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홍콩 ELS 손실 1.1조원 돌파...자율배상과 '조단위' 과징금 사이에서 양자택일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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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홍콩 ELS 손실 1.1조원 돌파...자율배상과 '조단위' 과징금 사이에서 양자택일 가능성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3.08 14:32
  • 댓글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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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홍콩 ELS 손실 1조649억원
상반기 최대 6조원 손실 발생할 듯
오는 11일 자율 배상안 발표
금감원 "자율배상하면 과징금 경감 가능"
금융감독원.
금융감독원.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의 손실이 은행권에서만 1.1조원을 돌파했다. 상반기에만 10조원이 넘는 금액의 만기가 도래할 예정이라 손실 규모는 더 커질 전망이다. 

다음주 중으로 금융당국이 홍콩 ELS 투자자를 위한 자율배상안을 내놓을 예정인 가운데, 은행들은 자율배상과 과징금 사이에서 양자택일을 해야 할 기로에 놓인 상황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일부 영업점에서 불완전판매가 있었던 게 사실이기에 분쟁조정위원회를 통해 배상이 이뤄질 것으로 보인다"며 "그러나 은행이 전체적으로 수조원 대의 과징금을 물게되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8일 금융권에 따르면, 4일 기준 국내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은행)에서 판매한 홍콩 ELS 상품의 손실액이 1조649억원으로 집계됐다. 돌아온 만기가 2조115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평균 손실율은 52.98%에 달한다. 

손실액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다. 지난 27일까지만 해도 9606억원이었으나 불과 일주일 만에 1043억원이 불어났다. 홍콩H지수가 지금과 같이 5000대에 머문다면 상반기에만 최대 6조원 가량 손실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피해가 늘어나 투자자들의 원성이 자자한 가운데, 금융감독원은 투자자에 일괄배상이 아닌 차등배상을 한다는 방침을 세웠다. 2019년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사례별로 40~80% 일괄배상했던 것과 대조된다. 

이번 홍콩 ELS 사태가 2021년 3월에 통과된 금융소비자보호법의 적용을 받는 만큼, 투자 경험과 적합성 원칙, 불완전 판매 여부 등을 따져 배상비율을 0%에서 100%까지 차등화하겠다는 계획이다.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금감원에 따르면, 오는 11일 홍콩 ELS 자율 배상안이 발표된다. 5일 이복현 금감원장은 "오는 11일 자율 배상안 발표를 준비하고 있다"며 "위험에 대한 적절한 고지가 있었으면 금융권의 책임이 경감될 소지가 있으나 없었다면 원칙에 따라 적절한 배상이 이뤄져야 한다"고 말했다. 

이 원장은 은행들이 선제적으로 배상에 나서면 당국이 제재할 시 인센티브를 주겠다고 공헌하기도 했다. 지난 28일 이 원장은 "과거의 잘못을 금전적으로 배상해준다고 금융권의 잘못이 없어지진 않는다"면서도 "잘못된 부분을 어느정도 시정하고 적절한 원상회복 조치를 한다면 과징금의 감경 또한 이뤄질 수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은행들은 자율배상과 과징금 중 선택의 기로에 놓이게 됐다. 자율배상을 한다고 과징금 처분을 받지 않을 순 없으나, 부담은 상당 부분 줄어들 수 있다. 

만약, 은행이 배상에 응하지 않는다면 금소법에 따라 최대 수조원 대의 과징금을 부과받을 가능성이 높다. 금소법에 따르면 불완전판매 정황이 드러날 경우, 수입(판매금액)의 최대 50%까지 과징금을 물게 된다.

2021년 이후 5대 시중에서 판매된 홍콩 ELS의 잔액이 15조9000억원인 것을 감안하면, 이론적으로 7조9500억원 규모의 과징금을 내야할 수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아직 구체적인 과징금의 규모는 현재 사실관계 규명을 위한 현장검사가 진행 중이기에 확정된 바가 없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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삥이네 2024-03-09 19:19:05
은행도 잘못이지만 이제는 금감원이 너무 화가 납니다. 2019년 els에서 재판매를 허가했을 때 제대로 된 감사를 했었어야 합니다. 손 놓고 방관만 하다가 이제와서야 은행을 위한 것이 뻔한 배상안을 만든다고 하니 피해자들은 너무 기가 막힐 뿐입니다. 은행도 못 믿지만 금융당국은 더 못 믿습니다.

삥이네 2024-03-09 19:17:26
모든 잘못은 은행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속인 건 은행입니다. 가입 절차부터 필수 설명 위험성 고지 단 한가지도 제대로 한 것이 없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은행은 잘못이 없다고 합니다. 그 부분이 가장 참을 수가 없습니다.
금감원 금융당국 역시 마찬가지고요. 방관만 하고 있었던 겁니다. 둘 다 가해자입니다.

1234 2024-03-09 14:27:13
은행과실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고객은 물론이고 은행창구담당자도. 금감원도 심지어 김앤장도 알고 있다. 손실입은 고객들만 고통에 몸부림치고. 이 일로 다들 자신이 가져갈 이득에만 계산이 앞서고 있다. 시중은행은 잘못 인정하고 원금전액배상하라

하림파 2024-03-08 21:47:28
은행이 잘못한게 분명한데 왜 자꾸 다른말이 나오는지...
과징금없이 100% 원금 배상해야 맞다고 본다
왜 작년 하반기부터 이 많은 사람이 일상에서 벗어나 이사태의 해결을 위해서 에너지를 소비해야 하는지...

피해자 2024-03-08 20:09:12
금감원은 홍콩ELS 피해자들의 목소리를 들어주세요. 은행이 예적금 들러온 충성고객 대상으로 원금손실될 가능성 없다고 사기친게 사태의 본질입니다. 무고한 피해자들에게 투자책임을 지라는 억울함을 어떻게 설명해드려야 사람들이 이해할까요.. 은행의 기망행위 처벌 및 원금 전액배상 반드시 이행되어야 합니다. 차등배상, 은행 자율배상 절대 반대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