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제자리로 돌아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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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 제자리로 돌아가자
  • 편집부
  • 승인 2014.08.13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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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의경 신산업경영원장

지난달 한국은행은 올해 경제 성장률을 연초에 전망한 4.0%에서 3.8%로 하향 조정했다. 이에 앞서 민간 경제연구소들도 0.2~0.3% 포인트씩 전망치를 낮췄다. 단순히 수치만 낮춘 것이 아니다. 하반기에 더블 딥(이중 침체) 가능성을 우려하기도 했다.

당초 경기 회복 기대를 높였던 이들 연구기관들은 침체 주요인으로 세월호 사태를 꼽고 있다. 실제로 백화점·대형 마트는 물론, 전통 시장과 음식점 경기 등이 매우 부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석 달이 지나고도 전국이 상가(喪家) 분위기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소비고 투자고 모두 움츠리고 있으니 형편이 나아질 리 없다.

여기에 더하여 정치권의 방황도 궤도를 벗어난 지 오래다. 무능한 정부가 끊임없이 성난 야당에게 빌미를 제공하고 있지만, 야당도 반사적으로 트집만 잡아선 안 된다.

최근 국무총리에 이어 7인의 장관직 청문회만 해도 그렇다. 끝내 국무총리 내정자 2인을 도중 하차시켰고, 사회교육부 장관(부총리급)도 지명을 철회하기에 이르렀다.

물론 청문회는 필요한 절차이다. 장관으로서 리더십을 발휘하기 어려운 사람은 걸러내야 한다. 그렇더라도 정도껏 해야 공직사회가 굴러 갈 수 있다. 무균질 인사, 나아가 성인 군자라야만 장관을 할 수 있다면 이 같은 혼선과 낭비가 거듭 계속될 것이다.

1978년 크리스머스 이브 필자가 겪은 일이다. 광화문 체신부 청사에서 장관 비서가 케익 상자를 들고 엘리베이터를 탔다. 해를 넘기며 성탄절을 맞는 때이니 사람들의 마음이 여유로웠다.

기자실에 들어갔는데 느닷없이 라디오에서 개각 발표가 흘러 나왔다. 3~4인 이름을 부르고 나서 아나운서가 잠시 뜸을 들였다. 대변인이 잽싸게 차관실로 달려 가 『우리 장관님은 변동이 없습니다』라고 말했을 때, 차관은 『이재설(李載卨) 씨가 새 장관으로 온다고 방금 발표했다』며 웃었다.

이렇게 아나운서가 숨고르는 사이에 확정된 새 장관이 1시간 후 기자실에 나타났다. 그는 곧바로 자신이 처음 맡아 보는 통신정책의 당면과제를 기자들에게 물었다.

이재설 장관은 다음해 12·12사태로 새 장권이 들어설 때 농림수산부 장관으로 옮겨 갔다. 이 때도 같은 수순(手順)이었다. 체신부 장관 1년 사이에 그는 오늘의 통신산업 구획정리를 확실하게 해 놓았다. 청문회가 없던 시절의 초고속 행정 한 가지 사례로 생각된다.

이제는 장관을 지명해 놓고도 1개월 이상 시간을 보내며, 흐물흐물한 병신(?)을 만들어 자리에 앉히고 있으니 청문회 회의론도 생길 만하다. 그러나 청문회 절차는 필요하다. 그렇게 해도 어느 내정자 말마따나 「낭만적으로 생각하고」장관직을 맡겠다는 뻔뻔한 모습을 보면서 청문회는 하고 볼 일이란 생각도 든다.

다만 인사권자가 좀 더 신중하고 공정하게 인재를 발탁할 필요가 있다. 민주 국가에서 공직(公職)은 봉사하는 머슴이지, 횡재가 아니란 생각을 가져야 한다.

세월호 사태로 인한 초상(初喪) 정국과 청문회 등이 경기를 냉각시키는 데 큰 역할을 한 게 사실이다. 이 같은 문제를 인식하면서도 이를 극복하려는 정부의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는 게 문제다. 그렇지 않아도 엔저·원고 현상으로 수출 경쟁력을 잃어 가고 있어 내수 경기가 살아나기를 학수고대하는 국민의 기대가 철저히 외면되고 있는 것이다.

더구나 세월호 사태에 대해선 누구도 발언하려 하지 않고, 희생자 유가족들은 끝없이 무리한 요구를 거듭하고 있다. 특별법 제정을 요청하자 국회가 이를 수락, 입법 절차를 밟고 있는데도 여·야 타협을 믿을 수 없으니 자기들 대표를 제3의 협의 주체로 참여시켜 달라는 둥 탈법적 요구를 하는 판이다.

진도 앞바다에서 벌어진 참사가 온 국민의 불행이었으나 이제는 극복하고 일어서야 할 때다. 그 당시 난파선에서 구명조끼를 친구에게 건네 주고 희생된 정차웅 군(안산단원고 2학년)과, 그 아들의 장례 용품을 고급스럽게 쓰면 국민에게 폐가 된다며 검소하게 장례를 치른 정 군의 부모님을 우리 국민 모두가 본받아야 한다.

이처럼 숭고한 정신을 기리는 사업을 적극 펼칠 필요가 있다. 새로운 대한민국은 이런 사람들이 많이 모여 사는 나라일 것이다.

이제 모두 제자리로 돌아 가자.
 

편집부  jwycp@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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