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이례적 한파에 곳곳에 등장한 테슬라 무덤, 전기차 현실 상징..."배터리 용량 순삭에 충전대란, 견인 대란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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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이례적 한파에 곳곳에 등장한 테슬라 무덤, 전기차 현실 상징..."배터리 용량 순삭에 충전대란, 견인 대란까지"
  • 박시하 기자
  • 승인 2024.01.24 09: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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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일리노이주 시카고 지역 등에 이례적 한파 불어닥쳐
-테슬라 등 전기차 소유주들 충전소로 몰려 충전 대란 발생
-전기차 인프라 부족하고 LFP 배터리 성능 떨어진다는 지적
FOX 32 CHICAGO 유튜브 화면[사진=유튜브 화면 캡처]

미국 일리노이주에 예상치 못한 북극한파가 불어닥치면서 전기차 소유주들 사이에서는 ‘재앙’이라는 말이 나왔다. 영하 30도를 밑도는 날씨에 배터리가 금방 닳아 없어지면서 견인되는 차가 속출했고, 충전소에는 충전을 위해 밀려드는 차로 전쟁통을 방불케 한다는 것이다.

23일 <녹색경제신문>의 취재에 따르면 현지의 다양한 매체에서는 일리노이주에서 일어난 ‘전기차 충전 대란’을 비중있게 다루고, 전기차 인프라와 배터리 등 전기차의 현실이 적나라하게 드러났다고 지적한 것으로 확인됐다.

■ ‘현대차 무덤’, ‘쉐보레 무덤’ 아닌 ‘테슬라 무덤’인 이유는?

미국 일리노이주의 시카고 등에 불어닥친 ‘북극한파’로 전기차 소유주들이 난감한 상황에 처했다. 영하 30도를 넘나드는 날씨 때문에 전기차 소유주들은 차량을 운행하지 않아도 배터리가 금방 닳아 없어지는 상황에 놓인 것이다. 배터리를 충전하기 위해 충전소를 찾았지만 이미 줄은 길게 늘어서 있었고, 충전기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아 대기하는 차들이 계속해서 늘어나자 현지 언론에서는 이를 ‘테슬라 재앙(Tesla Disaster)’이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다른 전기차도 많은데 왜 ‘테슬라 재앙’이라고 했을까?’

현지 언론은 물론 자동차 전문 유튜버들도 시카고 및 일리노이에서 벌어지고 있는 사태를 비중있게 다뤘다. 이례적인 한파에 전기차 운행 및 충전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고, 전기차 소유주들은 분노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런데 왜 아이오닉 시리즈로 잘 나가고 있는 ‘현대차 재앙’, 전동화 전환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 ‘기아 재앙’, 볼트로 전기차 시장의 포문을 열었다고 알려진 ‘쉐보레 재앙’이 아닌 테슬라 재앙일까?

현지 매체에서는 테슬라 재앙이라는 말이 전기차 시장에서 테슬라 입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설명했다. 전기차를 소유하고 있다는 말은 테슬라를 소유하고 있다는 말과 연동해서 쓸 수 있고, 전기차라는 단어는 테슬라라는 단어로 대체할 수 있다는 것이다. 테슬라가 전기차 시장에서 독보적인 입지를 차지하고 있는 탓에 테슬라 재앙이라는 말이 생겨났지만, 이번 사태는 절대 테슬라만의 문제가 아니라 전기차의 전반적인 문제라는 것도 강조했다.

■ ‘정부 보조금’보다 시급한 건 ‘전기차 충전소’였다?

'테슬라 무덤'에 대한 현지 반응 中[편집=녹색경제신문]

“집에 전기차 충전기 없으면 전기차 사지 마세요”

이번 사태를 겪은 전기차 차주들은 자신의 집에 전기차 충전기를 설치할 수 없으면 전기차를 절대 사지 말라고 입을 모았다. 날씨가 추워지면 전기차 배터리가 금방 닳고, 충전 속도로 현저히 느려진다.

테슬라 모델 X 사용자 매뉴얼 中[편집=녹색경제신문]

실제로 테슬라 ‘모델 X’ 사용자 매뉴얼을 보면, ‘충전 및 에너지 소비’ 항목에 ‘모델 X를 60℃ 초과 또는 –30℃ 미만의 외기 온도에 연속해서 24시간 넘게 노출시키기 마십시오’라는 문구가 기재되어 있기도 하다. 이 문구는 다른 테슬라 차량의 사용자 매뉴얼에도 동일하게 찾아볼 수 있다.

