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전쟁' 확전 양상...SK이노베이션 "과거 합의 깼다" VS LG화학 "오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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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터리전쟁' 확전 양상...SK이노베이션 "과거 합의 깼다" VS LG화학 "오역했다"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9.10.22 19: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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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K이노베이션, LG화학 상대로 한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
- LG화학 "합의서에 ‘한국특허 등록 제 775310에 대응하는 해외특허까지 포함한다’는 문구 없다"
- SK이노베이션 "당시 권영수 LG화학 전지사업본부장이 먼저 합의를 제안하면서 종료됐다"
- LG화학 "합의서 내용마저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억지주장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이 '확전' 양상으로 치닫고 있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을 상대로 한 소 취하 및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서울중앙지방법원에 제기했다고 22일 밝혔다.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2차로 미국 국제무역위원회(이하 ITC) 등에 제기한 소송에서 과거 소송전의 결과로 양사가 ‘대상 특허로 국내∙외에서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내용의 파기의 책임을 묻기 위해 소송을 한 것이라는 입장이다.

이 소송의 원고는 SK이노베이션과 배터리 사업의 미국 법인인 SKBA(SK Battery America, Inc.)이고, 피고는 LG화학이다.

SK이노베이션은 "미국 ITC 등에 LG화학이 제출한 2차 소송(특허침해금지청구)에는 지난 2014년 SK이노베이션과 LG화학 양사간 체결한 분리막 특허(KR 775,310/이하 KR 310)에 대해 ▲대상 특허로 국내/국외 쟁송하지 않겠다 ▲10년간 유효하다는 내용의 합의를 깨고 KR310을 포함해 합의파기를 했다"고 주장했다.

이에 LG화학은 "합의서 그 어디에도 ‘한국특허 등록 제 775310에 대응하는 해외특허까지 포함한다’는 문구가 없다"고 반박했다. 

또 LG화학은 "소장의 앞뒤 문맥을 고려하지 않고 오역하여 주장하는 부분이 있다"며 "SK이노베이션이 ‘LG화학이 제출한 소장에도 한국특허 KR310은 미국특허 US517에 일치한다(Correspond to)고 명시’라고 밝혔는데 정확한 해석은 다르다"고 설명했다.
 
원문은 "The following foreign patent(s) and/or patent application(s) correspond to the ‘517 patent"인데 해석은 "‘517 특허에 (패밀리 특허로서) 대응하는 해외특허 및 특허출원은 다음과 같습니다"라는 뜻이라는 것.

또한 SK이노베이션은 합의 파기를 이유로 ‘LG화학이 2차 소송을 통해 특허침해를 주장한 분리막 관련 3건의 특허에 대해 LG화학 스스로 소송을 취하할 것’을 청구했다고 전했다.

취하를 청구한 대상은 과거 분쟁 대상이던 국내 특허에 해당하는 미국 특허(①US 7,662,517/이하 US 517)와 2건의 그 후속 특허(②US 7,638,241/이하 US 241, ③US 7,709,152/이하 US 152)들이라고 했다. 

이중 1건(US 517)은 지난 2011년 SK이노베이션에 특허침해를 주장했다 패소한 국내 특허(KR 310)와 완벽하게 동일한 특허이기 때문에 이번 취하 청구 대상이라고 소장에서 밝혔다고 전했다.

SK이노베이션은 이 KR310 특허는 지난 2011년 LG화학이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특허침해 소를 제기한 이후 관련 소송에서 연이어 패하자, 2014년 10월 합의에 이르기까지 양사 간 소송의 쟁점이 된 특허라는 것. LG화학이 제출한 소장에도 ‘한국 특허 KR310은 미국 특허 US517에 일치한다(Correspond to)’고 명시돼 있다는 얘기다.

SK이노베이션은 "당시 특허무효 및 특허권침해금지 소송에서 계속 승소해 최종 승소할 가능성이 높았음에도 불구하고, LG화학의 합의 제안을 산업 생태계 발전이라는 대승적 관점에서 받아들여 합의해 준 바 있다"고 강조했다.

이와 함께 SK이노베이션은 양사 합의의 기본 목적이 ‘관련된 모든 소송 및 분쟁을 종결’하는 것이기 때문에, 지난 9월 LG화학이 KR 310의 미국 대응 특허 외에도 2건의 후속 특허(US 241, US 152)까지 소송 대상에 포함시킨 것 역시 명백한 쟁송 금지 의무 위반이라고 판단, 후속 특허까지 총 3건을 소 취하 청구 대상에 포함시켰다고 설명했다.

