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vs SK 배터리 이슈③] LG화학 인재, 배터리 시장서 인기 많은 이유 있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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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vs SK 배터리 이슈③] LG화학 인재, 배터리 시장서 인기 많은 이유 있었네
  • 서창완 기자
  • 승인 2019.11.29 09: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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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화학, 국내 배터리 업계 가운데 매출 1위 …글로벌 3~4위 수준
LG화학, 25년 동안 배터리 연구개발
후발 업체로서는 'LG화학' 인력에 관심 당연

LG화학은 국내 전기차 배터리 생산 업체 가운데 매출 규모가 가장 크다. 전 세계 배터리 시장 점유율 10% 이상이다. 글로벌 시장서 3~4위를 다툰다. 중국 정부 지원으로 급속히 성장한 중국의 CATL과 BYD, 기술력이 뛰어난 일본 파나소닉 정도를 제외하면 적수가 없다. 국내 전기차 배터리 3사로 분류되는 삼성SDI와 SK이노베이션의 점유율 수치를 합쳐도 LG화학에 미치지 못한다.

국내 배터리 업계 최강자인 LG화학은 후발 주자 SK이노베이션과 ‘인력 빼가기’를 놓고 2년여 악연을 끌어왔다. ‘영업비밀 침해’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까지 간 소송전도 7개월 넘게 이어오고 있다. 그런 양사의 긴 악연이 막바지에 접어들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의 불공정수입조사국(OUII)이 지난 27일 SK이노베이션에 조기 패소 판결을 내려달라는 LG화학의 요청에 찬성하는 취지의 의견을 제시해서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지난 2년 동안 70여명의 인력을 빼갔다고 주장하고 있다. 조기 패소 요청은 그와 관련한 소송에서 SK이노베이션이 광범위한 증거 인멸을 벌였다는 주장에 따른 것이다. 다만, SK이노베이션 입장에서 완전히 진 싸움이라고 볼 수는 없다. ‘청문회’와 자료 제출 등으로 소명할 수 있는 기회가 남아 있다.

LG화학 연구원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화학]
LG화학 연구원이 전기차용 배터리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화학]

◆LG-SK, 2년 이어온 ‘인재 빼가기’ 악연

두 회사의 다툼은 LG화학이 2017년 10월 SK이노베이션에 자사의 전지 핵심 인력 채용절차를 중단해 달라는 요청 공문을 보내면서 시작됐다. 두 달 뒤에는 전직 직원 5명을 대상으로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을 제기하면서 불이 붙었다. LG화학은 지난 1월 대법원서 전직 금지 가처분 소송 최종 승소 판결을 받았다.

업계에서는 후발주자인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의 핵심 인력을 빼갔다는 주장에 어느 정도 설득력이 있다고 보고 있다. 뒤늦게 시장에 뛰어든 기업의 입장에서는 앞선 주자가 닦아 놓은 경험과 노하우를 참고하는 방안이 가장 빠르고 안전한 길이다. 스웨덴의 신생 배터리 업체인 노스볼트는 한국과 일본 엔지니어들이 자사에서 일하고 있다는 점을 내세우기도 했다. 해당 설명에서는 LG화학과 일본 파나소닉 등이 언급됐다.

9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자료=SNE리서치]
9월 글로벌 전기차 배터리 점유율. [자료=SNE리서치]

배터리 업계 전문가들은 “LG화학에서 SK이노베이션으로 인력이 단기간에 너무 많이 넘어간 건 인정할 수밖에 없다”는데 대체로 동의했다. 다만, 노동자 입장에서는 연봉이 좀 더 높은 SK이노베이션을 선택하는 게 자연스러운 결과일 수 있다는 의견이 많았다.

문제는 LG화학의 주장처럼 SK이노베이션이 이직 과정에서 상당한 양의 자료 제출을 요구하는 등 공정한 경쟁을 저해했을 가능성이다. ‘인재 영입’과 ‘영업비밀 탈취’의 모호한 선이 미 ITC판결 결과에 따라 어느 정도 정리될 것으로 기대되는 이유다.

◆LG화학 기술력 원천, 오랜 투자와 경험

LG화학의 전기차 배터리 개발 시작은 2000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리튬이온배터리 연구개발을 시작한 건 그보다 5년 앞선 1995년부터다. LG화학이 2005년 세계 최초로 원통형 지튬이온배터리 양산에 성공했을 때가 돼서야 SK이노베이션은 전기차용 리튬이온 배터리 개발에 착수했다. SK이노베이션이 서산에 양산 라인을 구축한 게 2012년부터다.

LG화학의 기술력은 세계 최초가 붙은 개발 역사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2013년 세계 최초 미래형 배터리 3종(스텝트, 커브드, 케이블)을 개발했다. 2015년에는 헥사곤 리튬이온배터리를 세계 최초로 개발하는데 성공하면서 국내에서는 공고한 명성을 구축했다.

오랜 기간 기술개발에 투자한 만큼 LG화학의 특허 수도 상당하다. LG화학 측은 관련 특허가 1만6685여 건으로 SK이노베이션의 특허 수 1135건의 14배에 달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어 “연구개발비 역시 지난해 전지분야 3000억 원을 포함해 1조 원 이상을 투자했다”면서 “경쟁사는 지난해 사업 보고서 기준으로 2300억 원에 불과한 수준”이라고 설명했다.

LG화학이 또 하나 내세우는 점은 화학 기반 회사라는 점이다. SK이노베이션이 정유 업계에 바탕한 회사라면 LG화학은 화학에 뿌리를 두고 성장해 왔다. LG화학은 고성능 배터리를 안정적으로 대량 생산할 수 있는 기술 역량이 여기서 나온다고 자신하고 있다.

LG화학은 지난 3월 글로벌 배터리 1위 업체인 CATL로부터 연간 수천억원대의 기술 로열티를 받기로 합의하기도 했다. 보유한 2만5000여개 글로벌 특허권 가운데 약 1만건이 리튬이온배터리 관련 특허인 LG화학의 기술력이 국제 사회에서 인정받았다는 의미다. 업계에서는 한국 기업의 자존심을 세웠다는 평가를 내렸다.

LG화학 관계자는 “국가를 떠나 리튬이온배터리 분야에서 수십 년 동안 투자해 왔던 우리의 지적재산권을 충분히 존중받을 수 있는 분위기가 만들어져야만 글로벌 경쟁에서 이길 수 있다”고 덧붙였다.

서창완 기자  science@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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