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씨티은행 黑書, 꿈을 잃은 직장 ②] 소매금융 철수, 의구심만 증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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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티은행 黑書, 꿈을 잃은 직장 ②] 소매금융 철수, 의구심만 증폭
  • 박종훈 기자
  • 승인 2020.01.20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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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성원 만족 고려 않는 조직, 미래 없다

오스트리아 출신 언론인 한스 바이스와 클라우스 베르너는 지난 2001년 우리에게 익히 잘 알려진 글로벌 대기업들의 행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는 『나쁜 기업 - 그들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Das neue Schwarzbuch Markenfirmen)』을 펴내 충격을 주었다.

20년 가까이 세월이 지나며, 이들 글로벌 기업의 '나쁜' 본질은 여전히 변하지 않았다는 비판도 있다. 하지만 적어도 겉으로 보여지는 모습은 위장이 필요했다. '나쁜 기업'들은 사회 공헌을 늘리고, 다양성을 끌어안으며, 지속가능성을 이야기하게 되었다.

국내 진출한 외국계 은행 중 대표격이라고 볼 수 있는 한국씨티은행(은행장 박진회)이 비슷한 세월동안 한국인들에게 비쳐진 모습은 어떠한가? 이제는 많이 줄어들어 3500여명 수준인 한국씨티은행 구성원들에게는 과연 어떤 직장인가? 3회 시리즈로 알아본다.

지난 2017년 씨티은행은 대규모 점포 통폐합을 진행했다. 영업점 수는 43개로 줄었다.

앞서 언급한 인력구조의 문제는 해가 갈수록 악화일로다. 입행 후 십수년을 가장 말단의 업무도 함께 처리해야 했던 관리자급 직원들은 통합점포 출현 이후 헤드셋을 끼고 상담원의 역할로 내몰린다. 자존감이 짓밟혀도 버틴다. 목구멍이 포도청이니 희망퇴직 기회라도 잡으려면 버텨야 한다.

조직이 목적이 된 조직

대학 경영학과 학부 교과서만 펼쳐봐도, 경영조직이란 ▲상호 의사소통을 기반으로 ▲자신의 노력이 조직에 공헌되도록 의욕을 가지고 있으며 ▲공통목적을 설정하고 이의 달성을 지향할 때 조직이 성립, 유지된다고 가르치고 있다.

경영조직이란, 조직 그 자체가 목적이 아니다. 기업의 목적(목표)을 달성하기 위해 구성원들의 노력을 효과적으로 협력시키는 것이 가장 관건이다.
구성원들이 감정을 가진 인간이란 점을 감안할 때, 유효성과 효율성을 어떻게 구성원들의 만족과 조화시키는지에 대한 고민이 기업을 경영하는 이들의 가장 기본적인 요소다.

지금까지 살펴본 사례만 해도 지난 세월 씨티은행이란 조직 내에서 과연 어떤 리더십이 있었는가 의문점이 생긴다.

겉으로 보여지는, 수치로 드러나는 문제만이 아니다. 이미 십년 가까이 쌓이고 쌓인 구성원들의 불만은 후일 어떤 폭발력을 가질지 우려스럽다.

이미 그 징후는 많은 곳에서 보이고 있다. 지난해 말 진행된 노동조합 선거에서도 시그널이 표출된다. 초유의 영업점 통폐합을 겪었던 기존 집행부에 대한 불신임을 보이는 한편, '강성'으로 구분됐던 과거 집행부를 복귀시켰던 것이다.

은행은 누가 만들어가는가?

씨티은행이 디지털금융을 선도하고, 차별화된 포트폴리오 기반 자산관리에 주력하겠다고 주장해도 인력구조 문제를 비롯한 기존 '적폐'를 도외시하는 모습은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이는 결국 지난 영업점 통폐합 당시 불거졌던 소매금융 철수와 같은 의구심을 증폭시키는 것에 다름아니다.

고객만족은 물론 중요하다. 또한 사회 일각에서 말하는 것처럼 금융기관으로서 공공성, 사회공헌에 대해 생각해야 하는 것도 맞다.

하지만 이와 같은 목표에 앞서 과연 씨티은행의 구성원들은 자신의 직장을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은행장도, 임원도 아닌 은행의 의미와 성과는 직원들이 만들어가야 하는 점을 잊어선 안 된다.

박종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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