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인도환경재판소 “LG화학 직원들,가스누출 사고 대응 미흡” 판단...내주 보고서 공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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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인도환경재판소 “LG화학 직원들,가스누출 사고 대응 미흡” 판단...내주 보고서 공개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6.04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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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보건시민센터, 조사보고서 내용 다음 주 공개 예정
사고 당시 현장 노동자 대처 미흡 판단, ‘도망쳤다’ 등 내용 포함
인도 경찰이 7일(현지시간) 가스 유출 사고가 발생한 남부 안드라프라데시 주 비사카파트남의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 앞에 모여든 주민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인도 경찰이 7일(현지시간) 가스 유출 사고가 발생한 남부 안드라프라데시 주 비사카파트남의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 앞에 모여든 주민들을 지켜보고 있다. [사진=AFP/연합뉴스]

"사고가 난 뒤 LG화학 직원들은 도망치기 바빴다. 사고후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 가스사고 누출 사고 대처가 매우 미흡했다."

인도 정부가 LG화학 인도 공장 가스누출 사고조사를 진행하면서 ‘경보 알림 없음’, ‘부적절한 직원 대처’ 등의 내용을 파악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고 발생 당시 현지에서 LG화학의 대처가 미흡했다는 지적을 피하기 어려워 보인다. 이 때문에 많은 사상자가 발생한 것으로 인도환경재판소 측은 판단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4일 녹색경제신문이 환경보건시민센터·아시아직업환경피해자권리네트워크(ANROEV·안로에브)와 현지 언론 보도 등을 통해 확인한 결과 인도환경재판소(NGT)는 이런 내용의 조사보고서를 작성했고 조만간 공개할 예정인 것으로 확인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는 “국제환경보건단체 IPEN의 조 디간지 선임고문이 보고서를 입수해 분석하고 있다”며 “다음 주 정확한 사고내용 보고서가 나오는 데로 번역 정리본을 공개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3일(현지시간) 현지 매체인 타임스오브인디아는 두 명의 현장 노동자가 NGT 측에 가스 누출을 발견하고도 자리에서 도망쳤다는 말을 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보도에 따르면 당시 어느 누구도 스티렌 증기를 진정시키려는 노력을 하지 못했다는 증언도 포함됐다.

환경보건시민센터에 따르면 LG화학 측이 사고 수습에 최선을 다하겠다며 현지에 파견한 조사단도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인도 정부가 LG화학 개입을 막고, 자체 사고조사를 하는 것으로 파악된다. 환경보건시민단체는 사건 피해주민, 인도 시민단체 활동가 등과 일주일에 2~3차례 온라인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LG화학 인도공장 가스누출 사고와 관련해 안전관리 부문에 미흡하다는 평가를 줄 확률이 높아 보인다. 오랜 기간 인도의 환경·안전 제도를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고, 사고 당시에도 조치에 미흡했다는 평가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알람이 울리지 않아 새벽에 도망치듯 집을 빠져나왔다는 현지 시민의 증언이 있었던 만큼 당시 직원 대처 등이 내용에 포함될 것으로 보인다. 

LG화학 인도공장에서 발생한 가스누출사고 피해자 규모도 늘고 있다. 지난달 26일 65세 여성이 사망한 데 이어 지난 1일 45세 남성이 추가로 사망해 총 14명으로 집계됐다. 지난 1일 사망자는 건강이 악화해 병원으로 이송된 뒤 숨진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7일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의 LG폴리머스인디아 공장에서 발생했다. LG화학은 지난 13일 노국래 석유화학사업본부장(부사장)을 단장으로 하는 8명의 현장지원단을 현지에 파견했다. 신학철 부회장은 국내에서 비상대책위원회 위원장을 맡아 사고 수습을 총괄 지휘하고 있다.

인도 정부는 LG화학 현장지원단 출국을 금지한 상태다. 인도의 국립환경재판소(NGT)는 LG폴리머스인디아에 5억루피(약 80억 원)의 공탁금을 예치하도록 했다.

국제사회 인식도 좋지 않다. 유엔 인권이사회 특별보고관은 지난달 14일(현지시간) LG화학의 유해화학물질 유출로 인한 인명피해사고가 인류 역사상 최악의 환경재해인 인도 보팔사고와 유사하다는 입장문을 발표하기도 했다.

미국 기업인 유니온카바이드사(현재의 다우케미칼)가 일으켰던 보팔 참사는 1984년 12월 3일 인도 중부 보팔의 살충제 제조 공장에서 유해화학물질인 아이소사이안화메틸이 누출된 사고다. 수천 명이 사망하고, 50만 명 이상이 피해를 입었다. 

이성진 환경보건시민센터 정책실장은 “LG화학이 사고 책임자인데도 적극적으로 조사에 임하고 책임지겠다는 자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며 “LG화학이 피해자들과 시민사회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겸허히 수용하는 자세가 필요해 보인다"고 촉구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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