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박원순 12시간 실종' 이어 서울시 통신재난 '골든타임 놓쳤다'...재난문자 발송 '1시간 늑장대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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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박원순 12시간 실종' 이어 서울시 통신재난 '골든타임 놓쳤다'...재난문자 발송 '1시간 늑장대응'
  • 정동진 기자
  • 승인 2018.12.04 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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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발생 후 57분 뒤에 긴급재난문자 발송, 자치구 피해 상황도 파악 못해 '허둥지둥'

서울시가 지난달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와 관련 긴급재난문자 발송을 지체하면서 골든타임을 놓친 것으로 확인됐다.

서울시의 도시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 사고 당일 박원순 시장은 12시간 이상 실종된 가운데, 서울시는 화재 신고가 접수된 이후에도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하기 전까지 약 1시간 가까이 허비해 늑장대응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3일 <녹색경제신문>은 서울시 재난종합상황실 근무일지,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 소방재난 일일 상황 일지, 서울시 안전총괄본부 안전총괄 상황대응과 긴급재난문자 발송 내역을 단독으로 입수해 '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를 재구성했다.

 

초동대응 미숙해 현장에서 상황판단...재난을 대하는 위기의식 없는 서울시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각을 기준으로 서울시는 27분이 지나서야 상황을 인지해 재난대응 카톡방을 개설했다. 상황인지 27분에 긴급재난문자 발송 검토에 6분을 합쳐 총 33분의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확인됐다.

오전 11시 12분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에 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신고가 접수됐다. 종합상황실은 즉각 서대문 소방서에 '충정로3가 아현지사 지하통신구에서 원인미상의 화재발생' 상황을 전달했다.

서대문 소방서는 즉각 현장으로 출동해 화재 진압을 나섰다. 단순한 화재가 아니라는 현장의 의견은 서울종합방재센터로 실시간으로 공유됐다.

오전 11시 39분 서대문 소방서와 종합상황실은 1차 상황판단회의, 오전 11시 43분 2차 상황판단회의를 진행한다. KT전문가들과 2번의 회의를 거친 이후에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로 장애가 발생하는 지역'을 특정했다.

오전 11시 59분 서울소방재난본부는 '서울시청 재난종합 상황실'에 긴급재난문자 발송을 위해 승인을 요청한다. 6분 뒤 오후 12시 5분 서울시청 상황대응과가 검토한 첫 번째 긴급재난문자가 발송된다.

"[소방재난본부청] 대형화재 서대문구 충정로3가 kt 건물지하 통신구 화재 발생, 인근 주민은 통신장애가 발생하고 있습니다"

서대문 소방서와 KT전문가,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은 1차 상황판단회의를 진행하는 시간에 서울시 재난종합상황실은 오전 11시 44분 재난대응 카톡방 개설에 그쳤다.

11월 24일 서울시청 재난종합상황실 근무일지

또 11월 24일 근무일지에 따르면 자치구는 '11월 25일 특이사항 없음'으로 기록했다. 재난종합상황실의 주간·야간 근무자는 마포구청과 서대문구청의 피해 현황을 파악하지 못했다. 국가 재난적 상황이 발생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상무'로 기록돼있는 셈이다.

이러한 안이한 대처속에 구청 자체의 서비스마저 심각한 장애가 발생하고 있었다.

지난달 27일 <녹색경제신문>이 단독으로 입수한 '마포구 KT화재사건 관련 피해 및 복구 현황'과 '서대문구청 피해 및 복구현황'에 따르면 마포구청과 서대문구청은 11월 24일 온라인 행정 서비스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

특히 마포구는 무인민원발급기와 인터넷 서비스, 방범용 CCTV 등의 행정용 서비스와 마포구 시설관리공단이 관리하는 주차장이 피해를 당했다.

서울시청은 자치구의 피해 상황조차 파악하지 못했다. 이는 자치구와 공조 체제를 구축하지 못해 '서울시 정보통신분야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이 무용지물이었다는 것을 미루어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서울종합방재센터 종합상황실 소방재난 일일 상황 일지 

황동현 한성대 융복합교양교육부 교수는 "이번 통신재난은 KT 및 과기정통부만의 문제가 아니라 서울시, 행안부 등 유관기관이 직간접 관여돼 있다"면서 "예방 차원 매뉴얼 및 통신망 재정비, 유사 사례 보상책 및 약관 재정비 등과 함께 서울시장과 구청장이 국지적 통신재난에 보다 적극 나서야 한다"고 밝혔다.

