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 경영] 중소기업 "대주주 횡포에 ESG는 요식행위"...ESG 공시·탄소세 등 글로벌 규제 해법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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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SG 경영] 중소기업 "대주주 횡포에 ESG는 요식행위"...ESG 공시·탄소세 등 글로벌 규제 해법은?
  • 박근우 기자
  • 승인 2023.08.04 06:5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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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중소기업은 대주주 횡포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이 안된다"
- "정부 국책 과제는 돈 들여 ESG 컨설팅 받아 점수만 채우는 식"
- EU 핵심원자재법(CRMA) 등 ESG 규제 대응책 마련 시급

기업의 DNA는 성장이다. 생존과 증식, 성장을 향한 기업 DNA의 투쟁은 오늘의 문명과 과학, 기술, 높은 삶의 질을 가능케 한 원동력이었다. 그러나 기업 DNA가 지나치게 치열해 더러는 반사회적, 반인류적이어서 성장에 걸림돌이 되거나 인류를 위기에 빠트리는 자가당착에 빠지기도 했다. 이에 기업들은 무한성장 DNA에 신뢰와 책임의 강화를 모색한다. 그것은 환경적 건전성(Environment)과 사회적 책임(Social), 지배구조(Governance)를 바탕으로 지속가능발전을 추구하는 경영과 기업이다. 이에 <녹색경제신문>은 한국경제를 이끌어 가는 기업들이 어떻게 ‘ESG’를 준비하고, 무슨 고민을 하는지 시리즈로 심층 연재한다. <편집자 주(註)>

"중소기업 상장사에게 대주주의 거버넌스(지배구조)가 심각하고 ESG는 요식행위에 불과합니다." 

한 중소기업 상장사 전직 임원 A씨는 중소기업에 있어 ESG는 계륵과 같은 존재라고 지적한다.

상장사 중소기업에서 ESG 등 관리업무를 총괄했던 A씨는 3일 <녹색경제신문>과 인터뷰에서 "중소기업은 오너십, 거버넌스 문제가 심각하다"며 "가령 중소기업 상장사에 사외이사는 대주주의 선후배 등 지인들이 차지하고 있어 ESG 기본 조차 작동이 안된다"고 밝혔다.

이어 "LH 사태에서 건설회사에게 감리 회사가 제대로 작동이 안된 것과 같이 중소기업에게 ESG 컨설팅은 면책 기준일 뿐"이라며 "정부 국책 과제에 참여하려면 중소기업에 돈 들여 ESG 컨설팅 받아 점수만 채우는 식"이라고 비판했다. ESG 구성 항목에 의미없는 것도 많다는 것.

A씨는 중소기업은 대기업과 달리 대주주 횡포에 대한 감시가 부족하다고 지적했다. 

A씨는 "대기업은 국회 등 외부의 감시를 받지만 중소기업은 사각지대에 있어 대주주 횡포에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이 안된다"며 "ESG는 투자자 관점에서 엉터리 요식행위가 되고 있다"고 강조했다.

중소기업, ESG 경영 어려움에도 '선택 아닌 필수'...탄소국경조정제도(CBAM) 등 ESG 규제 대응 시급 

ESG가 세계적인 트렌드가 됐지만 우리나라 중소기업 대다수는 ESG에 어려움이 많다. 그럼에도 ESG는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되고 있어 대응책 마련이 시급하다. 더욱이 무역 의존도가 75%에 달하는 우리나라는 ESG 규제는 큰 과제다.

특히 최근에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유럽연합(EU) 핵심원자재법(CRMA) 등과 같이 기후위기, 탄소중립과 관련 자국 기업을 보호하기 위한 각종 규제들이 나오고 있다.

당장 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가 오는 10월부터 시행될 예정이다. EU 수준의 탄소배출 감축의무를 다하지 않은 기업 제품에 탄소세를 부과한다는 것.

또한 우리나라는 2025년부터 자산 2조원 이상, 코스피 상장 기업의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 세계 주요국은 이미 ESG 공시를 강화하고 있어 대응 전략이 시급하다.

ESG 정보공시란 기존 사회적 책임 관련 보고서, 지속가능 보고서 등은 물론 기업이 투자자 의사결정, 기업가치에 영향을 미치는 비재무정보도 공개하는 제도다. 비재무정보란 온실가스 배출량, 정보보호 투자액 등 정량부터 넓게는 탄소중립 달성 시점 등 정성적 정보도 포함하는 개념이다.

