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반기에만 최대 6조원 손실 가능성
5대 은행, 홍콩ELS로 1866억원 벌어
자율배상안 이번주 내로 나올 듯
홍콩H지수를 기초로 하는 주가연계증권(ELS) 상품 손실액이 은행권에서만 지금까지 1조원에 육박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금과 같은 추세라면 상반기에만 6조원의 손실이 확정된다.
투자자들의 피해가 속출하는 와중에 지난 3년간 5대 은행에서만 홍콩ELS 상품으로 1800억원이 넘는 수수료를 챙겨왔다는 사실 또한 밝혀졌다.
금융권 관계자는 "물론 불완전판매 정황이 일부 있긴 했으나 전적으로 은행이 모든 책임을 져야한다는 건 난센스"라며 "투자자의 자기책임원칙 또한 감안해야할 것"이라고 말했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5개 은행(KB국민·신한·하나·NH농협·SC제일)의 홍콩ELS 만기 도래 원금이 1조6795억원으로 집계됐다. 이 중 손실이 확정된 금액만 무려 53.6%에 해당하는 9094억원에 달한다.
올해 상반기에만 10조2000억원의 만기가 도래하는 만큼, 홍콩H지수가 지금과 비슷한 5000대에 머문다면 손실은 최대 6조원 가까이 발생할 것으로 보인다.
추가 손실이 발생하지 않으려면 ELS가 판매됐던 2021년 당시 지수의 70%는 회복해야 한다. 그러나 대다수의 투자자들이 홍콩H지수가 10000~12000일 때 가입했기 때문에 대규모 손실은 기정사실화된 상황이다.
한편 국내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서 거액의 홍콩ELS 판매 수수료 수익을 챙겨왔다는 사실이 드러나 파장이 일고 있다. 26일 이용우 더불어민주당 의원실이 금융감독원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5대 은행이 2021년부터 작년까지 3년간 홍콩ELS 상품을 통해 얻은 수수료 수익이 1866억원으로 집계됐다.
은행별로 살펴보면, 가장 많은 상품을 판매한 국민은행이 1061억원의 수수료를 챙겨 1위를 기록했다. 이어 농협은행이 같은 기간 동안 282억원을 벌어 뒤를 이었으며, 하나은행이 270억원을 벌어 3위에 해당했다. 신한은행은 247억원의 수수료 이익을 시현했으며, 우리은행은 6억원에 불과했다.
이들 은행들은 홍콩H지수가 가장 높았던 2021년에만 1160억원의 수수료 이익을 거뒀다. 지수가 가장 높았던 시기에 상품을 집중적으로 판매한 셈이다. 이들은 각각 2022년에는 343억원, 2023년에는 363억원 가량 수수료 이익을 올렸다.
투자자들의 피해가 막심한 가운데, 은행들은 정작 거액의 수수료 이익을 거두자 원성이 자자한 상황이다.
이에 이르면 이번주 내로 금감원은 금융권에 대한 홍콩ELS 2차 검사를 마치고 자율배상안을 내놓을 것으로 보인다. 과거 파생결합펀드(DLF) 사태 당시 40~80% 수준으로 투자자들에 배상할 것을 은행에 권고했던 만큼 이번에도 비슷할 것으로 전망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자율배상안을 내놓는다 하더라도 투자자분들은 대부분 원금을 전액 배상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면서 "DLF 사태와는 달리 은행도 법적 대비를 철저히 한 만큼 오랜기간 소송전이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