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일값 치솟고 저소득층 식료품 지출 줄이는데... 나홀로 '호황'인 식품업계 책임론 '부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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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일값 치솟고 저소득층 식료품 지출 줄이는데... 나홀로 '호황'인 식품업계 책임론 '부상'
  • 문슬예 기자
  • 승인 2024.03.12 11: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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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소득층, 식료품 가격 급등에 부담 커져
세계식량가격지수 하락에도 제품가 그대로...소비자, "국제가 하락 체감 못해"
'호실적' 이어간 식품업계...'그리드플레이션' 책임 있다

지난해 하반기 저소득층의 식료품 지출이 줄어든 것에 대해 식품업계의 책임이 크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농수축산물 가격의 상승이 저소득 가구의 부담을 키운 것도 사실이지만, '그리드플레이션'을 통해 이윤 추구를 꾀한 식품업계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것이다.

실제로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2022년 3월 최고치 달성 이후 하락 흐름을 이어가고 있지만, 국내 제품 가격에는 가격 하락이 반영되지 않고 있다.

한편, 식품업계는 지난해 호실적은 해외 매출에 따른 이익일 뿐 '그리드플레이션'과는 관계없다는 입장을 전했다. 

저소득 가구의 식료품 지출 부담에 식품기업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문슬예 기자]
저소득 가구의 식료품 지출 부담에 식품기업들의 책임이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사진=문슬예 기자]

12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를 종합하면 지난해 하반기 저소득층의 식료품 지출이 크게 줄어들었다. 

통계청의 지난해 4분기 가계동향조사 발표에 따르면 소득이 하위 20%에 속하는 가구(1분위)의 월평균 '식료품·비주류음료'(이하 식료품)이 전년대비 1.6%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다른 모든 분위의 식료품 지출이 증가했고 지난해 4분기 식료품 물가가 6.6% 급등한 것으로 보았을 때 이례적인 결과이다. 

해당 조사에 대해 지난해 말 식료품 가격의 급등이 저소득 가구에 심각한 부담으로 작용했다는 의견이 나오는 한편, 저소득층의 식료품 부담에 식품업계도 책임을 피할 수 없다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과일, 농축산물 등의 이례적인 가격 급등으로 가계의 부담이 이어지며 정부 부처는 식료품 물가 안정을 위한 정책을 연이어 발표하고 있다. 

농림축산식품부(이하 농식품부)는 지난 7일 이상기후와 병충해 등으로 유래 없이 과일의 생산량이 크게 감소한 것에 대해 과수의 생육상태를 점검하겠다는 '사과 안심 프로젝트'를 가동했다. 뒤이어 농식품부는 지난 10일 송미령 장관이 직접 대형마트를 방문해 정부의 물가 안정 대책이 현장에서 잘 작동하고 있는지 점검하기도 했다. 

지난 6일 최상목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물가관계장관회의를 열고 위와 같은 정부 부처의 노력과 더불어 식품업계의 '그리드플레이션'이 잡혀야 국민의 물가 부담이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다. 그리드플레이션(Greedflation)은 대기업들이 탐욕으로 상품의 가격을 과도하게 올려 물가 상승을 가중시킨다는 뜻을 가지고 있다. 

최상목 장관은 "원료 값 상승을 이유로 가격을 인상했다면 원료 가격 하락 땐 제때, 그리고 하락분 만큼 내려야 국민이 납득할 수 있는 합리적인 경영활동"이라고 말했다. 정부가 식품업체들이 원재료 가격 하락에도 이를 가격에 반영하지 않고 있다고 기업의 과도한 이윤 추구를 정면으로 지적하고 나선 것이다. 

실제로 지난 3일 유엔 식량농업기구(FAO)에 따르면, 세계식량가격지수는 지난 1월 전월대비 1.0% 하락하며 지난 2022년 3월 식량 물가 최고치를 달성한 이후 하락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 그러나 국제 밀가루 가격이 떨어져도 식품 기업들의 제품 가격은 떨어지지 않고 있다. 지난해 4분기 밀가루의 원재료 가격이 전년동기간대비 31.0%나 떨어졌음에도 소비자가에는 반영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한국소비자원의 곡물가공품 가격에 따르면 지난 8일 곰표 밀가루(1kg)의 가격은 1929원으로 지난해 12월(1833원)보다 96원 올랐다. 전년동월인 지난해 3월(1751원)과 비교했을 때는 178원 오른 것으로 밀가루 가격이 1년새 10%가량 인상된 것으로 나타났다. 

일각에서는 지난해 이어진 식품기업들의 '호실적'이 상대적으로 낮아진 원재료값에도 제품 가격을 인상한 데 따른 결과라는 분석이 나온다. 

실제로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농심의 지난해 영업이익은 2120억원으로 전년대비 89.1% 늘었다. 전년도와 비교했을 때 지난해 오뚜기의 영업이익(2548억원)은 37.3%, 풀무원(378억원) 102.1%, 빙그레(1123억원) 185.2% 증가했다. 

한편, 식품업계는 지난해 업계의 호실적은 '그리드플레이션'으로 인한 것이 아니라 해외 매출의 영향이 크다는 반론을 펼쳤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12일 <녹색경제신문>에 "많은 식품 기업들이 내수 시장이 성장 동력을 잃었다는 판단하에 해외로 탈출구를 꾀하고 있다"며 "지난해 기업들의 호실적은 해외에서 영업이익을 거둔 것이지 그리드플레이션을 통해 이익을 얻은 것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이어 "식품기업들은 제분 회사와 맺은 연간 계약을 통해 밀가루를 구매하기 때문에 국제 밀가루 가격 하락을 식품 가격에 즉각 반영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덧붙였다. 

일각에서는 식품 가격에 곡물 가격만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업계가 가격을 섣불리 조정하기 어려운 측면이 있다는 것에 공감한다는 의견이 나온다. 그러나 국민의 삶과 밀접하게 연관된 식품 기업이 저소득층의 식품 구매에 대해 책임 있게 행동해야 한다는 주장도 제기되고 있는 가운데 국민의 부담을 헤아리는 식품 기업의 움직임이 촉구되고 있다.

문슬예 기자  market@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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