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근우 칼럼] 구자경-구본무-구광모, 3대에 걸친 '7670일 간절함'...'LG트윈스 우승' 뜻깊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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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우 칼럼] 구자경-구본무-구광모, 3대에 걸친 '7670일 간절함'...'LG트윈스 우승' 뜻깊은 이유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3.11.14 07:5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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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변함없이 LG트윈스 사랑응원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LG트윈스 3대 구단주 구광모 LG그룹 회장은 2023년 한국시리즈 우승에 감격의 눈물을 흘렸습니다.

LG트윈스는 1994년 우승한 이후 다시 우승하기까지 무려 29년, 7670일이 걸렸습니다.  

필자도 LG트윈스와의 인연은 물론 우승에 대한 목마름이 있었습니다. 

필자는 1993년 10월 금성사(현 LG전자) 입사이기 때문에 당시 신입사원 연수원 시절에 LG트윈스의 플레이오프 진출 경기를 단체로 잠실 야구장에서 현장 응원한 경험이 있었습니다. 그때는 우승을 못했고 그 다음해 1994년 우승의 환희를 맛봤습니다. 잠실 야구장에 여러 차례 응원도 갔습니다. 

LG트윈스 우승에 있어 누구 보다 구광모 회장의 갈망이 컸을 겁니다. 

구광모 회장은 이번 한국시리즈에만 3번이나 직관(직접 관람)하면서 LG트윈스를 응원할 정도로 진심이었습니다. 지난 7일 잠실구장에서의 한국시리즈 개막전, 11일에는 경기도 수원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4차전, 그리고 어제(13일) 잠실구장에서의 우승을 직관했습니다. 

구광모 LG그룹 회장

구광모 회장은 LG트윈스 팬들과 함께 파도타기 응원을 하고, 심판의 판정에 진지하게 세이프 자세를 취하기도 하고, 경기 모습을 스마트폰으로 촬영하기도 하는 등 만끽했습니다. 

사실 구광모 회장이 LG전자 및 지주회사 LG에 근무하면서 직장 동료들과 자주 야구장을 찾아 응원해 왔습니다. 그런데 1998년 구본무 2대 회장이 별세하면서 회장직에 취임한 구광모 회장이 야구장을 찾은 모습이 공개된 것은 이번이 처음입니다. 

어쩌면 구광모 회장의 우승 소감에 모든 것이 녹아있는 듯 합니다. 

구광모 회장은 "너무나 감격스럽습니다. 세계 최고의 무적LG 팬 여러분! LG트윈스가 29년만에 드디어 우승했습니다!"라고 구단주로서 우승의 감동을 전했습니다. 

이어 "29년이라는 오랜 기다림 속에서도 변함없이 LG트윈스 사랑응원해주신 팬 여러분들께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매 순간 최고의 감동을 선사해준 우리 자랑스러운 선수들과 스텝 여러분들께도 진심으로 감사드리고 축하드립니다. 오늘의 승리는 여기계신 모든 분들과 LG트윈스를 사랑해 주시는 모든 분들이 함께 일궈낸 값진 승리입니다"라고 강조했습니다.

그리고 구광모 회장은 "2023년 챔피언은 LG트윈스입니다. 무적LG 파이팅입니다!"라고 마무리했습니다.

구본무 구단주 시절에 시작된 LG트윈스의 '신바람 야구' '무적LG'가 다시 시작된 분위기입니다. 

LG트위스는 강산이 3번 바뀔 정도의 세월 만에 3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을 일궈내면서 LG가(家)의 각별한 야구 사랑이 재조명받고 있습니다.

LG는 구자경 럭키금성그룹 회장 시절이던 1990년 프로야구 원년 팀인 MBC 청룡을 인수해 LG트윈스를 창단했습니다. 구자경 회장의 장남인 화담(和談, 화평하게 이야기를 나눈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소문난 야구광이었기에 LG트윈스 창단을 주도했고 구단주까지 맡았습니다. 

구자경 2대 LG 회장(왼쪽)과 구본무 3대 LG 회장

LG트윈스는 구본무 선대회장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창단 첫해인 1990년에 이어 1994년 두 차례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습니다. LG트윈스의 '신바람 야구'는 가장 많은 팬들을 갖게 됐고 지금까지 팬들도 간절함으로 함께 했습니다. 제가 20대 후반 시절에 우승을 맛본 후 이제 50대 후반이 되었고 큰 딸이 20대 중반이니 세월의 흐름을 가늠할 수 있을 겁니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매년 수차례 직접 경기장을 찾아 LG트윈스를 응원했습니다. 그리고 해마다 일본 오키나와에서 진행한 LG 스프링캠프에 참여해 선수단을 격려했습니다. 

특히 구본무 선대회장은 자신의 외가(外家)가 있던 경남 진주 단목리에 LG트윈스 선수단을 초청하는 '단목 행사'를 열기도 했습니다. 

1992년 투수로 입단한 후 차명석 LG트윈스 단장은 "신인 때 경남 진주에 동계훈련을 갔는데, 어떤 분이 운동장 바닥을 고르고 있었다. 모든 사람들이 그분께 인사를 하기에 나도 따라했다. 선배들에게 누군지 물었더니 '구단주'라고 해서 너무 놀랐다"고 회고하기도 했습니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2군 선수들의 이름과 출신 학교도 대부분 외울 정도로 LG트윈스에 대한 애정이 컸습니다.

