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물을 이용한 강간죄나 준강간죄, 죄질 나빠 처벌 수위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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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물을 이용한 강간죄나 준강간죄, 죄질 나빠 처벌 수위 높다
  • 황창영 기자
  • 승인 2019.03.13 10: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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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버닝썬 사건’으로 인해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의 수사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이 2006년에서 2012년 사이에 국립과학수사원에 약물 감정을 의뢰한 성범죄 사건 555건을 분석하여 2015년 한 약학회지에 발표한 논문을 보면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의 심각성을 알 수 있다.

위 논문에 따르면, 약물 성범죄 피해를 의심해 국과수에 감정을 의뢰했지만 실제로 약물 양성 반응이 나온 경우는 26%에 불과했다. 이는 피해자 대부분이 의식이 없거나 수면 상태에서 범죄의 대상이 되어 신고와 시료채취가 지연되었기 때문이다. 약물이 검출되더라도 가해자를 특정하지 못하는 경우도 72%에 달하는데, 이 역시 피해자가 범행 전 의식을 잃었을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더앤 법률사무소 이현중 변호사<사진>에 따르면, 국과수 서울연구소에 의뢰된 성범죄 관련 약물 감정 건수는 2015년 462건에서 2018년에는 861건으로 최근 4년간 2배 가량 늘었다. 이 통계는 최근 ‘버닝썬 사건’ 이후 약물 성범죄가 사회문제로 떠오르자 국립과학수사원이 별도로 조사한 것인데, 다른 지역의 약물 성범죄 실태는 아직 파악되지 않고 있다.

위와 같은 통계는 서울과 경인 지역 일부만이 분석 대상이었고, 다른 지역의 약물 관련 성범죄 실태는 파악되지 않고 있다. 경찰도 국립과학수사원에 약물 감정을 의뢰한 성범죄 사건을 별도로 집계하지 않기 때문에 현재로선 전국의 약물 관련 성범죄가 몇 건인지 확인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이처럼 집계되지 않은 발생 건수를 감안한다면 약물을 사용하여 성범죄를 저지른 건수는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사회적 문제에도 불구하고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상에는 클럽용 ‘물뽕(마약)’이 버젓이 유통되고 있다. 물뽕(GHB)은 중추신경에 작용해 정신을 잃게 만드는 마약의 일종으로 무색·무취·무미한 특성으로 술과 섞였을 때 알아채기 쉽지 않아 성폭행이나 성추행 등의 성범죄에 악용되고 있다.

경찰청 마약수사계 관계자는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에 대한 가중처벌은 없다”면서도 “마약류 범죄의 형량이 세기 때문에 일반 성범죄에 비해 약물 성범죄에 대한 처벌이 세지 않다고 단정할 수 없다”고 말하고 있다. 실제로 형법에서 약물을 이용한 성범죄에 대해 특별한 규정을 두고 있지는 않다.

피해자가 직접 약물을 사용하여 항거 불능의 상태에 있을 때 간음하였다면 준강간죄가 성립하고, 그 처벌은 강간죄의 예에 의하므로 3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해지게 된다. 만일 약물을 몰래 피해자에게 마시게 하고 간음하였다면 준강간죄가 아닌 강간죄에 해당하는데, 정신을 잃은 것은 ‘상해’로 볼 수 있어 ‘강간치상죄’가 성립한다. 이 경우 무기징역이나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므로 실형 선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또한 이러한 약물은 마약류에 해당하므로 약물의 사용이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죄에도 해당할 수 있다. 이 경우 강간치상죄와 경합범이 되는데, 징역형의 장기에 2분의 1까지 가중되어 처벌된다. 마약류를 소지한 것만으로도 마약류관리에관한법률위반죄로 처벌될 수 있으므로 유의하여야 한다.

서울지방경찰청은 광역수사대를 전담팀으로 지정해 클럽 내 성폭행, 약물, 사용, 유착 의혹 등에 대해 집중적으로 수사를 벌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약물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높아진 이 때 ‘약물’에 대한 경각심을 가지는 자세가 필요하다.

이현중 변호사는 경찰대를 거쳐 사법시험에 합격한 후, 의정부지방검찰청 검사직무대리, 법무법인 세종을 거쳐 현재 더앤 법률사무소에서 형사 전문 변호사로서 활동하고 있으며, 서울지방경찰청 사이버안전 자문위원 및 강남경찰서 범죄예방협의체 위원을 역임하고 있다.

 

황창영 기자  1putter1@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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