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 금리는 왜 거꾸로 가나…‘예금은 올리고 대출은 낮추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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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 금리는 왜 거꾸로 가나…‘예금은 올리고 대출은 낮추고’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2.04.18 16: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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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년 간 기준금리 총 네 차례 올라
시중은행, 수신금리 올리고 여신금리 낮춰
‘약탈적 금리’ 여론·정치권 압박 부담

한국은행이 지난 주 기준금리를 0.25%p 추가 인상한 가운데 국내은행들이 거꾸로 대출금리를 낮추며 그 배경에 관심이 모인다. 가계대출 감소세에 따른 고객유치 경쟁요인 외에도 '약탈적 금리'라는 비판여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의 은행금리 손보기 공약에 대한 선제조치라는 해석이 나온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최근 금리와 관련해 여러 이슈가 얽혀있지만 기준금리 인상이 대출금리에 선반영된 부분을 조율하는 과정에서 이를 낮추게 됐다"며 "예대금리차에 대한 명확한 기준점이 부재한 상황에서 '약탈적 금리'라는 비판에 대한 아쉬움이 크다"고 <녹색경제신문>에 전했다.


국내 은행, 예적금이자는 더 주고 대출은 덜 받고…"가계대출 역신장 따라 불가피"


14일 주상영 금융통화위원(의장 직무대행)이 금융통화위원회 본회의를 주재하는 모습. [출처=한국은행]

16일 KB국민, 신한, 하나은행은 예·적금 금리를 최대 0.35~0.4%p 올린다고 밝혔다. 전일 한국은행에서 기준금리를 0.25%p 인상한 지 단 하루만이다. 통상 기준금리 인상 이후 수신금리 인상까지 1~2주 가량 정도 걸렸던 과거와 비교할 때 다소 이례적인 행보로 평가된다.

앞서 이들 은행은 대출금리를 최근 일제히 내린 바 있어 시장의 의구심은 더욱 커지고 있다. 이달 초 KB국민, 신한, 우리, NH농협은행은 주택담보대출 금리를 한시적으로 최대 0.2~0.45%p 내린다고 밝혔다.

기준금리 인상에 따른 자금 조달비용 증가를 무릅쓰고 이렇게 고객들에게 '주는 이자(수신금리)는 늘리고 받는 이자(대출금리)는 낮추는 행보'는 주로 가계대출 감소세에 따른 경쟁때문으로 풀이된다.

기준금리 인상 영향으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의 지난 달 말 가계대출 잔액은 703조1937억원으로 전월대비 2조7436억원(0.39%) 감소하며 3개월 연속 하락세를 잇고 있다.

하나금융투자 최정욱 연구원은 "(이러한 시중은행의 대출 금리인하는) 규제리스크보다는 수요와 공급의 법칙으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며 "1분기 가계대출이 역성장을 보이고 있는 상황에서 대출을 늘리기 위해서는 금리를 인하하는 것이 불가피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코로나19 이전보다 확대된 예대금리차…정치권 "약탈절 금리" 비판


은행 신규취급액 및 잔액기준 수신·대출금리 추이. [출처=한국은행]

다만 은행들이 그간 대출보다 예·적금이자를 더 적게 올리며 코로나19로 어려움을 겪는 서민들을 상대로 이자비용을 갈취했다는 비판적 여론도 이러한 은행권 움직임에 적잖은 영향을 끼친 것으로 풀이된다.

실제 한국은행에 따르면 지난 달 은행 잔액기준 예대금리차는 2.27%로 2년 8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국내에서 코로나19가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이전보다 예대금리차가 더 확대된 것이다. 이 영향으로 국내은행은 지난해 이자이익으로 전년 대비 4조8000억원(11.7%) 증가한 46조원을 벌기도 했다.

이를 두고 더불어민주당 노웅래 의원은 올 초 자신의 SNS에 "예금 금리는 1%대에 머무는 반면 대출 금리는 4%대에 접어들면서 은행들이 보는 예대마진은 무려 2.19%로 역설적으로 코로나 상황 전보다도 훨씬 늘었다"며 이를 두고 "사채업자" "약탈적 금리"라고 표현하는 등 강도높은 비판을 쏟아냈다.

이에 대해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거치기간과 성격이 제각각 다른 상품의 금리를 일괄적으로 집계해 단순 비교하는 데 한계가 크다"며 "이 경우 서민대출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은행권은 대출금리를 올린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한국금융연구원(KIF)은 지난 달 발표한 관련 보고서에서 "콜금리(기준금리) 상승 시 은행의 예금금리와 대출금리가 거의 같은 수준으로 상승했고 콜금리 하락시 은행의 예대금리차는 오히려 감소하는 경향을 보였다"며 은행들이 대출금리를 비대칭적으로 올린 경향이 없음을 증명하기도 했다.


尹 차기정부 출범 앞두고 '자세 낮추기'란 해석도…"당선인 공약 자율권 훼손 우려"


[출처=국민의힘]

다만 이러한 비판여론에 최근 차기 정부에서 은행금리 공시제도 손보기에 나서며 은행권이 자발적으로 자세 낮추기에 나섰다는 해석도 나온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 1월 후보 시절 '예대금리차 공시 제도 확대'를 공약했다. 주기적인 예대금리차 공개를 통해 가산금리 산정 적절성과, 은행 간 담합요소 등을 검토해 금융소비자 권익을 보호한다는 명목이다.

이에 은행들은 이미 은행연합회에 매달 대출 평균금리, 기준금리, 가산금리 등을 공시하고 있으며 당선인의 공약이 자율적인 금리책정을 훼손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특히 이러한 공약이 윤석열 당선인이 추구하는 '작은 정부(시장에 대한 정부 개입 최소화)'기조와는 정반대라는 비판도 나온다.

한 은행권 관계자는 "자동차를 구매할 때 차량 원가를 공개하지 않듯이 금융상품도 동일한 잣대가 적용되어야 한다"며 "은행마다 자금조달비용이 각각 다르고 대출한도나 금리를 활용한 대고객 전략도 다른데 원가공개를 통해 이를 일률화하는 부분에 대해 쉽게 수긍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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