무엇보다 구본무 선대회장과 LG트윈스의 전설은 '아와모리 소주'와 '롤렉스 시계'일 것입니다. 

1994년 봄, 구본무 구단주는 LG트윈스 선수단 격려차 오키나와 전지훈련 현장을 찾았습니다. 구본무 구단주는 회식 자리에서 지역 특산 아와모리 소주를 나누어 마시다가 "올 시즌 우승을 하면 축승회 때 이 술로 건배합시다"라고 제의했습니다. 정말로 그 해 우승했습니다. 

그리고 구본무 구단주는 1995년 오키나와 전지훈련에도 방문해 아와모리 소주를 샀고 다음 우승 때 마시기로 하고 보관해 두었습니다. 

그런데 그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습니다. 그 때 샀던 항아리에 든 '구메지마 아와모리' 3통의 뚜껑이 열리기까지 무려 29년이 걸릴 것이란 사실을.

또 구본무 선대회장은 1998년 "LG트윈스가 우승하면 한국시리즈 MVP(최우수선수)에게 지급하라"며 당시 8000만원 상당의 롤렉스 시계를 구입했습니다. 롤렉스 데이토나 시계인데 오파드 다이얼과 스트랩, 다이아몬드로 장식된 인덱스와 베젤, 엔드피스가 인상적이라고 합니다. 

현재 그 시계는 단종됐고 시세는 1억6000만원에 이른다고 합니다. 1998년 당시 은마아파트가 1억5000만원대였던 것을 감안하면 구본무 선대회장이 우승을 보기 위해 선수들에게 얼마나 큰 '선물'을 제안했는지 알 수 있습니다. 

이제 LG트윈스의 우승의 롤렉스는 '성공'과 '승리'의 상징일 될지도 모르겠습니다. 

이번 한국시리즈 MVP는 주장 오지환 선수가 선정됐습니다. 그는 "롤렉스는 구광모 회장님께 돌려드리고 다른 선물을 받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지(遺志)가 담긴 만큼 LG트윈스의 역사로 남기고 싶은 심정으로 이해가 됩니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2000년 선수들의 사기를 올리기 위해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하면 '백주 수표'라도 써 주겠다고 초강수를 두기도 했습니다. 

구광모 회장의 친아버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도 야구광입니다. 어제 구본능 회장도 직관을 했습니다. 작년부터 LG 트윈스 구단주 대행도 맡고 있습니다.

구본능 희장은 경남중학교 시절 외야수로 활약했을 정도로 야구에 각별합니다. 그는 2017년까지 한국야구위원회(KBO) 총재를 맡아 야구 발전에 기여했습니다. 구본능 회장은 평생 소장한 야구 사진을 모아 2005년에 '사진으로 본 한국 야구 100년' 사진집을 발간하기도 했습니다. 

LG트윈스 2대 구단주였던 구본준 LX그룹 회장도 야구 사랑은 타의 추종을 불허합니다. 구본준 회장은 LX그룹 분가 이후 2022년 아예 LX배 한국여자야구대회를 만들기도 했습니다. 

경남중·고 기수별 야구팀에서 선수로 활약해 온 구본준 회장은 LG트윈스 구단주 시절 "매년 LG트윈스 전지훈련을 지켜보기 위해 오키나와에 간다"고 말했습니다.

구자경 회장 당시 LG 가족 사진

따라서 구본준 회장은 LG트윈스의 우승이 구본무 선대회장처럼 하나의 염원이었을 것입니다.  

LG트윈스의 우승은 고(故) 구자경 2대 LG 회장, 고 구본무 3대 LG 회장 겸 1대 구단주, 구본준 2대 구단주, 구본능 현재 구단주 대행, 구광모 3대 구단주에 이르는 간절함이 담겨 있는 셈입니다.

구자경-구본무-구광모 LG 가문 3대에 걸친 LG트윈스 사랑이 결국 우승이라는 결과로 보답했습니다. 구본무 선대회장이 1990년 LG트윈스 우승할 때 나이가 45세 였는데 올해 구광모 회장의 나이가 45세인 것도 LG 팬들에게 이야기 소재가 될 듯 합니다. 

LG트윈스 우승으로 LG 팬들은 물론 대중에게는 LG 계열사의 우승 축하 이벤트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질 것 같습니다. LG전자와 LG생활건강 등 주요 계열사는 가전제품, 생활용품 등 할인판매를 비롯 다양한 우승 기념 프로모션을 내놓을 예정입니다. LG 직원들도 대부분은 처음 맞는 우승과 함께 내부 이벤트를 기대할 수 있을 겁니다. 

구광모 회장에게 29년의 세월은 파란만장할 수도 있습니다. 1994년 LG트윈스 우승 당시 16살 학생이었던 구광모는 LG그룹 회장은 물론 LG트윈스 구단주로서 올해 우승을 지켜봤기 때문입니다. 

구광모 회장의 '29년이라는 오랜 기다림'이라는 소감이 LG 팬들에게 울림이 큰 이유입니다. 29년 7670일의 기다림이 이제 끝났고 다시 '신바람 무적 LG'가 시작됐습니다.

박근우 녹색경제신문 기획에디터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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