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금리로 눌러놨더니’…국제유가 반등에 물가 다시 고개들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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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로 눌러놨더니’…국제유가 반등에 물가 다시 고개들까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9.04 15: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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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부텍사스산원유 7거래일 연속 상승
사우디 감산 연말까지 연장 전망
7월 소비자물가지수 2.3%...2년래 최저
추경호 부총리 “8·9월 물가 3% 예측”
[출처=Unspalsh]
[출처=Unsplash]

최근 국제 유가가 연고가를 경신하는 등 치솟으면서 그간 잠잠하던 물가가 함께 흔들리고 있다. 사우디아라비아, 러시아 등 주요 원유 수출국이 연말까지 감산을 연장할 시 단기간 물가상승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측된다.

우리나라도 이 영향에서 자유롭지 않다. 휘발유, 경유 가격이 8주 연속 증가하면서 이르면 8, 9월부터 물가 2% 선이 깨질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지난 7월 우리나라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전년 대비 2.3% 증가했다. 지난달 대비 증가폭은 0.4%p 내렸다. 2021년 6월(2.3%) 이후 가장 낮은 크기로 작년 7월(6.3%) 정점 대비 3분의 1 수준이다.

지난해 8%대를 기록했던 미 물가도 안정세다. 7월 미 소비자물가지수는 전년 대비 3.2% 올랐다. 전달 상승률(3.0%) 대비 소폭 증가했으나 시장 전망치(3.3%)를 밑돈 크기다.

미국 내 물가상승 주범으로 꼽히던 임금상승률도 완화되는 추세다. 8월 시간당 평균 임금은 전월 대비 0.2%(0.08달러) 증가하면서 7월 증가폭의 절반 수준을 기록했다. 2022년 2월 이후 가장 낮은 오름폭이다.

문제는 유가다. 지난 1일 뉴욕상업거래소(NYMEX)에서 서부텍사스원유(WTI)는 전일 대비 2.30%(1.92달러) 오른 연 최고가인 배럴당 85.55달러에 거래됐다. 지난달 23일 이후 7거래일 연속 상승세다.

영국 런던 상품거래소(ICE) 브렌트유는 전거래일 대비 1.98%(1.72달러) 증가하면서 마찬가지로 연고가 88.55달러를 기록했다.

공급발 악재 영향이 컸다. 블룸버그 조사에서 원유 담당 애널리스트 등 전문가 25명 중 20명은 현 사우디아라비아의 감산 정책이 10월까지 연장될 것으로 내다봤다. 사우디는 지난 7월부터 하루 100만배럴 크기의 감산을 진행하고 있다.

비OPEC(석유수출국기구) 산유국 협의체인 OPEC+마저 감산 연장을 단행하면서 공급폭이 지금보다 더 제한될 수 있다. 로이터 통신에 따르면 러시아는 이미 OPEC+ 회원국과 추가 감산 협의를 끝마친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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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출처=기획재정부]

이런 가운데 미국 내 원유재고는 시장 전망치를 넘는 감소세를 나타냈다. 지난 25일에 끝난 주간 재고 집계치는 4억2294만 배럴로 전주 대비 약 1000만 배럴 감소했다. 예상치 300만 배럴을 세 배 웃돈 크기다.

국내 휘발유·경유 가격도 오름세다. 8월 다섯째 주 전국 주유소 휘발유 평균 판매가는 전주 대비 4.2원 오른 리터당 1744.9원을 기록했다. 경유는 같은 기간 12.3원 오른 1630.0원로 휘발유, 경유 모두 8주 연속 상승세를 나타냈다.

이를 따라 금리인상으로 잡아놓은 물가가 재반등할 위험도 가시화되고 있다. 7월 우리나라 휘발유 및 경유의 물가 기여도(전체 2.3%)는 -1.34%p로 집계됐다.

지난달 22일 추경호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전체 회의에서 "최근 유가가 굉장히 가파르게 올라 8·9월에는 3%대 초반으로 갈 수 있을 것 같다”며 “10월 이후로 다시 2%로 돌아와 평균 2%대를 유지할 것”으로 예측했다.

1일 미 국채금리는 시장 전망치를 넘는 고용지표 발표로 장초반 소폭 하락했으나 유가 상승 등의 우려에 전일 대비 7bp(1bp=0.01%p) 증가했다. 2일 기준 시카고상품거래소(CME) 페드워치는 9월 미 연방준비제도의 금리인상 가능성을 전일 대비 1%p 상향 조정했다.

메리츠증권 황수옥 연구원은 “단기 리스크는 유가”라며 ”WTI가 배럴당 85.6달러로 연고점 돌파, 유가 상승이 인플레 기대 자극으로 이어질지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한편 고유가에 정제마진이 개선되면서 정유주는 오래간만에 미소를 짓고 있다. 4일 2시 50분 기준 연초 이후 마이너스대 수익률을 기록하던 에스오일, SG, SK이노베이션은 이날 각 +5.46%, +4.87%, +1.76% 성장률을 나타냈다.

하이투자증권 전유진 연구원은 “사우디와 러시아는 총 130만 배럴 내외의 감산을 10월까지 추가 연장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중국의 수요 둔화가 복병이긴 하지만, 유가를 80달러 밑으로 완전히 끌어내리기엔 전반적으로 역부족인 상황”이라며 “예상보다도 훨씬 더 강한 정제마진은 방향성의 전환을 확실히 보여주는 중”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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