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통신재난' 서울 마비에 박원순 시장 '12시간 공백' 실종..경남 고향서 대권행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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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통신재난' 서울 마비에 박원순 시장 '12시간 공백' 실종..경남 고향서 대권행보?
  • 정동진 기자
  • 승인 2018.12.03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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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장도 서울시도 '세부 매뉴얼 대책' 없었다...시민 '생명과 재산 보호' 안전장치 없어

지난달 24일 KT아현 지사 화재로 인한 통신재난으로 대한민국 수도 서울이 공황 상태에 빠졌지만, 박원순 시장도 서울시도 남의 일에 불과했다.

사건 당일 박원순 시장은 지방에서 토크콘서트 중이었고 통신재난이 발생한지 12시간이 지나서야 현장에 도착했다. 부산경남에서 일정을 소화하는 12시간 동안 서울시민은 행정기관의 도움조차 못받고 방치됐다. 

또 서울시에 통신재난 매뉴얼이 있었지만, 제대로 작동되지 않아 피해 지역 구청들도 우왕좌왕하는 동안 서울 시민은 생명과 재산 등 각종 위험에 노출됐다.

행동 매뉴얼 세부 시나리오 없어 '무용지물'...아무 조치 없어 시민도 구청도 갈팡질팡

2일 <녹색경제신문>이 입수한 '정보통신분야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에 따르면 박원순 서울시장과 서울시는 통신재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한 것으로 드러났다.

서울시청은 물론 재난 피해 지역 5개 구청 등을 전수조사한 결과 시민 행동 세부 매뉴얼도 없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 11월 24일 오후 8시경 '정보통신재난 위기관리 표준매뉴얼'에 따라 '주의' 단계를 발령했다. 서울시는 '정보통신재난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에 따라 중앙정부-주무 부처-구청과 협조체제를 가동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24일 11시 12분경 KT아현지사 화재 발생 후 12시간이 지난 25일 0시에 현장에 나타난 후 다시 중국으로 떠났다. 서울시민은 재산과 안전을 지켜줄 행정기관도 없이 통신재난을 대처해야 했다.

과기정통부가 '주의' 단계 발령이라고 하더라도, 서울시는 위기경보 단계에 따라 서울시 5개구가 마비될 정도면 서울시는 '경계' 단계의 위기경보를 내려야 하지만 서울시는 조용했다. 

통신재난을 비롯 재난시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장으로서 박원순 시장이 책임과 역할을 맡지만 박 시장은 재난 이후 12시간이나 지방에 머물렀고 서울시와 각 구청은 비상체제 조차 가동하지 않았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서울 도심 한복판에서 사고가 발생했어도 KT아현지사가 국가시설이라 권한도 없고, 서울시 전체가 아닌 국지적으로 발생한 건에 대해서는 대응 매뉴얼이 없다"고 말했다. 

서울시 위기경보 수준

서울시의 재난대응 프로세스에 따르면 사고 발생과 동시에 상황 접수, 상황전파 및 보고, 재난상황실 운영, 현장충돌 및 대응으로 이어지는 초기대응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서울시장은 서울시 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해 예·경보 발령, 동원 명령, 대피 명령, 위험구역 설정 등 관할 구역의 재난 수습 총괄과 조정에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

또 구청장은 관할 구역에서 '자치구 재난안전대책본부', 부구청장은 '재난현장 통합지원본부'를 구성해 서울시와 협조해야 한다.

사건 당일 서울시청은 오후 12시 5분, 오후 1시 18분, 오후 1시 28분, 오후 2시 29분, 오후 2시 31분, 오후 2시 45분, 오후 4시 55분, 오후 6시 14분 등 총 8개의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문자발송을 제외하고 서울시가 멈춰있는 동안 25개 구도 같이 멈췄다. 서울 시장이 자리를 비웠다면 '부시장'이 재난안전대책본부 운영 여부를 결정하고, 중앙 기관에 지원요청 여부도 확인해야 했음에도 매뉴얼은 작동되지 않았다.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광범위한 재난대응 매뉴얼이 존재하지만, 이번처럼 특수한 경우는 없다"고 말했고, 용산구청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지시가 내려오면 협조하는 것이고, (용산)구가 가진 매뉴얼은 없다"고 말했다.

