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또 뒷통수 맞았다"…주주가치 흔드는 물적분할, ESG 원칙에 어긋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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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또 뒷통수 맞았다"…주주가치 흔드는 물적분할, ESG 원칙에 어긋나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1.12.29 15:2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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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HN, 물적분할 발표 후 10% 하락
-분할기업 재상장 논란…해외는 주식 교부
-금융위·거래소 "관련 규제 마련 중"
[출처=드림즈타임]
[출처=드림즈타임]

"국장(국내 주식시장)은 답이 없다"

국내 IT기업 엔에이치엔(NHN)이 지난 24일 물적분할을 공시한 날, 한 주식 투자자가 투자 게시판에 남긴 짧은 한탄이다. NHN의 주가는 다음 거래일 10% 가까이 떨어졌다. 공교롭게도 이날은 여야 대선후보가 물적분할에 따른 투자자 피해를 막겠다고 다짐한 당일이기도 하다. 주주가치를 훼손하는 국내기업들의 물적분할 관행에 대한 논란이 뜨겁다.


물적분할, 무엇이 문제일까


지난해 9월 배터리부문 물적분할 발표 이후 연중 30% 하락한 LG화학 주가. [출처=구글파이낸스]

물적분할은 모기업이 특정 사업부를 독립된 신설회사로 분할하고 지분 100%를 모두 취득하는 방식의 기업분할이다. 이번에 물적분할을 결정한 NHN는 클라우드 사업부문을 분할해 NHN클라우드(가칭)를 새로 만들고 회사의 지분을 모두 갖게 된다.

물적분할은 사업 전문성을 강화하고 향후 투자금 조달, M&A(인수합병) 등에 유리하다는 장점이 있다. 코로나19 이후 사업구조가 빠르게 개편되며 물적분할은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는 추세다. 지난 달 제너럴일렉트릭(GE), 도시바, 존슨앤존스 등 대형 글로벌 기업들은 앞다퉈 물적분할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물적분할을 할 경우 기존 주주는 분할회사의 지분을 나눠갖지 못하고 모회사를 통해 간접적으로 이를 소유할 수 있다. 그러나 문제는 재상장이다. 떼어낸 회사를 증시에 상장할 경우, 기존 주주들이 간접적으로 보유한 자회사의 지분이 희석되며 모회사 주가가 하락한다.

LG화학, SK이노베이션, CJ ENM에 이어 최근 NHN이 물적분할 계획을 밝힌 이후 주가가 하락한 주된 배경이다. 투자자들은 주가하락을 맞는 반면 기업은 분할법인의 지분율과 추가로 유치한 투자금을 모두 챙길 수 있다. 불공정하다는 비판이 나오는 배경이다.


해외는 물적분할 시 주식 교부…이중상장도 까다로워


영국, 미국 등 해외 국가에서 물적분할이 전개되는 방식은 한국과 무척 다르다. 보통 인적분할을 그 연장선으로 보기 때문에 분할기업의 주식을 기존 주주들에게 교부한다.

황남석 경희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미국 회사법상의 회사분할제도에 관한 연구' 논문에서 "미국 회사분할법제의 가장 큰 장점은 인적분할을 물적분할의 연장선상에서 파악하기 때문에 일단 물적분할을 행한 후에, 다시 필요에 따라 양수회사 주식 전부를 양도회사 주주에게 교부함으로써 인적분할로 전환할 수 있는 점"이라고 설명했다.

[출처=GE]

분할법인의 이중상장은 더욱 힘들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이사회의 독립성이 입증되지 않으면 이중상장을 금지하고 있다. 지난 달 GE가 발표한 기업분할 및 재상장 계획을 두고 경영권 전면 해체라는 말이 나오는 배경이다.

만약 재상장을 할 경우에는 주식교부가 이뤄진다. 그렇지 않을 경우 주주들로부터 집단소송에 직면할 가능성이 높다. 지난 10일 독일 메르세데스 벤츠의 모기업 다임러는 트럭사업부 다임러트럭을 분할해 증시에 상장했고 주주들은 다임러트럭 신주 65%를 지분율에 따라 교부받은 바 있다.


국내기업 물적분할…"ESG 원칙에 어긋나"


해외와 다른 배경에 국내 기업의 물적분할이 ESG 경영원칙에 근본적으로 위배된다는 지적도 나온다. ESG 요인 중 지배구조의 투명성, 독립성 등 거버넌스(G) 부문이 지향하는 바가 결국 주주가치 제고이기 때문이다.

유안타증권 최남곤 연구원은 "주주 가치 측면에서 어떤 방식을 취하는가는 문제가 되지 않는다. 보다 더 중요한 점은 거버넌스가 소액주주를 챙길 수 있는 공정함을 갖췄는가에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최 연구원은 국내기업 중 물적분할을 통해 주주가치를 제고한 예로 대한제당을 소개했다. 지난 11월 물적분할을 결정한 대한제당은 알짜가 아닌 적자사업부인 사료부문을 떼어내기로 결정했다. 그 결과 영업이익도 -14억원에서 20억원으로 흑자로 돌아섰다.

[출처=국민의힘 윤석열 대선후보 국민캠프]

한편 물적분할에 대한 투자자를 비롯한 각계 비판이 이어지자 정치권에서도 앞다퉈 개선의지를 내비치는 모습이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후보 직속기구인 공정시장위원회는 지난 26일 물적분할 규제를 약속했으며, 다음날 국민의힘 윤석열 후보도 물적분할 시 기존주주들에게 신주우선권을 부여한다는 공약을 내걸었다.

관련 기관도 발빠르게 움직이는 분위기다. 이미 금융위와 한국거래소는 관련 규제마련에 나선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 10월 국정감사에서 고승범 금융위원장은 물적분할 관련 질의에 "이해상충 소지가 있는지 제도적 개선이 필요한 사항인지 아니면 회사의 주주관리 노력을 통해 해결할 수 있는지 전문가 의견을 들어보고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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