이에 더해 추운 날씨로 히터까지 가동하면 배터리는 그야말로 눈 깜짝 할 사이에 닳는다는 설명이다. 테슬라 재앙을 겪은 운전자들은 충전소가 부족한 것은 물론, 테슬라가 전기차 판매에 비해 전기차 충전소 설치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또한 테슬라 수퍼차저가 번화한 곳에만 쏠린 점도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해당 지역의 테슬라 운전자는 충전소가 고르게 분포되어 있다면 견인되어 오지 않았을 것이고, 언제 충전할 수 있을지 모르는 상태에서 꽁꽁 언 상태로 기다리지 않는다는 것이다. 특히, 우버(Uber)나 리프트(Lyft) 기사들까지 동시에 충전소로 몰린 상황에서 Level2 충전기가 설치돼 있는 호텔 등을 찾아 발걸음을 돌렸다는 사람들도 있었다.

“보조금으로 혹하게 만든 정부에 항의해야 하는데 배터리 충전을 못해서 못가요”

다수의 운전자들은 아직까지 전기차 인프라가 제대로 구축되지 않은 상황에서 일시적인 보조금으로 전기차 구입을 하게 만든 정부에 화가난다는 의견도 밝혔다. 우리나라와 비교했을 때 미국은 상대적으로 대중교통이 발달하지 않았다. 이에 미국에서는 개인이 소유한 자동차가 주요 이동수단이거나 주거 환경에 따라 유일한 이동수단인 경우도 있다. 이례적인 한파가 장기간 이어지는데 충전소까지 정상적으로 운영되지 않는다면 발이 묶여버릴 것이라는 우려를 나타내는 반응도 나왔다. 단순히 불편한 수준이 아니라 ‘위험’하다는 것이다.

이에 한 운전자는 보조금을 반납하고 전기차 값을 환불받고 싶지만 배터리를 충전할 수 없어서 못 간다는 농담을 하기도 했다. 미국을 포함한 글로벌 주요 국가에서는 전기차 보급 확대와 동시에 전기차 인프라 확충을 위해 대대적인 보조금을 쏟아붓고 있다. 국내에서도 전기차 보급 확대를 위해 개인에게 보조금을 지급하는 것과 동시에, 전기차 충전기 설치 등 전기차 인프라 확대를 위해 기업에 보조금을 지급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전기차 보급 속도가 둔화되면서 전기차 충전기 보급도 속도를 맞춰야 한다는 말이 나오고 있지만, 이번 사태는 전기차 충전기 설치에 속도를 내야 한다는 주장에 힘을 실어 줄 것으로 보인다. '비어있는 전기차 전용 주차구역'은 놀고 있는 것이 아니라, 대기하고 있다는 것을 분명히 보여준 것이다. 

■ LFP 배터리 탑재된 ‘저가형 전기차’가 답은 아니다?

'테슬라 무덤'에 대한 현지 반응 中[편집=녹색경제신문]

LFP 배터리는 삼원계 배터리보다 안정성이 뛰어나 화재나 열폭주 현상으로부터 안전하고, 상대적으로 저렴하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에너지 밀도가 낮아 주행거리가 짧고, 영하로 떨어지면 성능이 급감한다는 단점이 있다. 전기차의 가격 경쟁력이 중요해지면서 저가형 전기차에 LFP 배터리를 탑재하는 경우가 늘어나고 있지만, 주행 및 충전 성능을 고려했을 때는 LFP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을 구입하는 것이 망설여진다는 반응도 나온다.

이번 사태를 지켜본 많은 사람들의 관심사 중 하나는 혹한의 날씨에서 LFP 배터리가 탑재된 ‘모델 Y’와 ‘모델 3’의 전비가 얼마나 나오냐는 것이었다. 모델 3 운전자 중 전비가 절반 이하로 떨어졌다는 사람도 있었고, 차량을 차고에 주차했을 때는 평소와 다르지 않았지만 차고 밖으로 나가는 순간 무서운 속도로 배터리가 닳았다는 사람도 있었다. 또, LFP 배터리와 2170 배터리가 탑재된 테슬라 차량 중 어떤 것을 구입해야 하냐는 질문에는 ‘LFP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을 구입하는 실수를 저지르지 말라’는 답변이 달리기도 했다.

물론, LFP 배터리 개발에 앞선 중국 배터리 제조사 CATL과 BYD 등에서는 단점을 보완한 LFP 배터리를 개발했다고 발표하는 등 LFP 배터리에 대한 자신감을 드러낸 바 있다. 또, LFP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는 국내 배터리 제조사에서도 기존 LFP 배터리의 성능을 개선하기 위해 망간을 추가한 LFMP 등을 선보인다는 계획을 알렸다.

하지만 현재 LFP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을 운행하고 있는 운전사들 사이에서는 ‘후회한다’, ‘가솔린 차량으로 돌아가겠다’, ‘하이브리드 차량이 절충안이다’라는 반응이 나왔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 때문에 LFP 배터리가 탑재된 차량을 구입했으나, 혹한의 날씨와 혹서의 날씨에는 정상적으로 주행 및 충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이다. 전기차 무덤을 만든 북극한파가 전기차 시장에는 어떤 영항을 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박시하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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