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적분할의 마법' 올해까지?...서두르는 財界, 관심 집중되는 '삼성·현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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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적분할의 마법' 올해까지?...서두르는 財界, 관심 집중되는 '삼성·현대'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8.01.09 0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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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환출자, 금산분리 관련 공정거래법 개정 시사하며 압박

오너일가의 지배력을 강화함과 동시에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인적분할의 마법'을 활용할 수 있은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공정거래위원회의 재벌개혁 드라이브 속도를 감안하면 올해가 마지막이 될 수 있을 전망이다.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등 해당 이슈를 가진 기업들은 오는 3월 주주총회까지 적어도 개선 방향 정도는 밝혀야 한다는 압박을 받고 있다. 

재벌들이 인적분할을 활용한 지주회사 방법을 선호하는 이유는 오너일가 입장에서 기존 지분율을 돈 한푼 안들이더라도 2배이상 뻥튀기 할 수 있기 때문이다.

회사를 인적분할을 통해 분리하면 기존 회사 주주들은 지분율대로 신설회사의 주식을 나눠갖는다. 존속회사와 신설회사의 주식을 모두 가질 수 있다. 분할 후 재상장을 통해 최대주주는 신설회사의 주식을 지주회사에 현물 출자해 지주회사의 주식을 배정받을 수 있다. 이를 거치면 최대주주의 지분은 돈 한 푼 들이지 않고 2배로 늘어난다. 또 기존 회사의 의결권이 없던 자사주의 의결권도 부활한다. 자사주를 신설회사(사업회사)의 신주와 교환하는 방식을 통해서다.

이런 과정을 거치면 최대 주주는 비용을 거의 들이지 않고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어 지주회사 체제로 전환할 때 재벌 기업들이 가장 선호하는 방식이다. 

김상조 공정위원장 "하반기부터 공정위차원 지배구조개선 강력 규제" 시사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018년도 신년사 및 언론과의 신년 인터뷰를 통해 3월 주주총회까지 재벌그룹의 자체 개선 노력을 지켜보고, 이후 하반기부터는 공정위 차원의 입법을 통해 강력한 규제에 나설 예정임을 암시했다. 

8일 재계에 따르면 김 위원장의 이같은 발언은 순환출자, 금산분리와 관련된 공정거래법 개정 및 예규 제정이 될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3월 주총까지는 남은 시간이 별로 없어 삼성전자, 현대차그룹, 미래에셋 등 아직까지 별다른 움직임을 보이지 않고 있는 기업들의 고민은 더욱 깊어지고 있다. 

이같은 공정위의 강경한 입장을 감안할 경우 '인적분할의 마법' 혹은 '자사주의 마법'으로 불리는 '인적분할 지주사 활용법'은 올해까지 유효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공정위가 인적분할 전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하는 방안을 논의중이고, 대주주의 현물출자에 대한 양도차익 과세를 주식처분 시까지 유예해주는 '조세특례제한법'이 올해 말로 일몰 시한이 다가오기 때문이다. 

공정위 원하는 방향 알지만...막상 하려니 부담

재벌 그룹들은 공정위가 원하는 방향은 알면서도, 대책없이 지배구조 개선에 나설 경우 막대한 자금이 소요되거나 오너 일가의 경영권에 직접적 타격을 받을 수도 있다는 우려도 하고 있다. 

공정위는 인적분할 전 자사주 소각을 의무화 하거나 신주 배정을 금지하는 방안을 논의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를 인적분할 할 때 의결권이 없는 자사주의 의결권이 부활하는 것을 활용해 투자회사(지주회사)에 대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을 공짜로 늘리는 방법을 원천 금지 하겠다는 의미다.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아닌 기존 순환출자 해소 의무도 부여될 수 있다. 현행법에 따르면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 발생 시에는 유예기간을 주고 이를 해소하도록 하고 있으나, 기존 순환출자 해소 의무는 없다. 