김진표 국회의장

지난달 11일 열린 '글로벌 ESG 공시 의무화와 한국기업의 대응전략 토론회'에서 김진표 국회의장은 "ESG 공시 의무가 본격적으로 시행되면 탄소 배출 문제가 핵심적인 경제 현안으로 부상할 수밖에 없다"며 "특히 중소기업은 독자적으로 공시를 해 경제·고용에 심각한 영향을 받을 수 있어 이 문제에 대한 정부와 국회의 대응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진수 한양대 자원환경공학과 교수는 "ESG 공시 기준을 만족하지 못한다면 지난해 수출 소득 가운데 절반 이상이 사라질 수 있다"며 "굉장히 심각한 위기 상황으로 하루빨리 경각심을 가지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2월 발간한 '2023년 ESG 주요 현안과 정책과제'에서 국내 기업 300개사 중 절반 수준인 원청기업 48.2%, 협력업체 47.0%가 'EU 공급망 실사법에 대해 별다른 대응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고 답변했다. 장기적으로도 대응할 계획이 없다는 답변도 37.3%에 달했다.

대한상의 ESG 관계자는 "기업들의 ESG에 대한 인식이 다소 개선됐지만 여전히 비용 투자를 꺼리는 상황"이라며 "수출 기업들은 환경 부문에선 비용 문제, 사회·지배구조 면에선 빠르게 개선하기 힘든 부분에 어려움을 호소하는 반면 내수 기업들은 아직까지 국내에서 시행되는 제도가 없다 보니 ESG를 생소하게 받아들인다"고 설명했다.

중소기업중앙회는 최근 몇 년간 코로나19, 원자재 가격 폭등으로 많은 중견·중소기업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ESG 경영엔 보수적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정부나 대기업 차원에서 ESG 교육·컨설팅 뿐만 아니라 노후장비 교체, 탄소저감장치 설치 지원 등 실질적인 지원이 필요하다고 했다.

효성이 지난해 12월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 효성의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후원했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오완진 본부장(왼쪽에서 7번째), 함안군 안문준 군북면장(8번째) 등과 마을 이장단이 함께 했다.[사진=효성]
효성이 지난해 12월 경남 함안군 군북면에 친환경 기술이 적용된 제품을 후원했다. 대중소기업농어업협력재단 오완진 본부장(왼쪽에서 7번째), 함안군 안문준 군북면장(8번째) 등과 마을 이장단이 함께 했다.[사진=효성]

하나금융경영연구소는 지난 7월 'ESG 경영 사각지대, 중소기업' 보고서에서 중소기업이 비용, 인력 등의 열악한 환경으로 ESG 대응 능력이 부족한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정부의 각종 지원방안에도 가시적 효과 미흡"..."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협력적 ESG 경영지원 필요"

보고서는 "정부의 다양한 지원방안에도 불구하고 가시적 효과는 미흡하다"며 "중소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협력적 ESG 경영지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중소기업의 ESG 규제 대응 시간이 역부족한 만큼 신속하게 준비하고 추진하자는 것.

정부는 지난해 12월 'ESG 인프라 고도화 방안'에 이어 올해 5월에는 '공급망 실사 대응을 위한 기업 지원 방안'을 발표하며 민간 중심의 ESG 생태계 육성에 나서고 있다. 환경부는 현장에서 ESG 규제 대응, 온실가스 관리체계 구축과 같이 기업이 필요로 하는 컨설팅을 제공할 예정이다. 산업통상자원부는 ESG 컨설팅 지원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 ESG 컨설팅 지원 사업

대기업은 ESG 컨설팅 제공, 인증심사 지원 등 협력 중소기업과 상생을 강화하고 있다. 금융회사는 ESG 컨설팅 조직 신설, 자가진단 시스템 구축, ESG 상품 공급 등을 통해 ESG 경영 지원에 집중하고 있다.

보고서는 정부가 ESG 규제 시행에 앞서 선제적인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종합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일부 대기업 중심의 협력업체에 국한된 경영지원이 아닌 대기업 전반으로의 확산 분위기가 조성돼야 한다고 했다. 금융회사들은 관련 디지털 플랫폼과 공급망 프로그램 등 다양한 서비스를 구축해 직접 운영해야 한다고 제시했다. 

오완진 상생재단(대중소기업 농어업협력재단) 상생거래본부장은 "앞으로 중소기업도 2030년에는 ESG 공시가 의무화된다"며 "대기업이 협력 중소기업과 동반성장해야 하는 만큼 기금 방식으로 ESG 지원에 나서는 등 공급망 관리 차원에서 다양한 해법이 나온다"고 전했다.

박근우 기자  lycaon@greened.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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