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기정통부, 민간 통신사에 망 우회로 이중화 비용 '수조원' 전가...천문학적 예산 '나몰라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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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기정통부, 민간 통신사에 망 우회로 이중화 비용 '수조원' 전가...천문학적 예산 '나몰라라'
  • 박근우 기자
  • 승인 2018.12.27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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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재난 시 세부 매뉴얼 미비 및 지자체 공조 부재...자연재해 재난처럼 정부 예산 안배 필요

지난 11월 24일 발생한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처럼 '통신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입하지 않은 타사 통신망으로 스마트폰 전화나 인터넷 등을 쓸 수 있게 된다. 

또 통신 장애 피해를 줄이기 위해 각 통신사는 일반재난관리 대상시설인 D급 통신국사까지 통신망 우회로를 의무적으로 확보하게 된다.

다만 통신망 우회로 이중화를 확보하기 위한 예산이 수조원 이상 천문학적 비용이 들어간다는 점에서 정부가 공공성 성격의 재난 비용을 민간기업에게 모두 부담시키는 것은 문제가 크다는 비판도 일고 있다.

정부가 지난 통신재난에서 아무런 일도 못했던 것처럼 모든 것을 민간에게만 전가하는 것은 무책임하다는 것.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27일 이낙연 국무총리가 주재한 제62회 국정현안점검조정회의 논의를 거쳐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통신재난 방지·통신망 안정성 강화대책'을 확정, 발표했다.

이 대책에 따르면 정부는 통신 재난이 발생했을 때 인근 지역까지 장애가 확산하는 것을 예방하기 위해 D급 통신국사까지 통신망 우회로를 확보해 이원화하도록 할 계획이다. 

이는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에서 통신망 우회로가 확보되지 않아 이틀 넘게 서울 서대문·마포·용산·중·은평구 등 5개 구와 경기 고양에서까지 통신대란이 발생한 데 따른 것.

통신망 우회로 확보를 위한 구체적인 기술방식은 가칭 '정보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에서 추가로 논의해 결정할 예정이다.

정부는 다만 통신망 우회로 확보를 위한 투자비용을 고려해 통신사별로 재무능력에 따라 유예기간을 줄 계획이다. 

정부는 특히 통신사들과 함께 통신재난 시 해당 지역에서 이용자가 기존 단말기로 다른 이통사의 무선 통신망을 이용(음성·문자)할 수 있도록 통신사간 로밍을 실시하기로 했다.

재난지역에는 각 통신사가 보유한 와이파이(Wi-Fi)망도 개방해 인터넷·모바일 앱전화(mVoIP) 등을 이용할 수도 있게 된다.

정부는 아울러 법령을 개정해 500m 미만 통신구도 소방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기로 했다.

통신사는 법령 개정 전이라도 내년 상반기까지 500m 미만 통신구에 자동화재 탐지설비와 연소방지설비 등을 설치할 예정이다.

정부는 통신사고 예방을 위해서는 일반 재난관리 대상시설인 D급 통신구도 2년마다 직접 점검하는 등 관리를 강화하기로 했다.

중요 재난관리 대상시설인 A·B·C급의 점검주기도 2년에서 1년으로 단축한다. 

정부는 통신·재난 전문가 등으로 '정보통신재난관리심의위원회'를 구성해 등급지정 기준·통신사의 재난계획 수립지침 등을 심의·확정하기로 했다. 

정부는 이 밖에 통신재난 시 긴급전화 사용법, 행동지침 등 이용자 행동요령을 마련해 홍보하고, 옥외전광판·대중교통 등을 활용해 다양한 방법으로 재난경보를 실시할 예정이다. 

통신사가 통신장애 발생사실과 손해배상 기준·절차 등을 이용자에게 반드시 알리도록 법령 개정도 추진한다.