또 서울시의 재난대응 프로세스에 따르면 사고 발생과 동시에 상황 접수, 상황전파 및 보고, 재난상황실 운영, 현장충돌 및 대응으로 이어지는 초기대응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았다.

그 결과 오전 11시 12분에 화재가 발생한 57분 뒤에 긴급재난문자를 발송했다. 서울시청은 상황판단과 전파, 재난문자 승인 요청과 검토를 하는 사이 촌각을 다투는 재난골든타임을 놓쳤다.

특히 최초 신고가 접수된 시각을 기준으로 서울시는 27분이 지나서야 상황을 인지해 재난대응 카톡방을 개설했다. 긴급재난문자 발송 검토에 6분, 총 33분의 시간을 허비한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처음에는 파급력이 없는 단순화재로 판단을 하고, 진압하는 과정에서 규모를 파악하면서 긴급재난문자 발송을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행정 편의주의 절차 따르다가 촌극 벌어져...용산구청의 재난문자 승인 요청 거절

<녹색경제신문>이 입수한 서울시청 재난종합상황실의 'KT 아현지사 화재 관련 긴급재난문자 발송 내역'에 따르면 서울시청은 11월 24일 오후 12시 5분부터 오후 6시 14분까지 총 8회의 문자를 발송했다.

KT 아현지사 화재 관련 긴급재난문자 발송 내역

발송내역은 △1회차 오후 12시 5분 서울시 전역 △2회 오후 1시 18분 마포구 △ 오후 1시 28분 서대문구 △오후 2시 29분 종로구,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오후 2시 31분 은평구 △오후 2시 45분 은평구 △오후 4시 55분 중구, 용산구, 서대문구, 마포구 △ 오후 6시 14분 은평구 순이었다.

그러나 용산구청이 오후 4시 47분에 요청한 긴급재난문자는 서울시청이 승인을 거부했다. 서울시청은 용산구청에 요청내역 삭제를 여러 번 요청했고, 용산구청은 삭제하지 않아 요청 목록에 남아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용산구청 관계자는 "서울시에서 재난문자를 일괄적으로 발송하려고 승인 불가 통보를 받았다. 오후 4시 47분에 발송하려고 미리 요청했던 문자였는데 서울시 내부에서 협의해 다른 구와 같이 발송한 것 같다"고 말했다.

용산구청은 오후 2시 29분에 다른 구와 함께 문자 승인 요청을 했다. 그러나 서울시는 '소방재난본부'의 요청만 승인했다. 한시가 급한 상황에서 단체문자처럼 중복된 내용이라고 판단, 8분 뒤에 4개 자치구에 문자를 발송했다.

특히 자치구에서 은평구청이 유일하게 서로 다른 내용으로 은평구에만 문자를 발송, 용산구청과 배치된다.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현황(2018년 10월 기준) 은평구는 48만 명, 용산구는 22만 명으로 서울시의 대응이 합리적인 것처럼 보인다.

서울시청 관계자는 "재난문자를 일괄적으로 발송하려고 승인하지 않았다. 오후 2시 29분 5개 구에 발송할 때는 용산구청은 요청하지 않았고, 2회차 4개 구 발송할 때는 용산구청의 요청이 다른 구와 중복되어 승인하지 않은 것뿐이다"이라고 말했다. 

그러나 용산구에 국방부가 있다는 사실을 떠올린다면 '군 작전망 마비'가 심각한 상황을 초래한다. 4일 이종명 자유한국당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KT아현지사 통신구 화재 피해 현황' 자료에 따르면 국방부는 청와대, 국정원, 국회협력관실 등 군 통신망이 43시간 불통됐다.

이언주 바른미래당 의원은 "이번 통신재난으로 소상공인의 피해가 막심하다. 국가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고스란히 피해는 국민에게 전가됐다. 아직도 피해가 제대로 복구되지 않은 상황이라 정말 창피한 일이다"라고 말했다.

전시 체제였다면 행정편의주의 발상으로 단체문자처럼 발송하는 것이 아닌 용산구청의 재난문자 요청을 승인하는 것이 정상이다.

한편, 11월 24일 서울시 5개 구가 통신재난으로 도시 기능이 마비된 상황에서 박원순 시장은 12시간 이상 자리를 비워 논란이 일고 있다. 서울시청의 현장조치 행동매뉴얼이 무용지물로 전락한 순간에 현장에 없었던 것으로 알려지면서 또 다른 파장을 예고했다.

정동진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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