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서비스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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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서비스 유감”
  • 편집부
  • 승인 2013.09.12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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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수종 언론인

어머니가 지난 봄 이 세상을 떠난 후 자식으로서 정리할 일들이 많았습니다. 그 중 하나가 전화 서비스를 중단하는 것이었습니다.

'체신부 전화국' 시절에 전화를 설치했으니 어머니는 40년 넘는 KT의 단골 고객이었습니다. 이동통신 시대가 되면서 어머니도 휴대폰을 갖게 되었지만 사용하기 불편하다는 이유로 유선 전화를 주로 애용했습니다.

어머니의 상을 치룬 후에도 몇 번 습관적으로 어머니의 전화번호를 누른 적이 있습니다. 대답이 없는 전화 신호음이 가슴을 꽉 채우는데, 그 공허감이 이루 말할 수 없었습니다. 막상 전화 번호를 반환하고 서비스를 중단해 달라고 KT에 전화를 걸려고 하니 기분이 묘하고 만감이 교차했습니다.

어머니가 살아 있을 때 전화는 생활 통신수단으로만 느껴졌습니다. 그러나 어머니가 타계한 후 전화번호는 어머니가 이 세상에 살아 존재했다는 징표로 느껴졌습니다.

번호만 누르면 어머니의 목소리를 들을 수 있었던 전화가 없어진다는 것은 이 세상에서 어머니의 기록이 지워지는 것이었습니다.

어쨌든 KT에 전화를 걸었습니다. 평소에 느꼈던 바이지만 통신 서비스를 하는 KT 직원과 직접 대화하는 과정은 정말 복잡하고 힘들었습니다.

연결된 여자 직원에게 민원사항을 이야기했습니다. 전화번호를 말해주고 그 주인이 사망했고 유가족인 아들이 신고하는 것이니 전화 서비스를 중단해달라는 요지로 말입니다.

KT 직원과 다음과 같은 대화가 오갔습니다.
상담원 - "전화 서비스를 끊으려면 사망한 분의 가족관계증명서와 선생님 신분증을 갖고 KT 지점으로 나오셔야 합니다."
필자 - "지점을 찾아 방문하기가 불편하니 다른 방법으로 확인하고 서비스를 중단해 줄 수는 없나요? 전화번호 주인이 사망했다는데."
상담원 - "그건 안 됩니다. 그런데 선생님, 어머님이 쓰시던 전화번호이니 선생님이 그 번호를 이어받으면 어때요? 그러면 전화로 처리해드릴 수 있습니다."
필자 - "나에게도 전화번호가 있으니까 그럴 수는 없고요. 그럼 KT 지점은 어디에 있죠?"
상담원 - "KT 홈페이지에 들어가면 알 수 있습니다."

나는 전화를 끊었습니다. 좀 답답했지만 KT를 이해하기로 했습니다. 사기도 많고 서비스가 복잡하니 고객이 서비스를 받으려면 사망 사실을 입증해줘야 할 만하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KT 지점을 찾아가는 일이 쉽지 않았습니다. 이 경우 어쨌든 고객은 약자일 수밖에 없습니다. 결국 몇 달 후 시간을 내어 KT 지점을 찾아가 전화 서비스를 중단했습니다.

너무 간단했습니다. 창구 직원이 가족관계증명서만 보고 뭔가를 기입하더니 그 증명서를 돌려주는 것이었습니다. 그 동안 전화는 쓰지 않았지만 전화 기본료는 KT가 자동이체를 통해 꼬박꼬박 빼갔습니다.

하루는 텔레비전을 보던 중 통신회사 광고가 요란하게 나왔습니다. 갑자기 KT의 전화 서비스 방식에 화가 치밀었습니다. 충실한 40년 KT 고객이 세상을 떠나면서 전화 걸 일이 없으니 전화 서비스를 중단해달라고 전화로 부탁하는데 전화 회사가 그 민원을 들어줄 수 없다니 말이 안 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전화를 신청하면 고객의 집이나 사무실로 달려가는 것은 물론, 일부러 집까지 방문하며 전화 사용을 권하는 통신회사가 타계한 고객에게 마지막 서비스를 해줘야 하는 것이 아닐까요.

KT 회장님, 이 문제를 풀어줄 수 없나요?

태어나는 사람의 수보다 사망자의 수가 많아졌다고 합니다. KT가 직접 고객의 사망을 확인하는 것이 그렇게 어려운 일인가요? 그게 어렵다면 그 흔한 팩스나 이메일을 통한 확인 방법은 불가능한가요?
 

편집부  gnomics@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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