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쩔수없었어요"...최저임금인상에 '비싸진 메뉴판', 주인도 손님도 ‘난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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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쩔수없었어요"...최저임금인상에 '비싸진 메뉴판', 주인도 손님도 ‘난감’
  • 이효정 기자
  • 승인 2018.01.11 11: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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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비자 "비싸지만 이해한다" "그래도 너무 많이 오른 것 아니냐" 반응 엇갈려

경기도의 한 골목상권, 좌우로 길게 늘어선 건물마다 외식 매장이 입점해있다. 고깃집·분식집·카페·PC방·빵집·프렌차이즈매장 등 종류도 다양하다. 저마다 매장을 홍보하는 전광판은 반짝이고 있지만 가게 주인들의 표정은 그리 밝지 못하다. 최저시급인상 때문이다.

2018년이 되면서 최저임금이 대폭 상승했다. 한 시간당 7530원으로 전년대비 16.4%가 오르면서 외식업계 가게주인은 물론 소비자까지 ‘난감’을 표하는 양상이다. 가게주인은 당장 직원들에게 지급해야할 인건비가 늘어나면서 제품 가격을 올릴 수 밖에 없게 됐다. 가격에 대한 부담은 소비자에게 그대로 전이됐다. 크게 오른 상품 가격에 소비자들 반응도 각양각색이다.

 

'비싸진 메뉴판'...커진 인건비 부담에 늘어가는 점주들의 한숨

 

“당장 다음 달 통장 잔고가 얼마일지가 걱정입니다.”

카페 겸 PC방을 운영하고 있는 A씨의 첫마디였다. 같은 자리에서 2년째 매장을 운영하고 있다는 A씨는 “최저시급이 큰 폭으로 올라버려서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닙니다”라며 우려를 표했다. 이어 직원의 근무시간을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이르렀다고 설명한다. 

“정말 미안한 얘기지만 현재 일하고 있는 아르바이트생 근무시수를 줄이는 방법으로 기존 직원들을 최대한 자르지 않으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한 사람이 근무시간이 15시간을 넘어가버리면 주휴수당까지 줘야하거든요. 그래서 친구들에게 양해를 구하고 14시간씩만 일하기로 합의를 본 상태에요. 게다가 저희 업종 특성상 야간에 일하는 친구들이 있는데, 이 친구들은 당연히 그만큼 더 줘야 하구요. 정부지원이 나올 거라던데 얼마나 도움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확실한건 지금 인건비 부담이 너무 커져 버렸다는 거에요.”

이날 찾은 매장엔 검은색지에 수정된 가격을 써서 붙인 '비싸진 메뉴판'이 걸려있었다.

뿐만 아니라 A씨는 2018년 1월 1일자로 매장 내 취급품목의 가격을 ‘소폭으로 올렸다’고 밝혔다. 매장을 둘러보니 기존 가격을 가리고 검은색 색지에 새로운 가격을 매겨 메뉴판에 붙여놓은 모습을 볼 수 있었다. 

A씨는 일부 품목을 제외하고 거의 모든 상품의 가격을 올렸다고 말했다. 적으면 500원, 많으면 800원 정도 인상하는 선에서 가격을 책정했다. 

이에 대해 A씨는 “2년간 여기서 장사를 하면서 어떻게든 가격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는데...이제는 정말 안올릴 수가 없더라구요. 부디 손님들이 가게의 어려운 사정을 잘 이해해주길 바랄뿐이죠” 라고 말했다.

오른 가격에 대해 고객들의 반응도 제각각이다. 매장 안에서 만난 손님 B씨는 “체감상 가격이 비싸져서 구매가 부담스럽기는 하다”고 운을 뗐다. 이어 “이 곳에 주말마다 오는데, 평균적으로 하루에 아이스 아메리카노 라지 사이즈를 3잔정도 마셨다. 그런데 이제는 함부로 그만큼 마시기 힘들 것 같긴 하다”라고 언급했다. 

또 “나도 다른 곳에서 일하는 입장으로써 사장님의 사정이 이해가 안되는 게 아니라서 (가격인상에 대해) 그러려니 한다. 파는 사람 사는 사람 모두 서로 이해해야 할 부분인 것 같다”고 평했다.

가격을 소폭 인상했다는 내용의 공지를 매장 곳곳에서 발견할 수 있었다.

B씨처럼 업주들의 입장을 헤아리고 이해할 수 있다고 답한 손님도 있었지만 그렇지 않은 손님도 있었다. 

자신을 단골손님이라고 지칭한 C씨는 “가격이 올라도 너무 많이 오른 것 같아요. 아메리카노 한잔에 2천원 이던게 2500원이 됐는데, 거의 25%가 한 번에 오른 거잖아요. '소폭상승'이 아니라 '대폭상승'인 것 같아요. 업계 특성상 아무리 음식으로 많이 남긴다지만 그래도 이건 좀 심한거 아닌가 싶어요”라고 말했다.

또 “내 월급은 그대론데 물가만 오르는 것 같아요. 예전엔 만원 한 장이면 여기서 커피핫도그세트에 과자랑 음료수를 사도 남았는데, 이제는 커피핫도그세트에 과자 싼 걸로 하나 고르면 끝이에요. 물건 하나 사기가 좀 조심스러워 지는 느낌이에요” 라고 밝혔다.

이효정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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