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권 상생금융 명목으로 2조 지출할 예정인데...기업 금융 지원마저 강요받자 '볼멘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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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권 상생금융 명목으로 2조 지출할 예정인데...기업 금융 지원마저 강요받자 '볼멘소리'
  • 강기훈 기자
  • 승인 2024.02.22 1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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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대 은행, 기업금융 지원에 20조 투입
작년 상생금융에만 3조 지원한 바 있어
홍콩ELS 손실로 인해 비용 지출 불가피한 상황
"올해 실적 악화할 가능성 높아"
금융위원회.
금융위원회.

 

은행을 향한 정치권의 압박이 작년에 이어 올해에도 계속되고 있다. 이에 작년 은행권은 3조원 규모의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내놓으며 사회 환원을 이어나갔으며, 올해엔 기업금융에만 20조원을 분담할 예정이다. 

일각에서는 올해 홍콩ELS 사태 등 악재가 산적한 상황에서 지나친 정치권의 상생 압박이 은행의 향후 실적을 악화시키진 않을까 우려의 목소리를 내놓고 있다. 

금융권 관계자는 "업계 내부적으로 정치권이 필요할 때만 은행을 찾고 아닐 때는 은행을 폭격한다고 다소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22일 금융권과 금융당국에 따르면, 지난 15일 금융위원회는 고금리로 어려움을 겪는 기업을 지원하고 신산업 전환을 촉진하기 위해 총 76조원 규모의 '맞춤형 기업금융 지원방안'을 발표했다. 기업 규모와 상관없이 첨단산업을 영위하는 기업에 20조원, 중견기업 15조원, 중소기업 40조6000억원씩 지원하는 게 골자다. 

정책금융기관과 은행 역시 동참한 가운데,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이 이중 20조원 규모로 기업금융에 동참하기로 했다. 이들 은행은 중견기업 전용 저금리 대출프로그램에 각 1조원, 신산업에 진출하는 중소기업에 우대금리 명목으로 각 1조원 부담할 계획이다. 

지난해 은행들은 여야 가릴 것 없이 정치권으로부터 '상생압박'을 받아왔다. 이에 작년 상반기에는 8000억원, 하반기에는 2조원이 넘는 민생금융 지원방안을 내놓기도 했다. 

시중은행들은 이미 민생금융 명목으로 최소 3000억원은 지출한 상황에서 기업금융에 4조원을 투입해야할 처지에 놓이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이미 은행 자체적으로 취약 차주에 대한 금리 인하를 단행하고 각종 사회 공헌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며 "민생금융은 좋지만 외부로부터 은행을 압박하는 건 모양새가 좋지 않다"고 말했다. 

한편으로는 은행이 작년과 올해 겪고 있는 홍콩 ELS, 상생 압박 겹악재로 인해 실적 후퇴를 겪을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주요 5대 시중은행.[사진=각사]

 

홍콩H지수가 3년 전과 비교해 절반 이하로 하락하면서 해당 지수를 추종하는 ELS 상품 손실이 막심한 상황이다. 국내 은행에서 올해 1월부터 지난 15일까지 발생한 홍콩 ELS 손실액은 6362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상반기에만 최대 6조원 규모의 피해가 나올 것으로 추산되면서 은행이 투자자에 배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빗발치고 있다. 업계에서는 최소 수천억원에서 수조원 대의 배상금을 지불해야할 가능성을 열어두고 속속 법적 준비를 완료했다. 

5대 은행은 지난해 연결기준 14조1022억원 규모의 당기순이익을 시현해 호실적을 기록한 바 있다. 이는 전년 13조8482억원 대비 2.6%(2540억원) 증가한 수치다.

그러나 홍콩 ELS 등 대외 이슈와 상생압박으로 인한 비용 지출로 인해 업계에서는 올해 실적을 다소 보수적으로 예측하고 있다. 

강기훈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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