중구청 관계자는 "정보통신 매뉴얼은 있지만, 전력 사고에 초점이 맞춰져 대응할 수 없었다. 실질적으로 매뉴얼은 없다"고 말했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이번 경우처럼 화재가 발생해 통신장애까지 이어질 때 대응매뉴얼은 없다. 현재 대책을 세우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 재난관리 체계도

서울시 마비, 서울시민은 공황 상태 속 박원순 시장은 부산경남서 대권행보(?)

서울시는 '서울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조례'에 따라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을 55개 재난 유형으로 구분해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을 운영하고 있다.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법에 따르면 재난의 종류는 자연재난과 사회재난으로 구분된다. 자연재난이란 태풍, 홍수, 호우(豪雨), 강풍, 풍랑, 해일(海溢), 대설, 한파, 낙뢰, 가뭄, 폭염, 지진, 황사(黃砂), 조류(藻類) 대발생, 조수(潮水), 화산활동, 소행성·유성체 등 자연우주물체의 추락·충돌, 그 밖에 이에 준하는 자연현상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재해를 뜻한다.

사회재난이란 화재·붕괴·폭발·교통사고(항공사고 및 해상사고를 포함한다)·화생방사고·환경오염사고 등으로 인하여 발생하는 대통령령으로 정하는 규모 이상의 피해와 에너지·통신·교통·금융·의료·수도 등 국가기반체계의 마비, '감염병의 예방 및 관리에 관한 법률'에 따른 감염병 또는 '가축전염병 예방법'에 따른 가축전염병의 확산 등으로 인한 피해를 뜻한다.

서울시는 '서울시 재난 및 안전관리 기본조례'에 시민을 각종 재난으로부터 시민의 생명과 재산 및 도시기능을 보호할 의무를 명시했지만, 박원순 서울시장은 서울이 아닌 자신의 고향 경남 창녕에서 토크콘서트에 여념이 없었다.

서울시의 각종 서비스와 도시 기능이 마비된 가운데 서울 시민의 생명과 재산을 최우선으로 지켜야 할 서울시와 서울시장은 현장에 없었다.

오히려 11월 24일 오후 3시경 김부겸 행정안전부 장관이 먼저 현장을 방문했고, KT 황창규 회장도 사건 당일 현장을 찾은 것과 비교된다. 

박원순 시장은 사건 전날 부산을 방문해 부산 진구청과 해운대 구청 강연과 서울부산 협력프로젝트 등의 일정을 소화했다. 사건 당일 경남에서 김경수 경남도지사와 '경남·서울 상생혁신 업무협약'을 체결하고, 오후에는 고향인 창녕을 찾아 '토크콘서트'를 열었다.

KT아현지사 화재현장 점검하는 박원순 시장

사건 발생 12시간이 지난 11월 25일 오전 0시 40분경 현장을 찾아 "정부와 협력해 조속한 복구에 주력하고, 향후에 재발하지 않도록 철저한 원인조사와 함께 공동구 전반에 대한 관리대책을 세심하게 마련하겠다"고 말한 것이 전부다.

서울시에 따르면 박원순 시장은 25일 오전 9시에 서울시 대표단을 꾸려 중국 베이징에 한·중지사 성장회의에 참석차 3박 4일 일정으로 출국했다. 

서울시장은 시민들이 피해를 보는 순간에도 매뉴얼 작동 여부보다 지방 일정을 소화했으며, 현장에 방문한 이후에 다시 중국 일정을 위해 자리를 떴다.

경남 창원 상남시장에서 상인들과 도민들에게 제로페이 가입 혜택을 소개하는 홍보 전단을 배부하며 ‘제로페이’ 가맹점 모집 현장캠페인을 펼쳤다.

서울시 25개 구 중 '통신재난' 직격탄 5개구, 150만 명이 직간접적으로 피해

KT아현 지사 통신구 화재로 서울시 25개 구중에서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은평구 등 총 5개 구가 피해를 봤다. 주민등록인구현황(2018년 10월 기준)에 따르면 서울시 978만 명 중 15%에 해당되는 150만 명(5개 구를 합산한 인구)이 직간접적으로 피해를 당했다.

마포구 합정역 카페 사장은 "인터넷이 되지 않아 결제도 제대로 되지 않았다. 계좌 이체도 스마트폰을 사용하는 손님들이 많아 그날은 일찍 가게 문을 닫았다"며 "시민이 이렇게 피해를 보고 있는 상황에서 서울시는 문자만 보내고 무엇을 했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서대문구 자연사박물관에 놀러 온 대학생 김 모 씨도 "데이트하러 왔다가 전화나 카톡도 안돼 난감했다. 신용카드도 안되고 현금도 없어서 ATM으로 갔더니 그것도 막혔다"고 말했다.