또 현행 공정거래법은 특수한 상황에 한해 금융·보험 계열사의 의결권을 15%까지만 행사하도록 허용하고 있으나, 재계에서는 이 의결권 행사 비율을 더 낮출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공정위의 이같은 압박에 효성, 롯데, 현대중공업, 현대산업개발 등 대기업들이 '인적분할의 마법'을 활용한 지주회사 체제로의 전환 방안을 발표했다. 지주회사 체제가 아니면서 자사주 비율이 높은 한화(6.6%), 금호석유화학(6.3%) 등에 대한 관심도 높아지고 있다. 

반면 삼성전자와 SK케미칼은 지주사 전환 과정에서 자사주 소각에 나서며 논란을 원천 차단했다. 

지난해 9월 14일 공정거래위원회 신뢰제고 방안 토론회에 참석한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제공=공정위>

발등에 불 떨어진 삼성SDI와 삼성 금융 계열사

공정위는 지난해 12월21일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전량인 404만주를 매각을 요청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2015년 공정위가 내린 결정을 2년만에 스스로 뒤집었다. 삼성SDI는 공정위의 예규가 제정되면 매각 여부 및 방법 등을 결정한다는 신중한 입장이다. 

당시 공정위가 제시한 가이드라인은 '순환출자 고리 내 소멸법인과 고리 밖 존속법인이 합병하는 경우'에 '새로운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된다는 해석이어서 향후 재벌 그룹들의 지주회사 전환 방식에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또 공정위는 법 자체가 바뀐 것이 아니어서 소급적용도 가능하다는 판단이다. 

삼성생명, 삼성화재 등 삼성계열 금융사들도 압박을 받고 있다. 

공정위가 금융사를 보유한 대기업을 통합감독 하기 위해 '금융그룹 통합감독 시스템'을 추진중이기 때문이다. 이 제도는 내부거래, 계열사 지원 현황 등을 금융 감독에게 보고 및 공시하도록 하는 것으로 특별히 삼성을 겨냥한 것으로 풀이된다. 

금융계열사를 통한 경영권 강화도 어려워진다. 금융계열사가 보유한 비금융계열사 기분의 자기자본을 인정하지 않는 '통합재무건전성 비율'을 도입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는 삼성전자 지분의 약 9.5%를 보유하고 있다. 

공정위가 추진중인 방안을 종합해 보면, 삼성생명, 삼성화재가 보유한 삼성전자 지분을 매각해야 하는데 이를 삼성 계열 비금융 회사가 매입하기 곤란해 진다. 신규 순환출자 고리가 형성되는 셈이기 때문이다. 이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전자 지분을 이재용 부회장이 직접 매입하는 방안이 있으나, 천문학적 비용이 소요돼 가능성은 낮게 점쳐진다. 

현대차그룹, 지주회사 전환과 더불어 승계 작업까지 '난제'

현대차그룹은 순환출자 고리 해소와 더불어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 문제까지 연관돼 더욱 복잡하다. 

김상조 위원장은 취임 초기부터 "현재 순환출자가 총수 일가 지배권 유지에 핵심적 역할을 하는 곳은 현대차그룹 하나 뿐"이라고 말하며 현대차그룹에 압박을 가해 왔다. 

그럼에도 재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지배구조 개선에 섣불리 나서기 어려운 이유로 상대적으로 복잡한 순환출자 구조를 해소하는 것과 동시에, 정의선 부회장으로의 승계 작업을 추진하는 작업이 만만치 않아서라는 분석이 나온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왼쪽)과 정의선 부회장(오른쪽)

현대차그룹은 현대모비스(20.78%)→현대자동차(33.88%)→기아자동차(16.88%)→현대모비스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형태의 지배구조를 갖고 있다. 정몽구 회장은 현대모비스 지분 6.96%, 현대차 지분 5.17%를 가졌고, 정의선 부회장은 현대차 2.3%, 기아차 1.7%를 보유했다. 현대모비스 보유지분은 없다. 

현재 현대차그룹의 상황에서 가장 가능성이 높게 예상되는 방안은 현대차, 기아차, 현대모비스 3개사를 모두 인적분할하고 투자회사끼리 합병해 지주회사로 출범시키는 방안이다. 그룹 내 핵심 3사의 비용지출을 최소화 할 수 있고, 지주사에 대한 오너일가의 지분율도 20% 이상으로 증가할 수 있기 때문이다.'인적분할의 마법'을 통해 지배력을 강화할 수 있는 방안이기도 하다. 

