초의 사례라고 불릴만 하다.

손 회장은 이보다 앞서 우리은행장 취임 과정에서도 소동을 겪어야 했다. 전임 이광구 은행장이 은행권 채용비리 사태로 물러나며 직무대행을 맡기도 했던 것.

행장 선임을 위해 꾸려진 우리은행 임추위에 예금보험공사가 참여 의사를 밝히며 낙하산·관치금융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결국 예보가 한발 물러서며 우리은행 이사회는 과점주주 추천 사외이사 5명으로 임추위를 꾸렸다.

결과적으로 손 회장이 당시 우리은행장에 내정된 것은 우리은행의 과점주주체제가 독립성과 신뢰성을 보여줄 수 있다는 긍정적인 면으로 작용했다. 

민영화의 단계적 추진으로 계열사들이 떨어져나가며 우리금융의 실적 쏠림은 여전히 골치거리다. 금융지주 재출범 이후 사업 포트폴리오 다변화를 위해 손 회장이 가장 골몰하고 있는 분야다.

우리금융은 올해 아주캐피탈과 아주저축은행을 자회사로 편입하고, 총 12개 자회사를 거느리게 됐다.

우리금융은 당시 "아주캐피탈은 자동차금융 분야의 강점을 바탕으로 지난해 총자산 6조5000억원, 당기순이익 909억원, ROE(자기자본이익율) 12.6%의 높은 수익을 올렸다”며 “우리금융그룹 편입으로 자금조달 안정화 및 조달금리 하락 효과는 물론, 그룹의 리스크관리 역량과 우리은행을 비롯한 자회사와의 협업체계를 접목하면서 성장이 더욱 가속화될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또한 “아주저축은행도 연간 100억원 이상의 당기순이익을 창출하고 있어 그룹의 수익규모 확대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보다 앞서 동양자산운용과 ABL글로벌자산운용의 인수도 마무리했다. 남은 타깃은 증권과 보험. 

은행을 포함한 금융산업 전반은 디지털기술의 급격한 발달로 패러다임 전환기에 있는데, 손 회장의 미래전략의 핵심도 디지털 전환에 있다.

지난 9월 20일엔 손 회장이 그룹 디지털혁신을 직접 총괄하기로 했다고 밝히며, 인사, 예산, 평가 등 디지털부문의 조직 운영체계 전반을 빅테크 수준 이상의 자율성을 갖는 조직으로 바꿔 혁신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겠다는 복안을 밝혔다.

이후 지주의 디지털·IT부문 인력과 그룹 IT계열사인 우리FIS 디지털 개발인력을 우리금융디지털타워로 집중시킨 것도 과감한 시도였다.

향후 우리금융은 손 회장의 임기인 2023년 안에 우리금융 완전 민영화를 비롯해 숙원 과제 해소는 물론, 그룹의 새로운 성장 발판을 마련한다는 계획을 추진 중에 있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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