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지에서 팔자" 싱가포르 국부펀드, 셀트리온 블록딜로 6200억 거머줘...향후 행보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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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지에서 팔자" 싱가포르 국부펀드, 셀트리온 블록딜로 6200억 거머줘...향후 행보는?
  • 이석호 기자
  • 승인 2020.04.03 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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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셀트리온그룹주 시총,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호재로 '껑충'...7월까지 2차 블록딜 나올까
셀트리온 CI
셀트리온 CI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이 최근 코로나19 테마로 국내 증시에서 가장 뜨겁게 달아올랐던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식을 블록딜(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처분해 6190억 원 가량을 챙겨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싱가포르 국부펀드 테마섹은 자회사 아이온인베스트먼트(이하 아이온)가 보유 중인 셀트리온(257만주, 1.9%)·셀트리온헬스케어(221만주, 1.5%) 주식을 지난 2일 블록딜을 통해 처분했다. 이번 딜은 씨티그룹글로벌마켓증권과 모건스탠리가 주관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록딜 처분단가는 지난 1일 종가 기준 셀트리온 9.8%, 셀트리온헬스케어 8.5%의 할인율을 적용한 각각 17만 8695원, 7만 2285원으로 결정됐다. 매각 규모는 각각 셀트리온 4593억 원, 셀트리온헬스케어 1598억 원이다.

특히, 테마섹의 셀트리온 지분 블록딜은 이번이 세 번째다. 셀트리온 지분 14.3%를 보유하던 아이온은 지난 2018년 3월 9일 블록딜을 통해 1.85%(224만주)를 33만 6700원에 처분해 약 7542억 원을 회수했다. 같은 날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 2.18%(290만주)도 블록딜을 진행해 3151억 원을 거둬들였다.

또한 같은 해 10월 25일에는 2.92%(362만 5000주)를 24만 7000원에 블록딜로 넘기면서 약 8954억 원 규모의 매각을 성사시켰다. 두 번의 블록딜로 아이온의 셀트리온 지분율은 10% 미만인 9.56%까지 줄었다. 이번 매각으로 아이온의 셀트리온 지분율은 7.66%까지 내려갔다. 또한 셀트리온헬스케어 지분율도 9.37%에서 7.19%로 줄었다.

앞서 두 번의 블록딜 때보다 이번에 처분단가가 상대적으로 낮은 상태에서 매각이 이뤄졌지만 최근 주가 흐름을 보면 저평가 수준으로 보기가 어렵다는 평가다. 셀트리온 주가는 지난 20일부터 8거래일 동안 약 63.6%(11조 4229억 원)가 상승할 정도로 단기 과열 양상을 보였다. 이 기간 셀트리온헬스케어도 56.8%(4조 6783억 원)가 올라 급등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블록딜 소식이 전해지자 지난 1일 셀트리온 주가는 13.54%가 내린 채 거래를 마쳤다. 전 거래일 23.78% 급등에 이어 단 하루 만에 급락세가 나타난 것이다. 셀트리온헬스케어는 전 거래일 상한가 마감 후 이날 11.93%가 내렸으며, 셀트리온제약도 18.02% 빠진 채 장을 마감했다.

지난 2일 장중에도 셀트리온그룹주가 폭락세를 보였지만 다시 진정세를 되찾으며 셀트리온이 1.52% 하락으로 선방했고, 셀트리온헬스케어와 셀트리온제약은 각각 2.03%, 4.89% 상승하며 반등에 성공했다.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지난달 23일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진행하고 있다.

 

▲셀트리온그룹주 시총, 코로나19 치료제 개발 호재로 '껑충'...7월까지 2차 블록딜 나올까

한편, 셀트리온과 우호적인 관계를 맺어온 테마섹이 지난 2018년에 이어 블록딜에 나서면서 그 배경과 향후 행보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아이온은 이번 매각에도 셀트리온홀딩스, 국민연금에 이어 셀트리온의 3대주주이자 셀트리온헬스케어의 2대주주다.

이번 블록딜 시점을 두고 테마섹이 최근 셀트리온과 셀트리온헬스케어 주가가 급등하는 상황을 고점으로 판단한 게 아니냐는 해석도 나온다.

코로나19 확산 사태가 세계보건기구(WHO)의 ‘펜데믹’ 선언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대되면서 최근 치료제·백신 개발에 대한 기대가 절실한 상황이다.

미국, 유럽 등 주요국들에서도 코로나19 장기화에 대비해야 한다는 비관적인 전망이 나오고, 피해 확산 방지와 종식에 대한 불확실성이 짙어질수록 글로벌 빅파마들의 행보에 대한 관심이 더욱 높아졌다.

이달 초 중간 결과 발표가 예정된 미국 길리어드사의 렘데시비르(Remdesivir)를 비롯해 국내 여러 제약바이오업체들도 치료제 개발에 속도전을 펼치고 있다. 이에 따라 국내 증시도 우량 기업들마저 주가 폭락이 속출하는 상황에서 치료제나 백신 개발을 비롯해 마스크, 진단시약, 진단키트 등 코로나19 테마주들은 종종 상한가를 보이면서 폭등세를 이어갔다.

특히, 서정진 셀트리온 회장이 지난달 12일 온라인 기자간담회를 통해 직접 나서 항체 치료제와 신속진단키트 개발에 본격 착수했다고 밝히고, 같은 달 23일에는 개발 계획과 일정을 구체적으로 발표하자 주가가 급등하기 시작했다.

23일 간담회 당시 서 회장은 셀트리온 외에도 미국 빅파마 2곳, 소형 바이오텍 2곳 등 4곳의 회사가 개발을 진행 중이며, 그 중에 1곳이 셀트리온과 거의 비슷한 속도를 나타내며 나머지 회사를 앞선다고 전해 투자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서 회장이 밝힌 계획에 따르면, 셀트리온이 빠르면 오는 7월 말에는 항체 치료제 개발을 마쳐 인체 투여가 가능할 것으로 예상된다. 셀트리온 측 계획대로 된다면, 코로나19가 잠재워질 때까지 아직 약 4개월의 기간이 남은 것이다. 그 사이 발생할 수 있는 변수들을 감안하면 이번 셀트리온그룹주 블록딜은 최근 급등에 따른 1차 고점에 대한 이익 실현으로도 볼 수 있다.

코로나19 이슈뿐 아니라 올해부터 셀트리온그룹의 외형 성장과 수익성 개선이 본격적으로 이뤄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면서 자체 호재도 충분하다. 따라서 향후 셀트리온그룹주가 주가 랠리에 다시 시동을 건다면 테마섹 측이 2차 고점이라고 판단하는 시점에서 이 같은 행보를 보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편, 셀트리온은 코로나19 항체 치료제 개발 1단계를 완료한 데 이어 2단계에 돌입했다고 지난 2일 밝혔다. 질본과의 중화능 검증작업이 완료되는 대로 결과를 외부에 공유한다는 방침이다.

셀트리온 관계자는 “글로벌 수준의 독보적인 항체 의약품 연구개발 능력을 바탕으로 오는 7월 중 인체 임상 투여를 목표로 전 연구진이 최적의 후보 물질 발굴에 전력을 다하고 있다”며 “미국, 유럽 등 전 세계적으로 확산세가 멈추지 않는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여타 글로벌 제약사보다 빠른 속도로 임상을 진행하겠다”고 말했다. 

 

 

이석호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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