SK이노베이션과 SKBA는 합의 위반에 따른 손해배상액으로 LG화학에 우선 각 5억원씩을 청구했다고 밝혔다. 

또한 소 취하 청구 판결 후 10일 이내에 LG화학이 특허 3건에 대한 미국 소송을 취하하지 않는 경우, 취하가 완료될 때까지 지연손해금 명목으로 두 원고에 매일 5천만원을 각각 지급하라고 청구했다는 것이다.

LG화학이 제기한 ITC 소송 소장 중 일부 [SK이노베이션 제공]
LG화학이 제기한 ITC 소송 소장 중 일부 [SK이노베이션 제공]

이 손해배상 청구와 관련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의 합의 의무 위반은 신의칙상 용인할 수 없는 악의적인 행위로, SK의 전기차 배터리 사업에 미치는 직∙간접적 사업 방해가 심각하고, 사업 가치 훼손이 크다고 판단해 국내 법원에 소송을 제기하게 된 것”이라고 밝혔다.

LG화학이 지난 9월말 2차 소송을 제기하면서 합의를 깬 것은 10년 유효기간의 절반도 채 지나지 않은 만 4년 11개월여만에 일어난 일이다. 

SK이노베이션은 "기업 간 맺은 합의마저 깨고 소송을 제기하는 부당한 소송 남발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은 강경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다시 한번 분명히 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SK이노베이션은 이번 소송과 관련 권영수 LG 부회장을 지목했다.

2011년 12월에 시작된 특허소송은 당시 LG화학 전지사업본부(본부장 권영수 사장)가 먼저 SK이노베이션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한 후 연속(특허심판원, 특허법원 및 서울중앙지법 등)해서 패한 뒤 LG화학 전지사업본부가 먼저 합의를 제안하면서 종료된 바 있다는 주장이다. 

그때 합의서에 서명한 경영진은 권영수 대표이사로, 현재는 ㈜LG 부회장이라는 것. 당시(2013년 4월) 특허법원은 이 특허에 대해 “신규성이 부정되므로 등록이 무효로 되어야 한다”고 판결한 바 있다는 것.

SK이노베이션은 “LG화학이 건전한 영업을 방해하기 위해 소송을 남발하고 있고, 거기에 더해 과거 소송을 먼저 제기하고 연이은 패소로 불리하게 되니 먼저 합의를 제안해 추가 쟁송을 하지 않기로 합의한 사안까지 들고 나서 소송을 확대하는 것은 대단히 유감스런 일”이라며, “SK이노베이션은 냉정하게 소송은 소송대로, 사업은 사업대로 엄정 대응해 사업 가치와 산업 생태계 보호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배터리 전쟁이 감정싸움으로 치닫고 있다 [이미지 연합뉴스]

한편,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 주장에 조목조목 반박했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당사를 대상으로 제기한 특허침해 소송(9월 3일)에 대응해 경쟁사를 미국 ITC 등에 2차전지 핵심소재인 SRS® 미국특허 3건, 양극재 미국특허 2건 등 총 5건의 특허침해로 제소(9월 26일)했다"고 밝혔다.

LG화학은 "SK이노베이션이 주장하는 합의서 관련 대상특허는 5개 침해특허 중 1개에 관련한 것"이며 "양사가 합의한 대상특허는 ‘한국특허 등록 제775310’이라는 특정 한국특허 번호에 관한 것이다. 합의서 그 어디에도 ‘한국특허 등록 제 775310에 대응하는 해외특허까지 포함한다’는 문구가 없다"고 강조했다.

이어 "‘한국특허 775310’과 ‘미국특허 7662517’은 특허등록 국가가 다르고 권리범위에 차이가 있는 별개의 특허"라고 덧붙였다.

또 LG화학은 "‘특허독립(속지주의)’의 원칙상 각국의 특허는 서로 독립적으로 권리가 취득되고 유지되며, 각국의 특허 권리 범위도 서로 다를 수 있다"며 "합의서 상 ‘국외에서’라는 문구는 ‘한국특허 등록 제 775310’에 대하여 ‘외국에서 청구 또는 쟁송하지 않는다’는 것을 의미한다"고 주장했다.

특허 라이선스나 합의에 있어 그 범위를 규정짓는 방법에는 △특허번호로 하거나 △기술이나 제품으로 특정하는 것이 대표적이라는 설명이다.

