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콩 ELS 손실 1.2조 넘는데...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수수방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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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콩 ELS 손실 1.2조 넘는데...5대 금융지주 사외이사들은 '수수방관'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3.11 14: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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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홍콩 ELS 손실액 1조2079억원
이날 금융감독원 자율배상안 발표
5대 금융 사외이사 거수기 역할만 했다는 비판 나와
"현실적으로 반대표가 나올 수 없는 구조"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홍콩H지수를 추종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손실이 은행권에서만 1조2000억원이 넘는 것으로 드러났다. 상반기에만 10조원이 넘는 금액의 만기가 도래해 피해는 훨씬 커질 것으로 보인다. 

투자자들의 피해가 막심한 와중에 5대 금융지주의 사외이사들이 지금까지 모든 안건에 찬성표를 던져 파장이 일고 있다. 거수기 역할로 전락한 이사회가 본연의 임무를 다하지 못해 홍콩 ELS 사태를 키웠다는 비판의 목소리 또한 나온다. 

금융권 관계자는 "홍콩 ELS 사태 같은 일이 재발하지 않으려면 이사회에서 반대표가 나올 수 있는 현실적인 여건이 조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의 7일 기준 홍콩 ELS 손실액은 1조2079억원으로 집계됐다. 만기가 도래한 원금이 2조3021억원인 만큼 평균 손실률은 약 52.5%에 달한다. 

홍콩H지수가 지금과 같이 5000대에 머문다면 상반기에만 최대 6조원의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매주 1000~2000억원의 손실이 늘어나고 있는데, 상반기에 도래하는 원금만 10조2000억원에 육박하기 때문이다. 

사태가 악화되자 금융감독원이 이날 사례별로 0~100% 차등 배상을 원칙으로 하는 자율배상안 가이드라인을 발표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 이번 사태를 막지 못한 은행권과 금융당국에 대한 성토가 곳곳에서 빗발치는 상황이다. 

한편 은행들의 홍콩 ELS 투자가 실패한 근본적인 원인으로 지주사 사외이사들의 업무 행태가 꼽힌다. 사외이사들이 본연의 임무인 경영진 감시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실제로 이들은 계열사 행보에 전혀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 11일 금융권에 따르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가 보유한 사외이사는 총 37명으로 집계됐다. 신한금융 9명, 하나금융 8명, KB·농협금융 7명, 우리금융 6명 순이다. 

그러나 이사회가 68번 열리는 동안 162개의 결의 안건이 올라왔는데도 사외이사들이 반대표를 던진 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2021년 홍콩 H지수가 고점에 다다랐을 때 은행권이 ELS 상품을 판매하는 경영상 실책을 범했는데도 사외이사들은 그저 거수기 역할만 했던 셈이다.

제 역할을 다하지 못했음에도 5대 금융은 임기 만료를 앞둔 이사의 대부분을 연임하기로 결정했다. 현재 임기가 끝나가는 5대 금융의 이사는 총 27명에 달한다. 이 중 20명이 각사 후보추천위원회로부터 연임 추천을 받았다. 

금융지주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이사회 안건이 상정되기 전에 지주 측에서 사외이사들에게 안건에 대해 설명한다"며 "이 과정에서 사외이사가 해당 안건을 강하게 반대하면 안건 자체가 올라가지 않아 반대표가 현실적으로 나올 수 없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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