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듭된 금감원 압박에 내부통제 단속나선 농협중앙회...속내는 농협금융 인사권 강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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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듭된 금감원 압박에 내부통제 단속나선 농협중앙회...속내는 농협금융 인사권 강화?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5.10 16: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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농협중앙회,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 발표
금융범죄 시 CEO 연임 제한 골자
금감원, 농협금융에 대한 정기검사 실시 예정
계열사에 대한 인사권이 강화될 수 있다는 지적 나와
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

농협중앙회가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계열사들을 대상으로 자체적인 단속에 나섰다. 최근 금융범죄가 벌어진 농협금융을 대상으로 금융당국이 정기검사를 실시하기로 결정한 뒤 나온 후속조치다.

하지만 농협중앙회가 금융당국과 보폭을 맞추기 위해서라기보다 농협금융에 대한 인사권을 강화하기 위해 이 같은 조치를 마련했다는 지적도 나온다.

농협중앙회 관계자는 "최근 농협과 관련된 금융사고가 다수 발생해 농협의 공신력이 훼손됐다고 중앙회는 판단하고 있다"며 "내부통제를 강화하기 위해 책임 강화 방안을 내놓은 것"이라고 말했다. 

10일 금융권에 따르면, 농협중앙회는 지난 7일 범농협 차원의 내부통제 및 관리책임 강화 방안을 발표했다. 농협중앙회 측은 NH농협은행 등 계열사에서 금융사고가 다수 발생해 농협의 공신력이 훼손됐기에 이 같은 방안을 마련했다고 밝혔다.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은 "과거 기업들은 매출신장에만 몰두해 윤리경영을 등한시 했으나 요즘은 윤리경영이 조직의 생존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가 됐다"며 "사고 예방을 위한 관리책임 강화는 새로운 농협 구축을 위한 첫걸음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농협중앙회에 따르면, 앞으로 사고를 유발한 행위자에 대해 농협중앙회 차원의 즉각적인 감사와 처벌이 실시된다. 또, 공신력을 실추시킨 농협과 축협에 대해선 자금지원 제한, 예산·보조·표창 등의 업무지원 제한, 점포설치 지원 제한 등의 강력한 조치 역시 내려질 예정이다. 

또, 중대사고가 벌어진 계열사 대표이사의 연임을 제한하는 내용 역시 관리책임 강화 방안에 담겼다. 

이 같은 농협중앙회의 계열사 내부단속 조치는 최근 금융감독원이 금융사고가 벌어진 책임을 물어 농협금융을 정기검사하기로 결정한 직후에 나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당국과 보조를 맞춘다는 핑계로 계열사에 미치는 농협중앙회의 영향력이 이전보다 강화될 수 있다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이미 농협중앙회는 농협금융의 지분을 100% 갖고 있어 사실상 모기업에 해당한다. 

이석용 농협은행장.
이석용 농협은행장

마침 손자회사 농협은행의 수장인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임기가 내년 1월자로 만료될 예정이다. 앞서 2020년 이성희 농협중앙회장이 연임을 확정지은 뒤 농협중앙회는 임기가 9개월 가량 남아있던 이대훈 농협은행장을 교체한 바 있다. 

즉 이번에 이석용 농협은행장이 교체된다면 표면적으로는 내부 통제 실패를 이유로 들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실제로는 농협중앙회가 손자회사에 인사권을 행사함으로써 계열사에 대한 인사 그립감을 높이려는 포석으로 풀이된다. 

농협중앙회는 중대사고가 벌어질 시 계열사 CEO의 연임이 제한될 수 있다고 엄포를 놓았으나 정작 그 범위는 모호하다는 분석이 주류다. 과거에 벌어진 일을 소급적용할지 여부조차 제시하지 않은 것이다. 따라서, 이석용 농협은행장의 연임 여부는 전적으로 강호동 농협중앙회장의 의중에 달려있는 셈이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금감원이 농협금융에 대해 정기검사를 실시하는 이유는 농협중앙회를 정점으로 하는 지배구조가 불투명하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며 "농협중앙회도 이를 알고 있을테고 금감원의 정기검사를 오히려 역으로 이용하는 느낌도 있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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