민원기 과기정통부 제2차관은 "그동안 우리나라에는 세계 최고 수준의 통신망이 구축됐지만 KT통신구 화재를 계기로 통신재난에는 대비가 부족했음을 알 수 있었다"며 "이런 사고가 재발되지 않도록 사전에 미흡한 부분을 강화하고, 안전관리를 철저히 해 국민들이 신뢰할 수 있는 안전한 통신망을 구축하겠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 20일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개최한 '통신재난 대응체계 개선을 위한 토론회'에서 통신망 우회로 이중화 추진 시 발생할 수조원의 비용에 대한 업체들의 현실적 고민도 토로된 바 있다.

통신재난시 김부겸 행안부 장관은 소방청은 챙겼지만 재난 컨트롤타워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고 박원순 서울시장은 경남 고향에서 토크콘서트하느라 12시간 공백을 두기도 해 비판이 일었다.

이원화는 통신 장애가 발생하더라도 서비스 제공이 끊기지 않게 할 수단이다. 

하지만 실제 모든 회선에 대해 이같은 조치를 추진하는 것은 수조원 대의 비용이 투입돼야 하기에 민간업체에게 재난시에만 필요한 이원화 비용을 모두 부담시키는 것은 너무 큰 부담이라는 얘기다. 

윤형식 SK텔레콤 운영그룹 상무는 "어느 수준까지 대비하느냐에 대해 여러 비용, 투자 문제가 결부될 수밖에 없고, 조 단위 금액도 언급되는 상황"이라며 "현실적으로 고민이 되는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오범석 KT 네트워크운용본부 상무는 "망을 완벽하게 관리하는 데 투입할 비용을 어디까지 책정해야 할지 고민된다"며 "과기정통부가 방향을 설정하면 투자는 이뤄지겠지만 사업자 투자만으로는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이를 반영해줬으면 한다"고 의견을 냈다.

정부에서도 공공재 성격과 통신 재난 특수 상황에 국한한 이중화에 대해 일정 부문 공동 부담이 필요하다는 입장인 셈이다. 

이에 정재훈 과기정통부 통신자원정책과장은 "사고 후 대응 매뉴얼은 체계적으로 구비돼 있지만 위기 징후 파악 체계는 다소 부족하다는 것"이라며 "시설 복구 관련 매뉴얼이 주로 구성돼 있는데 통신 서비스가 끊겼을 때 일반 사용자로서는 어떻게 이를 복구할 수 있을지에 대한 부분이 향후 대책에 반영돼야 할 것 같다"고 언급했다.

통신재난 경보 기준. 통신재난 당시 경계에 해당하지만 과기정통부는 '주의 단계'에 그쳐 공무원들이 출근하지 않고 재난에 대처하지 않아 일반 소상공인 등 피해가 커졌다.

하지만 과기정통부 정재훈 과장의 답변과 달리 지난 11월 24일 통신재난 당시 세부 매뉴얼이 없었고 경보체계가 제대로 작동되지 않은데 이어 이후 조치에서도 서울시 및 행안부와의 공조체제 등이 제대로 작동되지 않는 등 심각한 문제점을 드러냈다. 이를 질문하기 위해 정 과장에게 여러차례 답변을 요청했지만 아무런 답변조차 하지 않았다. 

재난 전문가인 강휘진 서강대 교수는 "집집마다 모든 통신망을 이중화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한 조치"라며 "화재 발생 전 IoT 센서 등으로 징후를 감지할 수 있게 투자하는 것은 상대적으로 매우 적은 자원이 소요되니 이런 조치가  바람직할 것으로 본다"고 제안했다.

한 통신전문가는 "과기정통부가 평상시 통신재난에 제대로 준비나 사후 대응에 미흡한 실정인데 모든 것을 민간업체에 천문학적인 비용을 전가하려고만 한다"면서 "정부가 일반 자연재해 등 재난에는 막대한 예산을 사용하면서 이번과 같이 통신재난에는 일반 국민에 어떤 도움도 주지 못했다"고 비판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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