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위 "삼성SDI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전량 매각해야"...그룹 지배구조 변화 불가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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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삼성SDI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전량 매각해야"...그룹 지배구조 변화 불가피
  • 백성요 기자
  • 승인 2017.12.21 1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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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1%(404만주) 매각으로 이 부회장의 지배구조에는 큰 변화 없을 전망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전량인 404만주(20일 종가기준 5276억원 상당)를 매각해야 한다는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에 따라, 삼성그룹의 지분구조가 어떻게 변할지에 관심이 증폭되고 있다. 구속수감중인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에 미칠 영향은 미미하다는 분석이 나오지만, 그룹의 지분구조 변화는 불가피할 전망이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21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지난 20일 전원회의를 열어 2015년 12월 2일 발표한 '합병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 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변경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아울러 삼성그룹측에 삼성SDI가 보유한 주식 404만주를 추가로 처분할 것을 요구하기로 했다. 

공정위는 1심 법원의 판단을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 공정위가 유권해석을 통해 순환출자 해소를 위한 '처분주식 수'를 줄여줬던 것이 삼성의 청탁에 따른 청와대의 부당한 외압때문이라고 해석했다. 

국회에서도 기존 가이드라인이 부당한 외압에 의해 결론이 바뀐 의혹이 있다는 지적을 했고, 변경 필요성과 함께 가이드라인이 아닌 법적 형태를 갖추라는 요청도 제기됐다. 

공정위는 외부 법률 전문가를 대상으로 폭넓은 의견수렴을 통해 삼성에 대한 이러한 후속조치가 가능하다고 봤다.

이건희 삼성전자 회장(앞)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뒤)

뒤집힌 2015년 공정위 가이드라인

2015년 공정위는 '(구)삼성물산-삼성전자-삼성SDI-(구)삼성물산'으로 이어지는 순환출자 고리를 해소하기 위해 삼성SDI가 (구)삼성물산과 제일모직의 합병을 통해 추가로 확보한 현재의 삼성물산 지분 500만주(2.6%)를 처분하라고 명령했다. 

당시에도 공정위의 이런 판단이 삼성에 대한 특혜라는 의혹이 제기됐다. 해당 의혹은 지난해 불거진 국정농단 사태를 통해 더욱 증폭됐다. 

국정농단 사건을 수사한 박영수 특별검사팀에 따르면 공정위는 2015년 10월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주식 1000만주를 처분해야 한다고 결론을 내렸다. 정재찬 공정위원장은 이같은 내용의 '삼성합병 검토' 문건을 결재했다. 공정위 기업집단은 이를 청와대 경제수석실에 보고했고 청와대는 발표를 보류하고 삼성측에 먼저 결정 내용을 전달할 것을 지시했다고 알려졌다. 

이후 공정위는 2015년 12월 두달여의 재검토 끝에 삼성SDI의 삼성물산 처분 주식수를 500만주만 처분하라는 '합병 관련 신규 순환출자 금지 제도법 집행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삼성SDI는 삼성물산 주식을 매각했고 그 중 일부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이 사들였다. 

이재용 부회장의 1심에서 공정위가 처분 주식수를 줄여주는 과정이 청와대의 특혜에 의한 것으로 볼 수 있다는 판단이 내려짐에 따라, 공정위는 당시의 가이드라인을 뒤집은 것이다. 

2년만에 가이드라인 변경한 공정위, "순환출자 강화에 해당"

이번 공정위의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후 삼성그룹 순환출자 고리는 해소된 것이 아니라 '형성' 됐다.

그간 가장 논란이 됐던 부분은 '순환출자 고리 내 소멸법인과 고리 밖 존속법인이 합병하는 경우'다. 기존에는 순환출자 고리가 '강화'된 것으로 보고 이를 해소하기 위한 지분 매각을 요청했다. 하지만 변경된 가이드라인 해석에 따르면 이런 경우 순환출자 고리는 '형성'된다. 법 자체가 바뀐게 아니어서 소급적용도 가능하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순환출자 고리 내 존속법인과 밖 소멸법인 합병 예시 <사진제공=공정위>

공정위는 "법문이 순환출자 강화를 '순환출자회사집단에 속하는 계열출자회사의 계열출자대상회사에 대한 추가적인 계열출자'로 한정하고 있으므로 이때 계열출자대상회사는 합병 당시에 이미 순환출자 고리 내에 있는 회사에 한정된 것으로 보는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 

이어 "기존 순환출자 고리 내에 있지 않았던 존속법인은 법문상의 계열출자대상회사로 해석될 수 없으며 소멸법인과의 합병을 통해 비로소 순환출자 고리 내로 편입되는 것이므로 합병 결과 나타난 고리는 새롭게 형성된 순환출자 고리로 보아야 하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경제적 실질의 동일성을 기준으로 순환출자 형성, 강화를 판단하는 것은 법 해석의 범위를 넘어서는 것이고 법 적용의 일관성과 예측가능성 측면에서도 타당하지 않다"고 밝혔다. 

공정위는 법적 형태를 갖춰야 한다는 국회의 요구에도 예규를 제정하기로 했다. 가이드라인의 목적은 공정거래법에 대한 공정위의 통일된 해석기준을 수립하는 것이므로 반복적 행정사무의 처리 기준인 예규가 적절하다는 판단에서다. 

이재용 부회장의 지배력에 영향 있을까

삼성물산은 삼성그룹의 지배구조에 정점에 있는 지주회사와도 같은 존재다. 삼성전자의 최대주주이기도 하다.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이재용 부회장은 삼성물산의 지분 17.08%를 보유한 최대주주다. 이건희 회장이 2.84%, 이부진 사장, 이서현 사장이 각각 5.47%를 보유하는 등 친익척 및 특수관계인 보유주식은 39.08%에 달한다. 이에 삼성SDI가 보유한 삼성물산 지분 2.11%를 매각하더라도 지배구조에 큰 영향은 없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또 (구)삼성물산-제일모직 합병 당시처럼 삼성SDI가 내놓은 지분중 일부를 이 부회장이 매입하는 방식도 가능하다. 

다만 순환출자의 고리가 끊어지면서 소폭의 변화는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예규 확정 후 6개월간 유예기간을 부여하고 그때도 법위반 상태가 해소되지 않았을 때는 시정조치 할 계획"이라며 "소송 등으로 대응하는 것은 헌법상 보장된 권리로 만약 삼성측이 소송을 제기한다면 그에 따른 판단은 최종적으로 법원이 하게 될 것"이라고 밝혔다. 

한편, 불과 2년 전의 결정을 뒤집었다는 비난은 피해갈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김 위원장은 "2년 전 공정위의 결정이 일관성을 상실했다는 것이 문제"라며 "해석지침을 변경하고자 할 때 그 내용적 일관성을 회복하는데 1차적 초점을 맞췄다"고 말했다. 

 

 

 

백성요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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