이어 LG화학은 "당시 합의서는 특허번호를 특정하는 방법에 의해 대상범위가 정해진 것으로, 번호가 특정된 특허 외에는 효력이 없다"며 "합의 당시 경쟁사는 대상특허를 해외특허를 포함한 세라믹 코팅 분리막 기술과 관련된 모든 특허로 매우 포괄적으로 합의하려 했으나, LG화학은 대상특허를 ‘한국특허’의 특정 ‘특허번호’로 한정하기로 방침을 정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합의는 ‘한국특허 등록 제775310’으로 특정해서 이뤄지며 이러한 상황을 구체적으로 설명해주는 내부 문건도 있다고 했다.

LG화학이 대상특허를 ‘한국특허’로 한정시킨 이유는 국가마다 특허의 가치가 다르게 평가될 수 있으며, 침해나 무효판단의 기준 또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라는 것.

실제로 △한국특허의 권리범위가 좁아진 이후에도 일본의 ‘도레이 인더스트리’ 및 ‘우베막셀’, 중국 ‘시니어’ 등은 SRS®의 특허 가치를 인정하고 라이선스를 요청해와 체결이 이뤄졌고 △당사가 2017년 ATL을 SRS® 특허침해로 제소했을 당시 ITC 소송의 심리가 당사에 유리하게 진행되어 라이선스 계약 등 합의를 성공적으로 이끌어 낸 바 있다고 부연 설명했다.

특히 LG화학은 "당사 입장에서는 한국 특허보다 권리범위가 넓은 미국, 유럽 등의 특허까지 포함시켜 합의할 이유가 전혀 없었다"며 "결론적으로 경쟁사는 현재 특허 제도의 취지나 법리를 전혀 이해하지 못한 상황에서, 합의서 내용마저 본인들에게 유리한 방향으로 억지주장하며 여론을 호도하고 있다"고 SK이노베이션 주장을 정면 부인했다.

다만 "합의서는 양사가 신뢰를 기반으로 명문화한 하나의 약속으로 당사는 과거에도 그래왔듯 현재도 합의서의 내용을 존중하는 바"라고 했다.

LG화학은 과거 소송 상황에 대해서도 자세히 설명했다.

LG화학은 "2014년 당시 소송 상황에 대해 SK이노베이션이 당사가 패한 것처럼 표현하고 있는데 이는 명백히 잘못된 내용"이라며 "2011년 특허침해 소송에서 1심에서 청구기각(원고 패소)되어 고등법원에서 항소 후 판단이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 소취하 했다"고 주장했다.

중요한 것은 SK이노베이션이 당사로 제기한 특허무효심판에서는 당사가 1심 패소하였으나, 특허를 정정한 후 무효심결 취소소송의 상고 사건에서 승리하여 대법원의 파기환송 판결을 얻어냈다는 것.  즉 LG화학이 특허심판원에 제기한 정정심판이 인용된 것이란 얘기다

LG화학은 "오히려 SK이노베이션이 정정무효심판을 제기하였으나 청구 기각되어 해당 심판 사건에서 SK이노베이션이 패소한 후 특허법원에 심결취소 소송을 제기하였다"며 "요약하자면 당사는 무효사건에서 대법원의 파기환송(당사 승)을 얻어내서 무효사건이 특허법원에 환송되어 계류 중 상태이었고, SK이노베이션은 정정무효심판을 제기 후 패소하여 이에 대해 특허법원에 심결취소소송을 제기한 상태에서 양사간 합의가 이루어진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또한 "2012년 8월, 1심에 해당하는 특허심판원은 이례적으로 LG화학 특허의 무효사유는 기공구조에 관한 특허청구범위가 너무 넓어 선행기술의 구조를 일부 포함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힌 바 있다"며 "따라서 실제로 특허청구범위를 선행기술과 차별화할 수 있도록 정정하는 경우 신규성과 진보성을 인정받을 수 있다고 본 것이다. 당사는 특허법원 패소 이후 최종적으로 특허청구범위를 정정하여 파기환송 판결을 얻어냈다"고 설명했다.

이같은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 소송전에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LG화학과 SK이노베이션의 소송전이 과거 소송 해석의 차이를 보이는 것은 물론 권영수 부회장까지 끌어들이는 확전 양상"이라며 "고급 인력과 기술 경쟁적 성격이 이제는 '강대 강'으로 치달으면서 '진흙탕 감정싸움'이 되는 것 아닌가 걱정된다"고 밝혔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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