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B하이텍이 지난해 9월에 이어 물적분할을 재추진한다. 반도체 산업 생태계 강화 관점에서는 긍정적인 시도라는 평가가 나오지만, 기업가치 하락을 우려하는 소액주주들의 반대 움직임도 만만치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이종환 상명대 반도체시스템공학과 교수는 <녹색경제신문>에 “(이번 물적분할 시도는) 큰 흐름에서 볼 때 바람직한 결정”이라며, “DB하이텍이 향후 발전할 수 있는 계기가 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종합반도체기업보다는 명확하게 파운드리 사업을 구분해서 운영하는 것이 고객들에게 신뢰감을 줄 수 있다”라고 덧붙였다. 

실제 반도체 산업은 반도체 종합기업보다 파운드리나 팹리스 등 분야를 세분화해 집중하는 것이 세계적인 트렌드로 꼽힌다. 대표적으로 반도체 세계 1위 기업 대만의 TSMC는 ‘고객(팹리스)과 경쟁하지 않는다’는 경영 모토를 기반으로 파운드리 분야에 집중해왔다.

DB하이텍은 이번 물적분할이 철저히 사업 전문성 재고에 있다는 입장을 내놨다.

DB하이텍 관계자는 이번 물적분할을 두고 “설계사업과 파운드리 사업을 동시에 진행하다 보니, 파운드리 고객들과의 이해관계 상충 문제가 있었다”며, “분사 추진을 통해 DB하이텍은 파운드리 분야에, 신설법인은 설계 분야에 집중하고자 역량을 키우겠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반대하는) 주주들의 입장도 이해한다”며, “주주들이 손해 보지 않는 선에서 회사 측에서 최선의 방안을 강구 중”이라고 답변했다. 

한편, 이번 물적분할에 대한 소액주주들의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소액주주들은 이번 물적분할 추진이 DB하이텍이라는 기업가치를 훼손시키는 것은 물론 사측이 물적분할로 주가 하락을 유도해 지배구조 안정화를 꾀하려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 나온다. 

소액주주연대는 네이버 카페와 유튜브 등을 통해 단체행동에 나선 상태다. 전날 DB하이텍 소액주주연대와 DB하이텍은 물적분할 등 주주총회 안건 관련 협상을 진행했으나 결렬됐다. 현재 소액주주연대는 매수청구 반대 의사 표시 캠페인을 진행 중이다. 

이 같은 소액주주들의 반발에 DB하이텍 측은 ‘주주 친화 정책’을 약속하며 설득에 들어간 상태다.  

향후 신설법인을 상장 추진하지 않겠다는 정관 개정과 배당금 확대, 주식매수청구권 등 구체적인 방안을 내놓으며 회사의 장기적인 미래가치에 초점을 맞춰달라는 것이 DB하이텍의 설명이다. 

향후 DB하이텍의 분할 과정은 난항이 예상된다. 지난해 3분기 기준 DB하이텍의 소액 주주 비중은 75.15%로 그 비중이 매우 높다. 여기에 8.34%의 지분을 가진 국민연금이 만약 물적분할을 반대하는 입장에 표를 던진다면 분할 안건이 통과될 가능성은 희박하다.

소액주주연대는 국민연금 측과 만나 물적분할 반대를 위해 설득에 나서겠다는 계획이다.

한편, DB하이텍의 주주총회는 이달 29일 진행될 예정이다.