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 사고 "경보음만 울렸어도"…LG화학 "사태수습 최선 다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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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사고 "경보음만 울렸어도"…LG화학 "사태수습 최선 다할 것"
  • 서창완 기자
  • 승인 2020.06.05 15: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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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도 주민대표 “경보음만 제대로 울렸어도 많은 생명 구했을 것”
조 디간지 고문 “인도 NGT 조사 결과 관리 소홀 입증… 경영진 처벌해야”
LG화학 "신속·책임 있는 사태 해결 위해 총력 기울이고 있어"

"경보음만 울렸어도 주변 시민들이 대피할 수 있었을 것이다."

LG화학의 인도공장 가스누출 사고 당시 경보음이 울리지 않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현지 주민들은 "경보음만 울렸어도 많은 시민이 안전하게 대비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시민단체들이 LG화학 국내외 공장에서 최근 잇따랐던 산업재해 사고를 규탄했다. 이들은 LG화학이 지금보다 적극적으로 피해자들과 시민사회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LG화학 본사 앞에서 진행된 기자회견에는 LG화학 직원들이 현장을 직접 찾아 1시간 남짓한 회견 모습을 지켜봤다.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LG화학 본사에서 LG화학 인도공장의 가스 누출 사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서창완 기자]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LG화학 본사에서 LG화학 인도공장의 가스 누출 사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사진=서창완 기자]

환경보건시민센터 등 시민사회단체 회원들이 5일 서울 여의도 LG화학 본사에서 LG화학 인도공장의 가스 누출 사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날 회견장에서는 인도 현지 주민대표를 직접 연결해 발언을 듣는 시간도 마련됐다.

이번 사고는 지난달 7일 인도 남부 안드라프라데시주 비사카파트남의 LG폴리머스인디아에서 발생했다. 관련 사고로 현재까지 14명이 사망하고, 1000여 명이 병원에 입원한 것으로 파악됐다.

사고 발생 지역의 주민대표 나르신가 라오는 이번 사고가 LG 경영진의 과실로 발생했다고 주장했다. 2002년 이후 법적으로 의무화된 ‘환경허가’ 없이 공장이 운영됐다는 설명이다. 18년 동안 허가 없이 공장을 6배나 증축했다는 설명도 덧붙였다.

라오는 “탱크 내 기온이 상승한 이후 5분 동안 경보음만 제때 발생했더라도 많은 이들의 목숨을 구할 수 있었을 것”이라며 “수동 경보음마저 울리지 않았던 건 LG 경영진의 중대한 과실과 안전규범 불이행”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지난 3일 인도 국립녹색재판소(NGT)는 이 스티렌 누출 사고의 절대적 책임이 LG 폴리머스 인디아에 있다고 발표했다”며 “우리는 LG폴리머스인디아가 철수하고, 경영진은 기소되길 바란다”고 말했다.

조 디간지 IPEN 선임고문이 LG화학 인도공장의 가스 누출 사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조 디간지 IPEN 선임고문이 LG화학 인도공장의 가스 누출 사고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서창완 기자]

국제환경보건단체 IPEN((International Physical Activity and the Environment Network)의 조 디간지 선임고문 역시 경영진이 책임질 수 있는 강력한 처벌이 만들어지지 않는 한 이런 일이 반복될 거라고 강조했다. 현재 국내에서는 노동자 사망사고 등 중대 재해가 발생했을 때 경영진 책임을 강화하는 중대재해기업처벌법 등 논의가 계속되고 있다.

조 디간지 고문은 “인도 NGT 조사에 따르면 LG화학은 노후 탱크들을 모니터링 없이 방치하고, 응급 상황에 대비한 주민 대피 훈련을 하지 않았고, 장비 관리도 소홀했다”며 “LG화학 경영진에게 강력한 처벌을 하는 것만이 이런 사태를 막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인도 가스 누출 사고 12일 뒤인 지난 19일 충남 서산 대산공단 내 LG화학 촉매센터에서 발생한 화재에 대해서도 쓴소리가 이어졌다. 이 사고로 현장 노동자 1명이 숨지고, 2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안전보건환경분야 시민단체 일과건강의 현재순 기획국장은 “대산 공장에서는 노사가 공동 조사하고, 재발 방지 대책을 세우겠다는 얘기가 나오는 만큼 기대를 하고 있다”며 “다만, 사고를 수습할 때는 우리나라와 인도 현지의 대처가 동일한 기준으로 적용돼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우리나라 화학 사고의 40%가 노후 설비를 제때 교체하거나 점검하지 않아 발생하고 있다”며 “노후 설비 관리 책임을 오로지 기업에만 맡기고 있는 구조에도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백도명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는 “모든 사고에는 원인이 있고, 그 원인은 결국 LG그룹 전체 경영에도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그룹 차원에서 안전·환경 경영 정책과 규정을 만들고, 지키도록 노력해 앞으로 이런 일이 발생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날 한국 기자회견과 인도 사고지역 주민집회 외에도 아시아 여러 국가에서 LG화학의 책임을 촉구하는 캠페인이 진행됐다.

5일 서울 여의도 LG화학 본사에서 열린 'LG화학 인도공장 가스 누출 사고 규탄 기자회견' 풍경. [사진=서창완 기자]
5일 서울 여의도 LG화학 본사에서 열린 'LG화학 인도공장 가스 누출 사고 규탄 기자회견' 풍경. [사진=서창완 기자]

환경보건시민센터 측은 인도 구자라트 섬유공장 여성 노동자, 산업안전보건단체 활동가, 네팔 카트만두의 환경단체 회원, 베트남 하노이의 산업보건단체 회원, 인도네시아 베카시의 시민단체 회원, 홍콩 시민단체 회원, 일본 동경의 안전센터 활동가 등 아시아 10여 개 국가에서 100여 명의 시민이 세계 환경의날 LG책임요구 국제캠페인에 동참했다고 전했다.

LG화학에서도 이날 성명을 통해 입장을 발표했다. LG화학 측은 “인도 사고와 관련해 신속하고 책임 있는 사태 해결을 위해 종합 지원 대책을 만들어 실행하는 데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현재 진행 중인 사고 조사에 대해서는 현지 관련 기관에 적극 협조하고 있으며, 결과가 나오는 대로 이에 상응하는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말했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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