마포구는 119 신고를 제때 하지 못해 70대 노인이 사망했고, 무인민원발급기와 인터넷 서비스, 방범용 CCTV,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주차장 결제 등 공공 서비스가 마비됐다. 

서대문구 세브란스 병원과 용산구 순천향대병원은 외부 통신망이 끊겨 응급환자들이 예약할 수 없었다. 주변 병원은 건강보험을 확인할 수 있는 인터넷이 마비되면서 진료가 지연되기도 했다. 종로구 서울교통정보센터는 서울시 버스 정보시스템이 먹통이 됐다. 

KT통신망을 사용하는 카드결제 단말기와 포스를 사용하는 피해 지역 일대 상점가는 매출에 손해를 입었다. 보안업체의 CCTV, 경찰서 112시스템과 경찰 상황조회 핸드폰인 '폴리폰'도 마비돼 순식간에 치안 사각지대로 변했다. 

중구에 거주하는 양 모 씨는 "통신재난이 발생했을 때 어떻게 해야 할 지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다"면서 "매뉴얼은 시민의 안전을 위해 필요한 건데 매뉴얼대로 움직였는지 의문이다. 세금 걷어서 매뉴얼 만들어놓고 제대로 하지 못할 거라면 세금을 왜 가져가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가정집은 전화, 인터넷, IPTV 등이 작동하지 않아 재난문자도 제대로 받지 못해 혼란에 빠졌다.

서울시도 응답소, 아리수, 서울역사박물관, 기업체교통수요관리, 시내버스운송비용정산 홈페이지 등 일부 온라인 행정 서비스가 멈췄다.

마포구청 관계자는 "화재 발생 당시 무인발급기, 도서정보 시스템, 방범용 CCTV 등 온라인 행정 서비스가 마비됐다"고 말했고, 서대문구청 관계자는 "일부 방범 CCTV에 문제가 생겨 우선순위로 작업을 요청했다"고 말했다.

서울시 비상기구별 주요역할

재난관리 전문가 "현실성과 떨어지는 매뉴얼, 사회재난 대응 시나리오 부족"

황동현 한성대 융복합교양교육부 교수는 "우리나라 공공기관에 매뉴얼만 500여 종으로 이번 통신재난에 대응할 수 있는 매뉴얼은 미비하다"며 "말뿐인 매뉴얼보다 현장에서 빠르게 대처할 수 실용적인 매뉴얼이 없다면 서울시 등 자치단체가 앞장서서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 도시문제를 조사·분석하는 서울연구원 안전환경연구실 원종석 연구위원과 김상균 연구원은 '현장대응자료 연계 서울시 재난사고 시나리오 개발방안' 연구 보고서를 발표, 서울시의 재난사고 시나리오가 재난과 지역 특성을 체계적으로 반영하지 못해 현실성·과학성·연계성이 부족하다고 지적한 바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서울시 55개 재난 유형별 현장조치 행동 매뉴얼이 상황과 절차가 구분되지 않고 용어도 혼재돼 재난사고 시나리오 활용성이 미흡하고, 재난수습 종합훈련도 자연재난에 한정돼 SNS로 시나리오가 주어지는 탓에 현장감이 떨어지는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행정안전부는 매뉴얼의 현장 작동성을 높이고 효율적인 재난관리에 도움이 되는 '재난분야 위기관리 표준매뉴얼'과 '재난관리주관기간별 표준매뉴얼 개정'을 동시에 추진 중이다.

재난관리 전문가는 "현재 서울시의 위기대응 매뉴얼은 자연재난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이번 통신장애는 사회재난으로 발생해 단순한 화재가 아닌 서울시가 마비됐음에도 이를 대처할 수 있는 매뉴얼은 없다"고 말했다.

11월 24일 오전 11시 12분에 발생한 화재는 오후 9시 20분경에 완전히 진압됐다. 그러나 사건 발생 직후 12시간 동안 박원순 시장은 자리를 비웠고, 서울시의 현장조치 매뉴얼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구청도 함께 멈춰버려 서울시민을 무방비 상태에 노출시켜 재산과 안전을 지켜주지 못했다.

전문가들은 박원순 시장과 서울시가 안전불감증을 여실히 드러냈다며 책임론과 함께 자치단체 중심의 현실적인 재난대응 매뉴얼이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내고 있다.

정동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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