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투업계로 붙은 日 ‘엔저테크’ 열풍…매매, 환차익 동시 추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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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업계로 붙은 日 ‘엔저테크’ 열풍…매매, 환차익 동시 추구
  • 김윤화 기자
  • 승인 2023.09.01 17:0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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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1일 달러·엔 환율 145엔
30년래 최저 수준 재현
은행예금 몰렸던 엔테크족
ETF, 랩어카운트 등으로 이동
[출처=일본은행]<br>
[출처=일본은행]

은행권 엔화 예금에 몰렸던 ‘엔테크족(엔화+재테크족)’이 펀드, ETF(상장지수펀드) 등 금융투자상품으로 발길을 돌리고 있다. 금투업계는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단순 통화상품을 넘어 일본 반도체 섹터 ETF, 엔·달러 혼합 랩어카운트 등으로 상품군을 넓히고 있다.

지난달 31일 달러·엔 환율은 1970년 이후 가장 낮았던 작년 10월과 같은 수준인 145.82엔에 거래됐다. 같은 달 물가변동 등을 고려한 엔화 실질실효환율은 74.31으로 마찬가지로 작년 10월 이후 최고치를 나타냈다.

저성장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지난 30년 동안 제로금리 정책을 유지해 온 탓이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공급망 병목현상 등에 고물가에 시달리던 미국, 영국 등이 기준금리를 줄줄이 인상하면서 엔화 절하속도는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이러한 움직임에도 변화가 감지된다. 일본은행(BOJ)은 지난 7월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열고 기업가계 대출금리 기준이 되는 일본 국채 10년물 금리가 0.5%를 상회하는 것을 허용했다. 물가상승, 미·일 국채 금리차 확대 등에 따른 조치다.

이를 따라 향후 엔화가치가 오를 것이란 기대감에 환차익을 노린 엔저테크 수요가 덩달아 커지고 있다. 주요 투자처는 은행 외화예금이다. 7월 우리나라 엔화예금 잔액은 83억1000만 달러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여행 수요 외 개인 투자수요가 더해진 영향이다.

최근에는 은행 예금보다 변동성이 더 큰 엔화 관련 금융투자상품을 찾는 투자자도 늘고 있다. 대표 상품은 간접투자 방식으로 엔화선물에 대한 진입장벽이 낮춘 ETF, ETN 등이다.

지난달 17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일본엔선물 ETF’는 순자산 총액 1000억원을 넘었다. 원·엔 간 환율을 기초로 엔선물 지수를 추종하는 국내 유일한 상품이다. 

펀드는 같은 날 기준 연초 이후 개인 순매수액 774억원을 모았다. 전체 중 90%가 넘는 금액 730억원이 지난 6, 7월 두 달 사이 몰렸다. 작년 한 해 개인 순매수액 157억원을 고려할 때 엔화투자 열기를 실감할 수 있는 지점이다.

한국투자증권은 같은 달 원화 대비, 달러화 대비 엔선물 변동을 추종하는 ETN(상장지수증권)을 출시했다. 타 ETF 상품과 비교해 기초지수를 두 배로 추종하는 레버지리,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 투자가 가능하다. 또 ETF와 달리 추적오차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강점을 갖는다.

그런가 하면 하나증권은 엔·달러 혼합형 랩어카운트 상품인 '엔캐리랩'을 내놓았다. 일본 주식시장에 상장된 미국 국채 상장지수펀드를 엔화로 투자하는 상품이다. 향후 미 금리인하에 따른 미국 국채 ETF 수익과 엔화 환차익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노린 전략이다.

안철영 하나증권 랩운용실장은 "지금은 글로벌 금융시장에서 균형감 있게 투자해야 할 시기"라며 "투자매력이 높은 일본 엔화와 미국 국채를 혼합해 만든 엔캐리랩은 다양한 손님들의 투자 수요를 충족시켜 줄 상품"이라고 설명했다.

한화자산운용은 일본 반도체 소부장(소재·부품·장비) 섹터에 투자하는 ETF를 국내 첫 상장했다. ‘아리랑(ARIRANG) 일본반도체소부장 솔라액티브(Solactive)’다. 도쿄일렉트론, 신에츠화학공업, 호야 등 도쿄 증권 거래소에 상장한 대표 반도체 소부장 기업 20종목에 투자한다.

최근 일본 정부는 자국 반도체 산업 재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 반도체 업체 마이크론에 2000억엔 규모의 보조급을 지급하는 등 대규모 인센티브를 내걸었고 삼성전자, TSMC 등의 현지 투자를 유치하고 있다. 이를 따라 현지 반도체 소부장 기업들의 이익 확대도 예견된다

일본은 극자외선(EUV) 소재·장비 등 반도체 소부장 부문에서 글로벌 기술 우위를 점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지난 2019년에는 우리나라 대법원 강제징용 배상 판결에 반발해 불화수소, 불화 폴리이미드, 포토레지스트 3품목에 대한 대한국 수출규제를 단행한 바 있다.

김성훈 한화자산운용 ETF사업본부장은 “올해 일본 주식시장 강세로 국내 투자자들의 관심이 집중됐지만 일본 주식에 투자할 수 있는 국내 ETF는 닛케이, 토픽스 등 일본 대표 지수를 추종하는 상품밖에 없었다”며 “국내 투자자들에게 일본의 유망 섹터를 소개하고 다양한 일본 투자 대안을 제공하고자 이 ETF를 출시하게 됐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이어 “해당 ETF는 일본 반도체에 투자를 희망하는 투자자의 수요를 충족 시킬 수 있는 국내 최초 ETF”라며 "일본 주식시장은 거래단위(100주)가 높아 투자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었지만 해당 상품 출시를 통해 ETF라는 편리한 투자 수단으로 국내 투자자들의 수요를 충족시키는 역할을 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윤화 기자  financial@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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