그룹 승계구도까지 고려한 더욱 간단한 방법은 정의선 부회장이 기아차가 가지고 있는 현대모비스 지분 16.88%를 매입하는 방법이다. 다만 이같은 방식은 정 부회장이 4조원 가량으로 추정되는 인수자금을 마련해야 하는 것이 부담이다. 당장 정 부회장이 보유한 계열사 지분을 모두 팔아도 3조원 남짓에 불과해 가능성이 낮은 것으로 분석된다. 

현대차그룹이 '인적분할의 마법'을 최대한 활용한 지배구조 개편 작업에 나서기 위해선 서둘러야 할 것으로 보인다. 

지주회사 전환 나선 롯데, 효성, 현대중공업, 현대산업개발...시민단체의 따가운 시선도 변수

롯데, 현대중공업, 현대산업개발은 작년, 효성은 올해 초 인적분할을 활용한 지주회사 전환 계획을 밝혔다. 

이들은 지배구조 개선을 통한 투명 경영, 주주가치 제고 등의 효과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롯데의 경우  롯데제과, 롯데쇼핑, 롯데칠성음료, 롯데푸드 등 4개 회사를 사업부문과 투자부분으로 인적분할 한 후, 롯데그룹의 모태 회사인 롯데제과의 투자부문이 나머지 3개사의 투자부문을 흡수하는 방식으로 탄생했다.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4개 회사가 상호보유하던 지분관계가 해소되며 롯데그룹의 순환출자 고리가 기존 50개에서 13개로 대폭 정리됐다. 

효성은 존속법인 지주회사와 분할회사인 효성티앤씨, 효성중공업, 효성첨단소재, 효성화학 등 4개의 사업회사로 나뉜다. 

효성측은 "이번 분할로 독립경영체제가 구축되면 적정한 기업가치 평가가 가능해지면서 궁극적으로 기업가치 및 주주가치가 제고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각 사업부문별 전문성과 목적에 맞는 의사결정 체계가 확립돼 경영 효율도 강화될 전망"이라고 설명했다. 

효성은 오는 4월 27일 임시주주총회를 열고 회사분할에 대해 승인 여부를 결정할 계획이다. 가결되는 경우 6월 1일자로 회사분할이 될 예정이다. 신설 분할회사들의 신주상장 예정일은 7월 13일이다. 

한편, '인적분할의 마법'을 활용하는 이들을 보는 시민단체의 시선은 곱지 않다. 절세 효과를 누리며 경영권을 승계하고 오너일가의 지분율도 함께 올라간다는 지적이다. 

참여연대는 현대중공업의 인적분할을 통한 지주회사 전환에 대해 "이른바 '자사주의 마법'은 지배주주가 그 지배력을 확대하는 만큼 바로 다른 군소주주의 지배력은 감소한다는 점에서 '자사주를 통한 약탈'이라고 지적했다. 

김종훈 무소속 국회의원은 "재벌일가가 편법과 탈법을 통해 얼마만큼의 이득을 얻었는지를 국민 앞에 밝힐 필요가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다. 

경제개혁연대는 효성과 관련해 "무엇보다 총수일가의 경영권 유지, 강화를 위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상장 재심사시 문제가 될 소지가 크다고 지적하고 나섰다. 

효성의 분할신설회사가 유가증권시장에 상장되기 위해서는 한국거래소의 상장심사를 다시 받아야 하는데, 효성은 현재 분식회계와 횡령 등으로 총수일가에 대한 형사재판이 진행중인 상황이라는 설명이다. 또 증선위의 대표이사 해임권고 조치 불이행, 감사위원 선임 안건 부결 후 감사위원 공석 장기간 방치, 증선위원 접촉 통한 추가 분식회계 사건 제재 축소 의혹 등 수 많은 불법행위 논란을 초래해 내부통제제도 및 공시체제 등에 있어 심각한 문제를 드러냈다는 주장도 나온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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