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사가 앉은 자리서 '30분'만에 합의... 새로운 노사 문화 만들어가는 'SK이노베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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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사가 앉은 자리서 '30분'만에 합의... 새로운 노사 문화 만들어가는 'SK이노베이션'
  • 양도웅 기자
  • 승인 2019.03.05 14: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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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분. 

SK이노베이션 노사가 임금협상안을 합의하는 데 걸린 시간이다.

2년 전 SK이노베이션 노사가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에 임금인상률을 연동하는 임금협상 원칙에 합의하면서, SK이노베이션의 임금협상 상견계와 조인식 모습은 몰라 보게 달라졌다. 

과거 격렬한 투쟁의 결과물로 상징되던 일들이 이제 SK이노베이션에서는 노와 사가 만나 신뢰를 확인하고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현장이 됐다.

SK이노베이션이 5일 김준 SK이노베이션 총괄사장, 조경목 SK에너지 사장, 이정묵 노동조합위원장 등이 참석한 가운데 서울 종로구 서린동에 위치한 SK빌딩에서 ‘1.5%인상에 합의하는 2019년 임금협상’ 조인식을 가졌다고 밝혔다.

이번 임금협상 조인식은 조합원 설명회 및 찬반투표 등의 과정을 거쳐야 해 지난 달 18일 '2019년 임금협상 상견례' 후 15일 만에 진행됐다. 

하지만 실제 임금협상안에 대해 노사가 잠정적으로 합의한 건 상견례 자리를 가진 지 30분만에 이뤄졌다. 그 자리에서 노사는 올해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인 1.5%에 연동하기로 합의했다.

대개 해를 넘겨 타결되거나 자체 합의에 실패해 노동위원회 등의 중재까지 받았던 과거 노사관계와 비교하면 놀라운 변화다. 

SK이노베이션 노조는 이 잠정합의안을 갖고 지난달 27일 조합원들의 찬반투표를 실시했고, 투표 참여 조합원의 87.60%가 압도적으로 찬성하면서 올해 임금협상이 완전히 타결됐다.  

2019 SK이노베이션 협력사 상생기금 전달식 모습. SK이노베이션은 올해도 임단협을 화기애애하게 마무리지었다. 2017년 이후 노사가 임금인상률을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하면서부터 변한 모습이다. <제공=SK이노베이션>

김준 총괄사장은 임금협상 조인식에서 “임금협상 상견례 자리에서 곧바로 잠정합의안을 도출해낸 건 국내외에서 쉽게 찾아보기 힘든 일"이라며 "노사가 2017년 임단협 이후 지속해 신뢰를 쌓아왔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총괄사장은 “이해와 신뢰에 기반한 선진 노사관계는 향후 SK이노베이션이 100년, 200년 기업으로 성장·발전하는 주춧돌로 기업경쟁력을 강화시키는 핵심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정묵 노동조합위원장도 “올해 임금협상을 계기로 노사문화가 한 단계 더 도약하길 바란다”며 “서로 존중하고 배려·소통하면서 작은 부분까지 신뢰를 쌓아 더욱 견고하고 바람직한 노사문화가 정착하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SK이노베이션 노사가 ▲신속한 임금인상률 잠정합의 ▲높은 찬성률로 찬반투표 통과 등이 가능하게 된 건 2017년 9월 임금 및 단체협상(임단협)에서 임금인상율을 국가가 발표하는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에 연동키로 한 합의를 양측이 신뢰에 기반해 실행하고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결과다. 2018년에도 전년도 소비자물가지수와 동일한 1.9%로 임금인상률을 결정했다.

2017년 SK이노베이션 노사는 물가상승에 연동하는 새로운 임금인상률 결정 체계를 만들었고 당시 조합원 73.57%의 찬성으로 타결했다. 올해 임금인상 찬성률은 2017년 임단협 찬성률보다 약 14%포인트 높다. 

지난 2017년 11월 27일, 이정묵 SK이노베이션 노동조합 위원장(좌)과 이강무 SK울산CLX 경영지원본부장(우)이 포항 지진 피해 구호물품 집결지인 양덕 한마음 체육관에서 이재민들에게 구호물품이 조속히 전달될 수 있도록 하역, 구분 작업을 하는 모습. <제공=SK이노베이션>

SK이노베이션 관계자는 "상호존중과 신뢰를 바탕으로 한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노사관계에 대한 노사 양측의 바람이 크다는 것을 보여 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또한, "이번 30분만의 잠정합의에 대해 ‘투쟁, 단결’로 상징되는 기존의 소모적인 노사 프레임에서 벗어나 대기업 노사가 생산적이고 건설적인 모범을 원하는 사회적인 요구를 반영해 대한민국 노사문화에 미래지향적인 ‘新 노사문화’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같은 노사관계에 대해 지난해 1% 행복나눔기금 전달식에 참석한 문성현 경제사회발전노사정위원회 위원장은 “어느 누구도 하지 못했던 일을 SK이노베이션 노사가 해냈다”고 말했다.

올해 SK울산CLX를 찾은 송철호 울산시장도 “싸워서 쟁취하는 세상이 아닌 서로 이해하고 대화하고 신뢰하는 가운데 합의를 이뤄 윈-윈하는 세상을 만든 것”이라고 말했다. 
 

양도웅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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