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 방산업계, 느닷없는 정부 합동 기술보호실태조사에 '비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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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단] 방산업계, 느닷없는 정부 합동 기술보호실태조사에 '비명'
  • 김의철 기자
  • 승인 2020.12.07 22: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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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코로나19 확산하는데 여러명이 몇일씩 주요 방산기업 순회조사
- 당초 서면조사로 대체하려다가 갑자기 현장점검 ..."서류 준비할 시간도 모자라"
- "불필요한 조사 최소화해 효율적이고 신속한 조사해주길"

코로나19(COVID-19) 여파로 유난히 추운 겨울을 보내야하는 방산기업들의 시름이 깊다. 여기에 느닷없는 기술보호실태조사까지 받게 돼 소리없는 비명을 지르고 있다.  

9일 방산업계에 따르면 방위사업청(청장 왕정홍)이 국가정보원(원장 박지원), 군사안보지원사령부와 합동으로 90여개에 이르는 방산기업들을 대상으로 이달과 다음달에 기술보호실태조사 현장점검을 시행한다고 통보했기 때문이다. 

기술보호실태조사는 방산업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종의 보안감사로 2년전부터 방사청, 국정원, 안보지원사가 합동으로 실시한다.

이전에는 기무사령부가 방산기업들을 대상으로 해마다 2월말~10월간 3일간의 일정으로 보안감사를 실시했다. 이후 국정원이 산업기술보호법에 이어 방산기술보호법을 발의해 지난 2017년11월28일 공포, 시행됐다. 이후 두 조사제도가 합쳐져 '정부기관 합동 방산기술보호 실태조사'로 정착된지 올해로 3년째다. 

올해는 코로나19 확산 여파로 현장점검을 실시하는 대신 지난 3월말부터 10월말까지 방산기업들을 대상으로 서면으로 대체해 조사를 완료했고, 내부 보고도 이뤄진 것으로 알려졌다. 그런데 내부 보고 이후 국방기술 유출 실태가 심각하다며 연말에 일제 현장점검을 실시하라는 상부의 지시에 따라 현장점검이 이뤄지게 된 것이다. 

대다수 방산기업들은 이미 정부의 지시에 따라 막대한 예산을 들여서 일반망과 방산망을 분리하고 USB 등 보조기억장치는 원천적으로 쓸수 없도록 했다. 분야별 책임자도 임명하고 신규 직원에 대해 2중으로 신원조사를 하는 등 각고의 노력으로 내부 보안·기술보호 실태를 갖춘 상태다. 

이런 상태에서 시간 여유도 별로 없이 이달에 전 업체를 대상으로 3~4일씩 현장점검을 받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이렇다 보니 감사를 받는 기업은 어려운 점이 한두가지가 아니다.

우선, 가장 우려가 많은 대목은 코로나19다. 방역당국은 8일 부터 수도권의 사회적거리두기를 2.5단계로, 일부 지방은 3단계로 격상한다고 7일 발표했다. 경찰은 '을호 비상'도 발령한 상태다. 을호 비상은 대규모 집단 사태나 테러, 재난 상황 발생으로 치안질서가 흔들리거나 그 징후가 예견될 때 발효되는 비상사태를 말한다.

업체에 조사를 나오는 합동조사단 인원은 6~7명씩인데 반해 각 업체별 보안전담 인력은 대개 2~4명에 불과하다.

이미 서면조사를 마친 상태인데다, 코로나19 재확산으로 각 기업들이 재택근무 계획을 세워놓은 마당에 3~4일씩 세무조사보다더 더 고강도로 진행되는 조사를 받기란 몹시 부담스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수감을 받기 위한 서류준비를 해야 하는데, 대다수 업체들은 지금 주어진 시간이 지나치게 촉박하다고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게다가 대다수 방산기업들은 근래 매출과 이익이 저조하다. 이들 중 여러 기업이 이달에 재택근무를 계획하거나 2주 이상의 유급휴가도 계획 중인 것으로 알려져있다. 

방산기업은 방산기술보호실태 조사 점수에 의한 평가가 이뤄지고 이 점수가 향후 각종 사업에 제안서 평가의 일부로 작용하므로, 보안담당 조직과 전문인력을 갖추고 회사 보안 및 기술보호 업무를 수행하고 있다. 

국방기술보호는 두말할 나위없이 중요한 일이고, 3개 합동조사기관에게는 이를 실행할 무거운 책임과 강력한 권한이 있다. 그러니 조사를 받는 것을 피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방산기업들이 없다면 아무리 좋은 국방기술도 무용지물이다. 지난 2월4일 방위산업 발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도 공포됐고, 두달 뒤인 내년 2월5일이면 시행을 앞두고 있다. 방산기업의 발전과 지원도 중요하다는 얘기다. 

이들이 말하는 일종의 요청이 몇가지 있다. 

우선, 기술보호실태조사를 하기 위해 준비하는 서류 중에 요식행위에 불과하거나, 과거 기무사시절 활용하던 양식 중 지나치게 오래전에 만들어진 양식이라 효용이 적다고 판단되는 양식은 작성을 면제해주거나 줄여달라는 요청이다. 

또한 가급적 비대면으로 대체할 수 있는 것들은 이미 제출한 자료들을 최대한 활용해 조사기일을 줄여달라는 것이다. 조사기관 입장에서도 더 효율적이고, 코로나19로 부터 안전한 조사가 이뤄질 수 있는 방안이라는 것이 여러 기업들이 공통된 목소리다. 

세번째는 조사단 인원도 가능한 최소화해달라는 것이다. 물론, 각자의 역할이 있겠지만 역시 밀폐된 공간에서 몇일씩 조사가 진행되고 90여개 업체를 순환조사하는 상황에서 일리가 있는 요청으로 보인다. 

그리고, 가급적이면 코로나19가 조금이라도 더 진정된 이후로 연기해 달라는 요청이다. 90여개 업체를 3~4일씩 조사하는 상황이라면 특정한 사안은 아닐 것이라는 가정에 따른 것이다. 

더 나아가, 앞으로는 3개월 정도는 시간을 주고 조사가 이뤄졌으면 좋겠다는 의견도 있었다. 여러가지 서류준비도 해야하고 보안팀도 준비해야 하는 사항들이 내부적으로 많다는 것이다. 

원론적으로 핵심적인 방산기술은 국가주도의 연구개발을 통해 개발되기 때문에 그 소유권이 국가에 있다. 방산기업이 가진 기술은 그 전체 통합기술의 일부에 불과한 경우가 많다. 각 기업들은 해외 수출시 그리고, 양산시 국가에 막대한 기술료를 지불한다. 그런 체계를 뻔히 아는 국가기관에서 기술보호 실태를 조사하는 제도 자체가 어찌보면 모순이라는 의견도 있었다. 

조사기관에서도 나름대로의 어려움은 있겠지만, 지금은 두말할 나위없이 코로나19가 엄중한 상황이다. 국가 상위기관이 기업들의 어려움을 살펴주지 않으면 기업들은 하소연 할 데가 없다. 방산기업들은 아무리 아파도 소리없이 비명을 지른다. 그래서 더욱 귀기울여야 한다.

박지원 국정원장 후보자
박지원 국정원장 [사진=연합뉴스]

 

 

김의철 기자  re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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